이 간다라 불상의 머리칼은 또 다르다.(도 3-1) 즉 머리칼 형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창작되었음을 말한다. 물론 중요한 변화 단계가 있지만 그런 변화를 제외하면 동시에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묘를 충실히 그려야 채색 분석이 가능하다.(도 3-2) 영기문이 매우 율동적인데 특이한 것은 머리 묶음이 없다는 것이다. 즉 끈이 없다. 원래 끈이 없어야 맞다. 그러나 끈이 없으면 어쩐지 불안하여 끈으로 묶은 것처럼 한 것일 뿐이다. 즉 머리칼 묶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원래 모양이 그런데 이처럼 그 표면에 머리칼이 아닌 영기문이 발산하는 광경인데 무슨 머리칼처럼 표현하여 끈으로 묶는단 말인가? 이 작품으로 인하여 이른바 육계라는 것이 보주임이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머리 중심에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은 중심축이다.(도 3-3) 그 중심축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이다. 그에 이어서 소용돌이 모양의 영기문이 역동적으로 피어 올라간다. 그런 흐름이 이어져서 맨 위까지 이르러 환상적인 매듭을 지으며 끝난다.
(도 3-4, 3-5) 그 좌우로 영기문의 흐름을 보여 주기 위하여 노란색으로 칠해서 뚜렷하게 나타냈다. 그리고 이어서 머리 위의 보주 부분의 영기문을 이어서 채색 분석했다.(도 3-6) 그런 방법으로 향해서 왼쪽 부분의 채색 분석을 완성했으니 조각가는 얼마나 정확하게 여래의 머리의 본질을 올바르게 표현했는지 감탄할 뿐이다.(도 3-7) 왼쪽 부분마저 채색 분석해 보니 보기에 좋았다. 이것이 바로 여래 머리의 실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래의 머리칼을 보고 현실에서 보는 머리칼이라 부르고 보주를 육계라 부르며 그 의미를 전혀 모르고 불상을 연구하여 왔다. 간다라 불상은 편암(schist)으로 만들어져서 윤기 나는 검은색을 띠며 회색을 띤 것도 많다. 그러므로 간다라 불상은 흑색조단색(黑色調單色)이므로 조형을 파악할 수 없다. 필자가 개발한 해독법인 채색 분석 방법으로 밖에는 해독할 수 없다. 그 본질을 파악하기 쉽게 갖가지 색으로 전개 원리에 따라 채색 분석해야 비로소 조형의 본질이 드러난다.
채색 분석법은 따로 배워야 한다. 그리 쉽지 않은 방법이다. 필자는 10여 년 동안 인류가 이루어온 조형 예술 작품 9000점을 채색 분석하여 많은 진실을 찾아내었다. 그러므로 채색 분석법은 방편반야(方便般若)로서 작품 파악의 필수 과정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