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관 스님 행적 찾아 떠나는 힐링체험 - “스님은 진정한 보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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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려관 스님 행적 찾아 떠나는 힐링체험 - “스님은 진정한 보살이었습니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1.10.26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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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려관 스님 행적을 찾아서
10월 24일 무오법정사지 순례
봉려관 스님 발자취를 찾아서 떠난 불자들이 무오법정사항일항쟁 기념탑 앞에 모였다.
봉려관 스님 발자취를 찾아서 떠난 불자들이 무오법정사항일항쟁 기념탑 앞에 모였다.

가을이 깊어가는 가운데 불자들이 안봉려관 스님의 발자취를 찾아 서귀포 법정사지로 떠났다. 
지난 10월24일 사)봉려관선양회 주최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에서 불자들이 본격적으로 순례에 나서기에 앞서 관음사 도감 청공 스님이 걷기명상을 지도해 주셨다. 
청공 스님은 먼저 “명상을 하는데 돋보기에 비유해서 이야기하듯이 걸음걸음를 돋보기 삼아서 깨어남이 일어나야 한다”며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시면서 깨어나는 것이고 거기서 통찰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스님은 “걸을 때는 묵언을 하면서 두리번거리지 마시고 뒤돌아보지 마시고 풍경도 보지 마시고 코끝이나 바닥을 보시면서 걸으면 된다”며 “눈은 한 곳에 집중하고 의식은 걷기에 집중해 생각생각 일어나는 것에 끌려가지 마시고 알아차리고 걸음으로 돌아오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걷기명상에 꼭 필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셨다. 
스님의 자상한 설명을 듣고 불자들은 2~3미터 간격을 두고 한 줄로 쭈욱 걸으면서 마음을 밝혀 나아갔다.
그리고 이어서 도착한 곳이 바로 백여 년 전 법정사가 있던 곳, 법정사지다. 절터에는 돌무더기와 무쇠솥단지, 도자기 파편 등이 아직도 남아있었으며 바로 옆으로는 절의 생명수라고 할 수 있는 샘터가 고스란히 있어서 불자들의 마음을 더욱 숙연하게 했다. 
여기서 사)봉려관선양회 오영호 상임이사가 당시 어떻게 이 절이 만들어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강명주  봉려관선양회 사무국장이 불자들과 함께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강명주 봉려관선양회 사무국장이 불자들과 함께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안봉려관 스님이 관음사를 창건하고 다시 대흥사로 갔을 때 대흥사는 일제에 짓밟혀서 스님들은 끌려가고 텅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스님은 항일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김연일 스님을 관음사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스님들을 위해 법정사를 창건하게 되었는데 지형을 잘 아는 안봉려관 스님이 샘터를 발견하고 그 옆에 절을 짓도록 했다는 것이다. 오영호 상임이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불자들은 안봉려관 스님의 여장부로서의 배포와 담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불자들은 법정사지 주변에 자리를 잡고서 그동안 쌓인 탐진치의 때를 벗겨내기 위해 참회글을 쓰고 소원을 담은 소원지까지 적었다. 이어서 가슴깊이 전해지는 고통과 그것을 슬기롭게 이겨내려고 했던 옛 선조들의 삶에서 전해져 오는 울컥하는 마음을 담은 강명주 사무국장의 발원문을 따라 읽으며 봉려관 스님의 뜻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법정사지를 떠나 돌아가는 길에서도 불자들은 당시 선조들이 일제에 빼앗긴 땅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냈을까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마지막 회향지에서 만난 무오법정사항일항쟁 기념탑은 탑 꼭대기 부분을 목탁모양으로 장엄하고 앞에는 연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새겨 이곳의 항일항쟁을 주도한 분들이 스님들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기념탑에는 안봉려관 스님의 이름은 새겨져 있지 않았다. 스님의 항일운동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았고 당시에 감옥에 붙들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니 불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역력하다. 

오영호 봉려관선양회 상임이사가 법정사지와 샘터를 불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영호 봉려관선양회 상임이사가 법정사지와 샘터를 불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에 청공 스님은 “이렇게 스님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보살행이 아니냐”면서 불자들을 위로했다. 
이번 순례길을 걷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하는 나인순 불자는 “안봉려관 스님의 발자취를 찾아 세 번째 함께하는 자리인데 오늘 더욱 스님의 뜻을 알 것만 같다”면서 “스님의 자비심을 진정으로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안봉려관 스님의 행적을 찾아서 세 번째 순례가 아름답게 마무리 되면서, 다음 순례지인 불탑사로 향하는 순례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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