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18) - 명상은 삶의 방식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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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18) - 명상은 삶의 방식의 하나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11.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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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던 고대 북인도의 비하르(Bihar) 지방의 사투리인 빠알리(pāli)어로 명상을 자나(jhāna)라고 했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해져서 그곳에선 정定 또는 선禪이라고 불렀습니다. 
명상瞑想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명상은 ‘무엇을 상상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생각은 마음이 하는 일이지만 마음은 생각하는 일 이외에 대상을 알아차리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한 순간에 하나의 마음만 일어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없습니다.  
생각의 내용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꿈과 희망에 대한 것으로 모두 개념[빤냣띠, paňňatti]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마음은 지금·여기, 내 안에 일어나는 것이고 그 일어남 자체는 법이고 실재입니다. 마음에서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리는 일(sati)이 명상입니다. 마음의 본 모습이 고요한 호수라면 생각은 수면 위에 출렁거리는 물거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명상은 종교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종교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 전개되었다고 합니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밝고 새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몸은 건강해지고,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잠시도 쉬지 못하는 머리에 적절하게 진짜 휴식을 줍니다.
오늘날 명상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수많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통설입니다. 직장인들이 종교를 초월하여 그 해소책으로써 명상을 선택한 동기 또는 배경에는 마음의 내적 평화가 단순한 신앙이나 기도만으로 성취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뇌 과학자들이 마음은 뇌의 활동에 불과하다고 정의하였으나, 명상의 힘으로 에너지와 정보를 의도적으로 뇌의 회로에 흘러가게 함으로써 뇌의 활성과 구조를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인간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만들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또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명상은 그 발원지인 인도의 힌두교와 서양의 기독교 등의 종교와 관련을 맺으면서 다의적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힌두교에서 행하는 게송이나 진언의 암송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영감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명상기법입니다. 
이런 부류의 집중명상은 수행자로 하여금 특별한 심령현상을 경험하도록 이끄는데, 기독교인들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성자들을 보거나 성자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힌두교인들은 힌두교 신들의 화현을 목도한다고 말해집니다.   
요가나 기체조의 스트레칭과 이완을 통해서 호흡을 조절하여 몸과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도 있고, 또한 재가불자들은 염불이나 주력수행법에 의해 신심을 강화하거나 정신집중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적 명상인 ‘브하와나(bhãvanā)’는 생각을 좇지 않고 정신집중[止]에 의해 직관적 통찰[觀]을 얻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사유의 차원을 넘어서 세상을 실상 그대로 마음의 눈으로 보고자 함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불교명상은 앞서 이야기 한 명상들과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릅니다.
고타마 붓다께서는 ‘브하와나’의 개념을 특별한 정신적 훈련, 즉 집중하는 기술과 마음의 정화를 가르치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집중수행은 마음의 평정[定, samatha-bhãvanā]을 향상시키고, 지혜수행은 통찰[慧, vipassna-bhãvanā]의 향상을 가져온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사마타(samatha)’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고정시키고 고요하게 하는 삼매를 개발하는 수행이고, ‘위빠사나(vipassna)’는 조건 지어진 모든 법을 관찰하여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수행이라고 세존께서 분명하게 밝히고 계십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카밧친’ 교수에 의해 개발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이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고통치료에 적용되고 있는데, 그 기초는 마음챙김(sati) 수행입니다. 
2009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하버드 의대 ‘크리스토퍼 거머’ 교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불교명상법이 미국에서 심리치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또 심리치료 종사자의 40% 이상이 이 명상법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루야마 시게오’ 의사는 명상은 왼쪽 뇌를 잠재우고 오른 쪽 뇌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때 우뇌에서 나오는 대뇌모르핀으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임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호흡은 심장토대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호흡명상은 심장의 피를 맑게 하고 그 맑은 피가 혈관을 통해 몸 세포의 모든 곳에 흐르게 되면 혈액순환의 원활로 인해 안색이 좋아지고 몸이 가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지속적 명상수행을 한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서구 사회에 명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서양의 지식층들은 삶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삶에는 욕심과 분노와 두려움 등의 해로운 마음씨가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탈진한 몸과 마음을 구제하기 위해 명상합니다. 그 결과 현실의 삶에다 ‘고요의 공간’ 또는 마음의 쉼터를 창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길 가다 지친 사람이 나무 그늘아래 앉을 때나 뜨거운 대지에 비가 내려 시원해질 때 경험하는 행복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요하고 집중된 마음은 내 안의 물심物心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깁니다. 
재가수행자가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변화는 상태를 마음챙김(sati, 正念)하고, 삼빠잔냐(sampajañña, 正知)하는 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자기의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고 삼매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진리에 대해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항상 자신의 마음과 몸을 살피되, 꾸준하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단박에 결판이 나는 명상법은 없습니다. 명상은 어렵지 않습니다. 
불교명상의 첫걸음은 호흡명상(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입니다. 단지 호흡을 마음에 챙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유효한 수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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