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외등의 시간" 권 갑 하 (19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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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외등의 시간" 권 갑 하 (1958 ~ )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8.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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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이는 욕망들이 굽은 등마다 흘러나오는
지워진 먼 길 끝에선 아우성도 몰려온다
허물을 덮어주려면 몰래 별도 띄워야겠지.

은밀한 갈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해진 상처 감추려 지친 바람 분주하지만
실직의 허기진 강은 눈물에도 젖지 않는다.

안간힘으로 굴린 공은 어디로 굴러 갔나
홀로 깬 기다림은 파도소리로 훌쩍이는데
쓸쓸한 작별의 행방은 시치미를 떼고 있다.

제 가슴 속 불을 밝혀 외따로 돌아가는
어둠을 건너는 외등의 경건한 고독이여
아득한 혼잣말처럼 문득 빗방울이 환하다.

권갑하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1992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한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향에 문경아리랑문학관을 개관하고, 각종 문학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윗 시는 제17회 ‘한국시조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실직한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읽힌다. 이송희 시인은 “한때 ‘울렁이는 욕망들’이 적막한 풍경 속으로 젖어 들어가는 그들의 고단한 일상은 골목길 모퉁이에 선 외등의 이미지와 그대로 이어진다. ‘은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답답한 일상은, 해진 상처조차도 가려주지 못하고 눈물에도 젖지 않는 ‘실직의 허기진 강’의 모습으로 척박한 실존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길이 지워지고 아득하기만 하기에 그동안 ‘안간힘으로 굴린 공’도 사라지고 행방이 묘연한 쓸쓸한 작별의 시간만이 외등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슴속 불을 밝혀/ 외따로 돌아가는” 걸음 뒤에 눈 뜨는 외등이 어둠을 건너며 환한 빛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외등의 시간을 견디는 그들의 삶을 농후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안전했던 사회가 코로나 19로 너무나 삭막해졌다. 이럴수록 서로 간에 배려와 자비가 넘치는 이웃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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