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법주사 사찰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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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법주사 사찰순례기
  • 김현남 (사찰문화해설사 3기 교육생)
  • 승인 2021.12.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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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에서 수계식을 받고 있는 사찰문화해설사 3기 교육생들
법주사에서 수계식을 받고 있는 사찰문화해설사 3기 교육생들

올해 초, 마음에만 품고 있던 제주에 왔다. 우연에는 필연과는 달리 그 어떤 주술적인 힘이 있어, 여러 우연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나의 불교입문은 드라마틱하다. 
제주에 머무르려고 제주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학교 수업 중 ‘문화유산과 불교사상’이라는 과목을 들었고, 수업시간에 자현 스님의 책으로 주제발표를 한 나를 주의 깊게 본 동기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고, 그분이 사찰문화해설사 과정에 자현 스님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내 생각이 나서 전달을 했고, 나는 그것을 기억했다가 제 날짜에 신청을 했고(경쟁이 치열했으며 선착순이었다지), 시작 일이 자꾸 미뤄져 조바심이 나는데, 꼭 들어야하는 학교수업과 겹쳐 고민하다 이 과정을 선택했고(그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서 졸업을 못할지도 모른다) 모든 과정을 잘 이수하여 성지순례를 다녀왔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첫 만남부터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연기설을 몸소 알게 된 일생일대의 시절인연이다.
내 생애 가장 많이 간 사찰을 꼽으라면 단연코 법주사다. 고향이 충청도인 내게는 금동미륵대불의 이전 버전인 시멘트 버전을 본 기억도 있다. 초록창에 법주사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다. 속리산의 대표 사찰인 법주사는 533년 의신조사가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와 절을 지을 곳을 알아보던 중에 산세의 험준함을 보고 이곳에 세운 절이라고 전한다. 혜공왕 12년에 진표율사가 대규모로 중창하였으며, 고려시대를 거치며 현재의 규모를 갖추었으나 정유재란으로 전소되었다. 이후 인조 2년에 사명대사 및 벽암대사가 중건하고 증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도 절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을 종교기관이라기 보다는 문화재로, 공공재로 취급하여 산에 오르다가 구경삼아 가봤을 것이다. 1천년이 넘은 건축물이 있고, 그림이 있고, 각종 장식물이 있다. 더군다나 깊은 산속에 있기에 공기도 맑다. 
우리가 함께한11월의 법주사는 단풍도 지고 나무가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내어 주변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부처님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제주의 계곡이나 내는 대부분 건천이다. 평소에는 물이 없다가 비가 내려야 흐르는 것과는 달리 속리산 법주사 절로 들어가기 위해 건너는 수정교 다리 아래에는 소리를 내며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공양시간이 좋았다. 음식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신경 쓰지 않고 모든 메뉴를 먹을 수 있어 편안한 식사시간이었다. 나는 오래전 비건의 삶을 선택했다. 불교 공부를 하니 살생을 하지 말라며 부처님은 이미 이천 오백년 전에 앞으로 지속가능한 지구의 미래와 모든 생명이 하나로 살아갈 길을 제시하고 계셨다. 그 가르침을 접했을 때 외친 한마디. ‘와~ 부처님, 완전대박!’
모든 프로그램과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흘렀다. 문화재가 따분하다는 편견을 버리도록 재미있게 사찰문화재를 해설해주신 혜우 스님. 법문을 해주신 각운 스님, 원오 스님, 혜문 스님. 좋은 말씀 들으며 열광했다. 그 스님들이 나에게는 BTS가 아니던가. 저녁예불을 앞둔 늦가을의 찬 공기 어둠이 내려앉는 고즈넉함 그리고 중생을 깨우기 위한 법고의 소리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되었다.
새벽예불, 108배, 수정봉에 올라 싱잉볼 명상. 그 어느 것 하나 알차지 않는 게 없었다. 버킷리스트라는 게 있다.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말한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템플스테이’ 그리고 새벽예불 참석이었다. 처음인 만큼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기대 그 이상이었다. 바쁜 게 미덕인 현대인에게 잠시 멈춤과 내적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시간은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이번 법주사 사찰 순례는 빛을 통해 부처님의 깨달음을 환기시키는 석등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법주사는 대한민국 사적 50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의 유일한 목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 국보 3점, 보물 12점, 충북유형문화재 21점, 문화재자료 1점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나의 답사기에는 사찰건축물, 문화재, 가람배치도 등의 법주사 사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불교를 공부하게 된 한 개인의 감상을 적었다. 사찰문화해설사 공부를 하며 세세하게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12연기 등 불교적 지식을 흐름 정도는 알게 되었고, 개념들이 낯설지는 않게 다가올 것 같다.
초보자로서 불교를 종교적인 관점보다는 철학과 문화로 접근하는 나의 이 글이 불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우연으로 시작한 듯 하나 조금씩 알아가고 수행하며 신자다워질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게 해준 모든 도반들께 감사드린다. 불교에 발들이게 해준 ‘사찰문화해설사’과정, 그리고 제주불교청년회와의 인연에 감사한다. 절에 앉아 생각해본다. ‘뭔가가 좋다’라는 사실은 감정이 먼저 느끼는 것이고, 그게 왜 좋은지는 그 후에 이성적으로 이유를 책이나 문헌에서 찾아낸다. 마음이 들어간 것에서는 진심을 느낀다. 절이 좋은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부처님이 계신 곳을 불심으로 구현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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