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법문 - 우득 스님 백중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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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법문 - 우득 스님 백중법문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8.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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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 스님 (한라정토회 지도법사. 와우정사 주지), 법문 정리: 김희정 불자

원래 천도는 영가를 위해 법문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내는 것은 불교 법식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다분히 유교적인 형식이지만 불교가 아니라고 고집하지 아니하고 그 형식을 받아들여 그 안에서 부처님의 감로법을 설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상차림은 일종의 사탕발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유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혼이 있고 7백이 있다고 여기고 있으니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진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공자님의 생각이지요. 생각(想)도 상(相)이니 허망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범소유상개시허망(凡所有相皆是虛妄)이라고 금강경을 통해서 분명하게 밝혀놓지 않으셨습니까?
자, 진실은 바로 이것입니다. 4대인 우리 몸(안, 이, 비, 설, 신, 의)와 말라식과 아뢰야식까지 본래 공(空)하여, 있다고 할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영가에게 들려주는 것이 시식입니다. 이 영가법문에 어떤 특별히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저 진실을 말해주는 것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영가여, 그대는 여기 차려진 음식들을 드셨는가? 만약 먹었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그대는 몸을 잃었으므로 먹을 수 있는 입이 없고, 배부르다고 할 배가 없다. 그러니 착각하지 마라. 자,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내 말을 잘 들어라. 그러면 그대는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진리의 본체인 우리의 생명은 무량한 빛이며 둥근 원과 같이 시작과 끝이 따로 없다는 것을 영가와 더불어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서 이 법문을 들으시는 여러분 가운데 이 도리를 깨달아 밝아지신다면 여러분의 조상님들은 바로 천도가 되는 것입니다. 천도를 위해 어떤 형식도 시간도 필요가 없습니다. 
도와 부처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도는 서산에 해가 지고 동쪽에 해가 뜨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것에 무슨 마음을 따로 내나요? 여기에 의미를 부여합니까? 오히려 아침에 해가 뜨지 않거나 저녁에 해가 지지 않고 하루 종일 떠 있는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마음을 쓸 것입니다. 도는 이렇게 무심한 것이고 그 무심한 마음이 부처입니다. 
원각경에 보면 부처님이 깨닫고 보니 참 어이없어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풀어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내가 깨닫고 보니 아, 이런 세상에! 여기 중생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사람뿐만 아니라 두두물물이 다 부처 아님이 없으며 모두 나와 똑같이 부처의 지혜와 덕상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구나!”
부처님은 바로 그것을 깨닫기 위해 무진 애를 썼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요. 그런데 수행을 하든 안하든 원래 모든 존재가 부처였던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부처님은 갈등을 합니다. 
‘이 사실을 말해주면 사람들이 믿을까, 안 믿을 거야. 에이 그냥 열반에 들자~’
부처가 무슨 갈등을 하느냐고요? 부처도 갈등하고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깨달은 이는 갈등으로 인해 고통 받을 원인을 만들지 않습니다.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니까요. 부처의 생각은 묘용입니다. 묘하게 쓰여서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무심도인(無心道人)이 곧 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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