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개의 환생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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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개의 환생을 지켜보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7.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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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일흔 넘어 팔순을 바라보는 노구에 식솔을 더 거느리게 됐다. 늙은 어미개의 예기치 않는 수태와 출산으로 새끼 강아지 3마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후 3개월인 진돗개 암캐를 반려견伴侶犬으로 데려와서 과원에 동거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수태의 낌새가 없어서 석녀石女인줄 알았다.
그런데 올 5월 중순경 아랫배가 불룩하고 젖꼭지가 도드라진 것을 확인하고 순산順産이길 기도하면서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개집도 청소하고 부드러운 깔 자리를 만들었다. 
기대를 저버리고 비 내리는 새벽녘에 개집 밖의 동백나무 아래에서 새끼 9마리를 낳았다. 지독한 난산難産이다. 어미 개는 갓 태어난 새끼들의 몸을 핥아주면서 가슴으로 품어주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새끼 중 먼저 태어난 2마리는 태어나자마 죽었고, 2마리는 탯줄이 달린 채 땅 위에 팽개쳐 있었다. 
먼저 온수로 새끼들의 몸을 씻어주고 인큐베이터 속과 같은 보일러실로 옮겼다. 생기를 회복한 새끼 4마리는 어미 젖을 악착같이 빨기 시작했으나 나머지는 결국 숨을 거두었다. 
수목 장葬을 치르면서 태어남과 죽음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하루살이도 못하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간 것일까? 개의 몸을 받아 태어난 강아지들의 전생은 어떠하고 또 나와의 인연은 무엇인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안통을 증득했다면 한 존재 상태에서 다른 존재 상태로 끝없이 몸을 바꿔 가며 태어나는 중생들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그저 생각만이 뜬구름처럼 오락가락할 뿐이다. 
인간의 생명 흐름은 한때는 사람의 몸을 가졌다가 바로 다음에는 동물의 몸을 가질 수 있으며, 또 그런 경우가 아주 흔하다는 이야기를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세존께서 제따 숲의 급고독원에 머무실 때 천안통으로 바라문 학도인 수바의 아버지 ‘또데이야’가 꼬살라 국의 빠쎄나디 왕의 신하였음에도 지독한 구두쇠로 살아서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자신의 집의 개로 태어났음을 보셨다. 수바는 그 개의 전생을 모른 채 자기의 먹던 밥을 나누어 먹이고 좋은 침상에 눕히면서 그 개를 아주 사랑했다고 한다.
수바가 세존을 뵙고 업과 윤회에 관하여 열네 가지 질문을 드린 이야기가 『맛지마 니까야』(M135)에 실려 있다. 수바는 자기의 아버지가 범천의 세상에 태어났지 절대로 개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우겨댔지만, 세존께서는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시기 위해 수바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숨겨둔 보물을 그 개에게 파오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수바는 그 개가 자기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결국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 
주위에서 불교 수행에 열심인 사람들은 대개 업과 윤회를 믿고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반드시 그 과보가 내게 되돌아옴을 알기에 남에게 절대로 해를 안 끼치고 오히려 자비를 베푼다.
땅 위에 사는 여러 동물 가운데 개만이 정서적, 의식적으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애완용 개를 기른 역사는 대단히 오래되었고, 사회심리학적으로 반려견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요즘 세태를 보면, 기르던 개를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이 내생에 개의 몸으로 환생한다면 그 업보를 반드시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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