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처음으로 우바새가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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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처음으로 우바새가 탄생하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7.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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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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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정암사 벽화
김해 정암사 벽화

 

마침내 싯다르타는 35세 때 깨달음을 얻어서 드디어 붓다(Buddha)가 되었다. 우리는 붓다를 한문으로 음사하여 불타(佛陀) 또는 불타(佛馱)라고 표현하지만 대부분 불타(佛陀)라는 표현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불타를 줄여서 불(佛)이라고 하며 이를 다시 한역하여 각자(覺者), 지자(知者), 각(覺) 등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다. 붓다(Buddha)에서 budh는 산스크리트어로 ‘눈뜨다’ 혹은 ‘깨어나다’라는 동사의 과거분사형이므로 이는 곧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처가 된 싯다르타는 법열의 즐거움을 만끽한 체 반얀나무 아래에 좌정하고 있을 때 한 브라만이 찾아와 고타마여! 진실한 브라만이 되려면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느냐고 당돌하게 물었다. 부처님은 그가 부처라는 칭호대신 자신의 옛 이름을 부르면서 무례한 행동을 하였지만, 부처님은 진실하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러자 브라만은 자신의 무례함을 깊이 뉘우쳤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난 후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좌정(坐靜)하고 있을 때 북인도의 상인(商人)이었던 발리가(跋梨迦)와 제리부사(帝梨富娑) 두 형제가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너무나 평온하고 기쁨에 가득 찬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자신들의 조촐한 음식을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도 제자로 삼아 줄 것을 간청하였다.

발리가(跋梨迦)는 산스크리트어로 Bhailika이다. 그러므로 이를 음사하여 바리가(婆梨迦), 발리(跋梨), 바리(鉢里), 파리(波利) 등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다시 이를 한역하여 금정(金挺), 촌락(村落), 삼과(三果) 등으로 나타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발리가의 형인 제리부사(帝梨富娑)이며 산스크리트어로는 Trapusa이다. 그리고 이를 제위(提謂)라고 나타내기도 한다. 두 형제는 북인도(北印度) 출신의 상인으로서 중인도(中印度)에서 많은 돈을 벌어 본국으로 돌아가던 중 보리수 아래에서 법열삼매에 들어있는 부처님을 만나 음식을 공양한 후 설법을 듣고서는 곧바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으니 불교사에 있어서 최초로 우바새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발리가는 나중에 출가를 하여 비구가 되었다.

이를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2권 이상봉식품(二商奉食品)편을 통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때 북천축(北天竺)에서 상인 두 사람이 그곳으로 왔는데, 한 사람은 이름을 제리부사(帝梨富娑)[수나라 말로는 호과(胡瓜)라고 함]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발리가(跋梨迦)[수나라 말로는 금정(金挻)이라 함]라 했다. 그 두 상인은 지혜가 많고 마음이 세밀하고 뜻이 반듯하였다. 그들은 중천축국에서 산출된 갖가지 물건들을 5백 대의 수레에 가득 실어 큰 이익을 얻게 되자 북천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리하여 마침 그 차리니가 숲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서서히 지나게 되었다. 그들 상인에게는 길이 아주 잘 든 소가 한 마리씩 있었는데 항상 앞장서서 갔으며, 만약 앞에 두려운 곳이 있으면 그 소는 말뚝에 매인 것처럼 멈춰 서고 나아가지 않았다. 그때 그곳에는 차리니가 숲을 수호하는 나무신이 살고 있었는데, 그 신이 몸을 감추고 가만히 이 길이 잘 든 소 두 마리를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두 상인은 각각 우발라 꽃줄기를 들고 길들인 소 두 마리를 때렸으나 소들은 가려 하지 않았다. 그 밖의 5백 대의 수레를 끌던 소들도 모두 따라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 모든 수레바퀴가 굴러가지 않았으며, 가죽 고삐가 모두 저절로 끊어지고, 그 밖에 멍에 채. 바퀴심대. 멍에. 바퀴비나장. 바퀴통. 바퀴살. 수레판. 걸바퀴. 난간판자며 가슴걸이 등이 어떤 것은 깨지고 어떤 것은 꺾이고 어떤 것은 부서지고 어떤 것은 찢어지는 등 이렇게 온갖 괴상하고 상서로운 변고가 일어났다. 

이때 제리부사와 발리가는 두려움이 솟고 근심 걱정이 사무치자 온몸의 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무슨 괴변을 만나고 무슨 재앙을 만났는가? 그들은 각각 수레에서 서너 걸음 물러나서 머리 위로 합장하고 모든 하늘과 신들에게 정례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서서 이렇게 빌었다. “비옵나니, 우리들이 지금 만난 재앙과 괴변의 두려움을 빨리 사라지게 하시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여 주소서.” 

그러자 그 숲의 수호신이 곧 색신(色身)을 나타내어 상인들을 위로하였다. “그대들 상인은 두려워 말라. 이곳에는 아무런 재난도 없다. 단 하나의 재앙도 없으니 겁내지 말라. 모든 상인들아, 여기는 오직 여래·세존·아라하(阿羅呵)·삼먁삼불타께서 처음으로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시고 지금 이 숲 속에 계실 뿐이다. 다만 여래께서 도를 이루시고 지금 49일이 지나도록 아직 음식을 들지 못하셨다. 그대들 상인이 만약 때를 안다면 함께 저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제일 먼저 보릿가루와 우유와 꿀, 경단을 그에게 받드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하면 그대들은 오랜 밤에 편안하고 안락하여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때 두 상인은 그 숲의 신의 이런 말을 듣고 곧 신에게 대답하였다. 당신이 일러 주신 대로 우리는 어기지 않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상인은 곧 각각 보릿가루, 우유․ 꿀, 경단을 가지고 모든 상인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 그 두 상인은 멀리서 세존을 보니 단정하고 훌륭하여 세간에 비길 데 없으며, 나아가 마치 허공의 뭇 별과 같이 몸의 모든 특징이 장엄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와 같은 세존을 보고 나자 마음으로 크게 공경하고 청정한 믿음으로 세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그들은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를 위하여 이 청정한 보릿가루와 우유와 꿀, 경단을 받아 주십시오. 부디 저희들을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이와 같은 말씀을 불본행집경을 통하여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청신사품(清信士品)에 보면 내 제자 가운데 제일가는 우바새로서 처음으로 법의 약(藥)을 얻고 성현의 진리를 깨달은 이는 바로 삼과(三果)의 장사꾼이라고 하셨다. 
我弟子中。初聞法藥。成賢聖證。三果商客是。

그러므로 여기서 장사꾼이라고 하면 제바수(提波須)와 발리가(跋梨迦) 두 형제를 말함이다. 이들 두 형제는 처음으로 부처님께 꿀 공양을 올리고 귀의하게 된 최초의 재가 신자인 우바새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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