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는 승려가 되지 않은 거사居士,《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 유마힐維摩詰을 자신의 자字로 삼음으로써 그 자신은 선과 문학을 통해 유마維摩의 길을 걷고자 했던 불교체험자였습니다. 시인은 젊은 한때 숭산崇山에 은거하여 도교사상에 심취하기도 했으나, 모친과 도광선사道光禪師의 영향을 받아 불법에 정진하였습니다. 특히 만년에는 망천輞川에 은거하여 세상과의 인연을 멀리했으며, 불교의 이치(佛理)와 계율을 자신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마음을 비우고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맑고 깨끗한(淸淨) 삶을 누리고자 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심정이 담겨있는 시 한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일선사의 난야에서 묵으며 스님 머무시는 태백산 도량에는 |
投道一師蘭若宿 투도일사난야숙 一公樓太白 일공루태백 |
시인은 선어禪語를 사용하여 도일선사道一禪師의 훌륭한 불성을 높이 흠모하고 칭송하면서, 산사의 고요하고 그윽한 정취(幽靜)에 흠뻑 빠져듭니다. “지난날은 속세를 떠난 스님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스님의 곁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속세의 미련을 훌훌 털어버린 시인은 “어찌 잠시 머물기만 하겠는가, 평생 나도 불법을 섬기며 이와 같이 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진솔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