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 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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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 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 글 : 김희정 시인
  • 승인 2021.11.23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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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량한 빛이 
   바로 우리 생명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모두 다 알았으며 좋겠습니다

 

지난 사흘 빛으로 출렁이던 산지천, 제주등축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로 미루어지고 날씨 때문에 다시 하루 미루어지고 이러저러하며 어둠을 밝힌 등불입니다. 장장 6개월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틀을 만들고, 배접을 하고, 그림을 그려 넣고, 빛이 되는 말 한마디를 써넣느라 수고하신 분들 덕분에 이 등축제는 아름다웠습니다.
 사흘간의 등 축제 중에서 둥당둥당 쿵쿵 어깨춤을 들썩이게 만든 점등식과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두 번째 날의 무대행사도 멋졌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어떤 이벤트도 없었던 마지막 날이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웠으니까요. 잠잠히 흘러 바다로 나아가는 물결과 물결의 모양대로 말없이 비추어주던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수많은 등의 불빛들, 그 등불 아래 삼삼오오 모여서 또는 홀로 호젓하게 거닐며 사진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그 풍경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였습니다. 잘 그려진 풍경화는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거든요.
저는 사오일 동안 들락날락하며 등 축제를 거들었지만 딱히 정해서 맡은 역할이 없었습니다. 그저 여기서 손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곳으로 가서 손을 보태고, 저기서 손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곳으로 달려가고…. 그것이 저를 무척 자유롭고 편하게 했습니다. 뭔가 하기는 했지만 딱히 제가 한 일이 없으니 남은 것이 없는 거지요.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했습니다. 난데없는 추위와 비바람이 대단했었죠. 천둥, 번개와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 험한 날씨 뒤에 장엄한 무지개가 떴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불평불만하지 않고 성심을 다해 일해 준 숨은 일꾼들의 마음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무지개는 바로 그분들의 마음입니다. 
가을 밤 산지천을 환하게 밝혔던 등불, 이 불빛은 어디서 왔겠습니까? 이 무량한 빛이 바로 우리 생명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모두 다 알았으며 좋겠습니다. 그러니 어디서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어디로 간다고 할 수도 없는 거지요.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등불이 우리 본래 마음이라니 기쁘지 않습니까. 가끔 이렇게 밖으로 드러내어 눈으로 보는 것은 그래서 즐겁습니다.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빛으로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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