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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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1.10.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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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교육의‘깊이와 넓이’세미나 개최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회의실
웰다잉 세미나-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
웰다잉 세미나-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

 

웰빙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한 지 꽤 오래되었다. 웰빙이란  ‘행복’ 혹은 ‘잘 사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웰빙과 관련해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문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바로 죽음이다. 웰빙과 함께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죽음 교육의 “깊이와 넓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경제신문, BBS제주불교방송이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는 제주도민들이 공감하는 죽음에 대한 교육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고, 체계적인 죽음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죽음교육 프로그램 전달 체계를 구상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고 행정 담당자 서로 간의 인식을 조율하며, 다각적인 교육진흥 방안을 강구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죽음교육의 깊이와 넓이에 대해 “도민대상 추진 목표와 방향”이란 주제를 갖고 한림대학교 철학전공 오진탁 교수의 발표가 있었으며, 토론에서는 좌장으로 제주대학교 윤용택 교수가 맡았다. 
발제자 오진탁 교수는 먼저〈죽음을 알면 삶에 보다 충실하게 된다.〉라고 전제하면서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죽음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았다. 
첫째 죽음은 터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둘째 죽음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죽음을 우리 삶의 일부로 수용해 주위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죽음은 절망적이고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넷째 죽으면 모든 것이 다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의 삶, 죽어가는 과정, 죽음 이후,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인의 죽음 이해 와 생사학( 生死學)의 죽음 이해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건강에 4가지 측면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영적인 건강으로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영적인 건강을 추가시킴으로써 우리의 건강에 영혼이나 영성, 영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현대인은 육체 중심으로 죽음을 이해하므로, 죽으면 다 끝나고, 영혼을 부정하고, 죽음을 두려움이나 절망으로 간주하며, 이런 죽음 이해가 현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사학은 인간존재를 육체만으로 이해하지 않으므로, 죽는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고, 영혼을 부정하지 않고, 죽으면 다른 세상으로 떠남으로 죽음을 절망이나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죽음을 이렇게 이해하면서 삶을 살다가 죽음이 찾아오면 편안히 떠나는 사람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육체 중심의 죽음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죽음이해는 성숙할 수 없고, 죽음의 질뿐 아니라 삶의 질 역시 향상될 수 없으며, 사회는 세속적. 물질적 가치 추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죽음 교육은 삶의 교육으로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질문에서는 죽음 준비를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므로 죽음 준비는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관계된다고 했다. 
그러면 죽음 준비는 왜 삶의 준비인가. 삶의 차원에서는 삶의 유한성, 삶의 시간 제약성이다.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도 담겨있다. 죽음의 차원에서는 죽음의 가능성, 죽음의 임박성이다. 평소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여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죽음 준비를 통해 삶을 준비하고, 삶의 준비를 통해 죽음 준비를 한다. 그러므로 죽음 준비는 죽음 준비가 아니라 바로 삶의 준비가 되는 것이다.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는 죽음 교육을 통하여 죽음의 질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향상 시킬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학교와 사회 교육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죽음교육은 죽음 준비교육이기도 하지만, 삶의 준비 교육이기도 하므로,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학교와 사회 교육에 포함시켜 교육하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준비 없이 당하는 죽음과는 다르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사전 장례 의향서를 준비를 해야 한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일에 뜻을 둔 사람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사전 장례의향서’ 에 서명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해 또 자기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해, 또 자신의 장례방식에 대해 역시 평소에 깊이 생각하면서 남은 인생을 더욱 충실히 살게 될 것이다. 
평소 죽음 준비를 했으므로 갑자기 당하는 죽음과 다르다. 자기 자신의 행위와 판단의 주체가 된다. 가능한 한 죽음을 보다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평소에 노력한다. 죽음, 살의 과정으로 수용해 죽음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또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죽음 수용을 통해 삶의 제한성을 깊이 생각해 보다 의미 있게 살게 되며,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방식, 삶의 태도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주제 발표하는 오진탁 교수
주제 발표하는 오진탁 교수

 

◆토론과정에서 나온 토론자들의 제안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제주대학병원 호스피스담당 허정식 학장은 “죽음교육의 깊이와 넓이, 죽음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으로 생각되며, 죽음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한 단체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단체의 죽음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고, 제주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여 이러한 교육의 수요조사와 필요성에 대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생교육과 고영철 과장은 “교육대상은 전도민이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나, 죽음에 대하여 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되는 자살 위험군, 고령층, 호스피스 환자 등이 보다 우선적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죽음에 임박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웰다잉(Well_Dying)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가 있어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조례에 따른 지원이나 교육이 보다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방역총괄과 황순실 과장은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제도 및 추진사업에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향서 등록기관 확대 및 도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제도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김미영 과장은 “아름다운 삶,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행정의 역할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예술교육과 참여 프로그램을 세분화. 구체화하여 삶의 의미와 긍정적 자세, 철학의 사유를 다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단법인 제주웰다잉 문화연구소 현파 수상 소장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웰다잉 교육은 국가차원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며 “웰다잉지도자 양성교육, 청소년 자살예방교육, 올바른 죽음관 교육, 웰다잉 음악제를 통해 기피하고 싶었던 죽음문화를 밖으로 끌어내어 삶과 함께 숨 쉬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연구소의 역할을 강조했다.
▶BBS제주불교방송 이병철 부장은    ‘웰다잉이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안’에서 우리 사회의 종교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불교와 연계한 ‘인연생기설 ’ 삼라만물과 만유(萬有)는 스스로 자존하거나 상존하는 실체로써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인연에 의해 발생하고 사라질 뿐이라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단어 공모’ 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죽음교육 진흥조례〔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2876호, 2021.7.9〕가 제정되었으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죽음에 대한 교육지원 조례(안)이 송창권의원이 대표발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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