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불자 사색노트 -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첫 걸음 내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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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불자 사색노트 -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첫 걸음 내디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9.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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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객원기자·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제주불교학생회 회장
김민재 객원기자·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제주불교학생회 회장

나는 걷고 숨을 쉰다는 사실의 알고 있는가? 이상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늘 숨을 쉬고 걷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요즘 저는 제가 지금까지 걷고 숨 쉬는 일을 썩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정기적으로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는 일상생활과 수행을 같이 하면서 특정일마다 보리수선원장 붓다락키따 스님께서 직접 지도 및 면담을 해주시는 방식입니다. 지금 배우는 수행법은 경행과 수식관인데 정말 평범하고 일상적인 걷고 숨을 쉬는 일을 다만 집중하고 알아차리는 방식으로 아마 불자라면 아마 한번 경험해보았거나 최소한 어디서 들어보아서 알고 있을 그런 수행방식입니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경행 30분. 한 걸음 한 걸음 발바닥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새기며 왔다 갔다 걷는 시간. 그러나 흔히 미친 원숭이라고 비유하는 이 마음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몇 걸음 정도는 그럭저럭 주의를 기울이다가도 채 1번 왕복을 하기도 전에 ‘얼마나 지났을까? 이따 좌선하면서 졸지는 않을까? 좀 덥다.’ 이런 별별 생각이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겨우겨우 집중하여 걷다가 보면 어느 순간 30분이 훌쩍 지나있습니다. 이 30분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잡생각을 하였나 생각해보면 깜짝 놀라겠지만 놀랄 여유는 없습니다. 좌선의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코 밑 인중에 마음을 올려 호흡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하나, 둘, 셋……일곱, 여덟 다시 하나, 둘, 셋……일곱, 여덟 다시 하나, 둘, 셋, 얼굴 가렵네 모기라도 물었나? 아이고 딴생각했네. 다시 집중해서 하나, 둘, 셋, 넷……zzz……앗 졸았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게 앉아서 깊은 선정에 든 얼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을 보면 딱 이 모양 이 꼴이었습니다. 좌선 역시 경행과 마찬가지로 조금이나마 집중하여 호흡에 집중한 시간은 1시간에 10분 정도는 될지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나름 집중한 시간조차 완벽하게 알아치리진 못했을 것이고요. 나름 평소에도 시간 있을 때 호흡관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그 수준이 드러난 셈이지요.
이렇게 얼렁뚱땅 좌선을 마친 후 스님께서 질의응답을 통해 점검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점검을 받으면 제가 마주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를 알려주십니다. 혼침이 오면 어떻게 할지, 가려우면 어떻게 할지를 가이드해주십니다. 사실 제 문제이기 때문에 스님께서 어떻게 바꾸어 주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정말 누구나 바로 실천 가능한 말씀을 해주시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 정진의 힘이 약하여 쉽게 발생하는 혼침이나 약한 가려움 같은 자극 등의 초보자다운 문제지만 어느 정도 수행을 하셨다 하는 분들은 수행이 법답게 잘 되는지를 확인해보는 귀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은 불확실하고 죽음만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해주신 법문의 내용입니다. 허무주의적인 말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입니다. 언제 어떻게 우리의 삶이 끝날 것인가 모릅니다.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는 우릴 도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게으른 마음에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경전에서도 한 번 숨 쉬는 순간에도 죽지 않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하시며 하루 낮과 밤 동안은 살 것이라거나 음식과 음식을 먹는 사이 동안은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자들을 게으르다 꾸지람하셨답니다. 제가 조금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시시때때로 제 또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친구들도 나처럼 젊고 건강했으나 그런 일이 생긴 것과 같이 나 또한 그 친구들과 다를 것 없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입니다. 게으른 마음을 일깨우는 기쁜 말입니다. 
제가 이번 수행으로 작은 공덕이라도 지었다면 모두에게 회향합니다. 부디 저를 포함한 모두가 마음을 잘 살피어 열반에 이르는 길이 되길 기원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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