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아! 임을 떠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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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아! 임을 떠나보냅니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8.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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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 - 봉림사 신도회장·포교사
김성도 - 봉림사 신도회장·포교사

원주 유인 변복순 무진혜 신원적 영가시여!
아름다운 진실 하나로 당신과 부부의 연을 맺은 지 47년이 되었습니다. 둘은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웬만한 걸림돌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4·3의 난리 통에 유복자가 된 2대 독자인 나를 만나 3남 2녀를 낳아 키웠습니다. 대가족을 이루어냈고 우애로우니 화목한 가정이라 할 만합니다. 
객진번뇌 다 넘기고 이제는 살만하다 했습니다. 걸림이 없는 자유로움에 행복을 노래했습니다. 호사다마가 우리 부부를 질투했을까요. 올해초 집 옆에 문부로 공원을 거닐 때 당신은 숨이 가빠옴을 느낀다 했지만, 고희를 넘긴 우리 나이에 찾아오는 흔한 증상이려니 했습니다. 암 덩어리가 당신의 몸속을 뒤집고 들어가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삶의 무게가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아온 당신이었습니다.
인간은 오욕락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존재임을 알았습니다. 한 생명이 두 발로 땅을 밟고 걸으며 온 대지가 주는 에너지를 마음껏 받아 스스로 호흡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남편으로 살아오면서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은 참으로 큽니다. 죄송하고 미안하며 참회합니다. 당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무능한 나를 경책합니다. 참회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당신의 병마가 현대의학으로는 감내할 수 없을 만큼 큰지 몰랐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불가항력의 세계였습니다. 투병하는 동안 나의 영혼까지 끌어모아 보호를 했지만 제대로 손쓸 새도 없이 그대는 영~영 이 세상을 하직하고 바람 되어 구름 타고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아마도 이 못난 남편을 원망하며 떠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 날, H 병원 중환자실, 나의 오른손은 당신의 오른손을 붙잡고 나의 왼손은 당신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약사여래 대 진언을 염송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구원을 했습니다. 온몸을 불사르며 부처님께 귀의하여 구원의 몸부림으로 당신의 기적을 발원했습니다. 하지만, 인연이 다했기에 당신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때가 되니 피할 수 없이 대열반에 들었듯이 당신께서도 이승과의 인연이 다하여 이 세상과 작별을 하더이다. 막을 수 없는 인과의 법칙은 회자정리의 귀결인가 봅니다.
고희를 넘긴 우리 부부의 삶의 여정은 영원히 멈춰섰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무치는 마음을 담아 당신을 먼저 피안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49일 동안 새벽예불에 동참하며 당신께 많은 고백을 했습니다. 나는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새벽마다 당신의 영정 앞에서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중음의 세계에서 당신과 만남은 일방적인 대화이지만 진지한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49재 회향법회 법석의 자리입니다. 이 세상 제법이 모두 공하다 하였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모든 형상이 모두 허망하다 하였습니다. 모든 형상이 영원하지 않은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부처님의 진리를 만날 수 없다고 반야심경과 금강경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눈으로 이 세상을 본다면 현상계의 나고 죽음은 꿈과 같고 환상이며,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니 이슬과 번개처럼 잠시 인연으로 맺어졌다가 사라지는 이치를 알 것 같습니다.
물질이나 정신에 집착하지 말고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설하신 거룩하신 부처님의 위대한 진리를 알 것 같습니다. 이 이치를 모른다면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사별의 고통마저 머물게 되므로 그 괴로움을 어찌 감내하리오.
다행히도 당신과 나는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혀 제법의 공한 이치를 공유했으니 더 부부의 연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극락정토로 보내려는 나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당신의 가는 길에 인로왕보살님이 인도하시고 지장보살님이 보호하사 험준한 명부 세계 벗어나 자비하신 아미타부처님의 품 안에서 아프지 않은 해탈 열반으로 들어가소서. 적멸위락을 발원합니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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