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배접과 채색을 마치고 등을 밝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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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배접과 채색을 마치고 등을 밝히던 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10.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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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순객원기자
강금순객원기자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부터 이곳 보현사 등 만드는 곳에 왔다. 가게 일을 보다 잠시 들르고 또 다시 가게로 향하면서 그렇게 오고가던 길이 이제껏 쌓여보니 참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지냈다. 
보현사 뒷마당에 수돗물을 틀고 쇳수세미로 있는 힘껏 등을 씻던 정인숙 회장님을 도와 나도 이것저것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등을 손질하다보니 어느새 등에 한지를 붙이는 배접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고 등에 고운 한지옷을 입히는 일에 재미를 붙이다보니 채색까지 계속해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중형등 배접이 다 완성되고 채색까지 마치고 난 뒤 환하게 밝힌 등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작업실에 한데모여 등을 배접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먹고 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정인숙객원기자회 회장님, 나인순 보살님, 고현의 선생님, 김정득 보살님, 양경숙 보살님, 강명주 보살님, 한복연 보살님, 이진옥 보살님 참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다. 등배접에 한껏 열을 올리며 함께해 줄곧 도와준 김승선 등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장님, 소형등 보관창고를 깔끔하게 만들어준 이방수 거사님 작업실 식구들을 위해 간식을 쏘아주던 김승범 객원기자회 사무국장님, 거의 날마다 이곳 사람들이 애쓰는 모습을 격려해주기 위해 찾아온 강규진 사장님 그리고 신문사 식구들도 등에 비춘다. 
그러고 보니 이 등이란 게 참으로 신기하지 않는가.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하고 그분들을 아끼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간 열리던 등축체에선 나는 그저 멀리 떨어져서 구경만 했는데 이렇게 준비하는 일원이 되어 함께하게 되니 내 마음도 참 많은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내가 모르던 사람들과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되고 그분들을 더 친근하게 여기게 되고 그분들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내 마음은 더욱 충만해질 수밖에.
늘상 가게를 이용하던 손님들만 마주하던 내가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등이 신비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이제 제주등축제가 한달 남짓 남았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등인만큼 그날 이 등에 비춘 빛을 보는 이들 또한 내가 느낀 것처럼 아끼고 사랑스런 마음이 함께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행복할 때 보여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들처럼 그렇게 등은 환하게 밝혀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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