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국화 옆에서"
상태바
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국화 옆에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9.14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1915 ~ 2000)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오영호 시조시인
오영호 시조시인

미당 서정주 시인은 전북 고창 출신이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 등단했다. 초기엔 인간의 원죄 의식을, 후엔 불교 사상과 샤머니즘 등 동양적 사상을 주로 노래했다. 한국의 문학사의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이지만 일제에 부역하는 시를 쓰고, 군사정권을 찬양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삶을 살다 갔다. 윗 시는 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미당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애송하는 시이기도 하다. 
미당은 이 시에서 한국 중년 여성의 안정미를 표현했다고 하여 제3연의 ‘누님’이 그 주제적 모티프(motif)가 된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국화’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국화가 피어나는 과정을 통하여 한 생명체의 신비성을 감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찬 서리를 맞으면서 노랗게 피는 국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표상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랜 방황과 번민을 통해 지난날을 자성하고 거울과 마주한 누님으로 표현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인격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로 읽히기 때문이다. 미당이 잠들어 있는 질마재 아래 미당시문학관이 서 있다. 언제 선운사도 둘러보고 그의 문학관에도 들려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