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21) - 선정禪定 계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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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21) - 선정禪定 계발하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12.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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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불교 명상의 목적과 방법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대념처경」(D22)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닙바나(Nibbāna, 열반)를 실현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고, 성스러운 팔정도를 닦는 것이 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출세간의 도(道, magga)인 팔정도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예비단계이자 세간적인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 수행이 그 유일한 길이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필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지난 10여 년 이상을 사념처 수행을 해왔습니다.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수행으로 나타난 ‘마음의 고요함’은 사마타(samatha) 수행의 토대가 되고, 느낌과 마음과 법에 대한 마음챙김(sati) 수행은 물질(rūpa)과 정신(nāma)과 연기의 세 가지 법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서 위빠사나(vipassana) 수행의 토대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닙바나는 정신과 물질의 소멸입니다. 닙바나에 도달하려면 고(苦, dukkha)의 원인인 탐貪·진嗔·치痴에 뿌리를 둔 불선不善한 상카라(saṅkhāra)와 불탐·부진·불치에 뿌리를 둔 선善한 상카라, 둘 모두를 소멸시켜야만 합니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많은 질문은 바로 ‘나는 무엇인가’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질문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나는 오온(五蘊=色·受·想·行·識)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 다섯 가지의 법이 서로 엉켜 붙도록 윤회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무명과 갈애이고, 그로 인해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로 선업 또는 불선 업(業, 상카라)을 짓게 되고, 그 과보의 회전에 따라 삼계 중의 어느 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연기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뱀의 비유 경」 (M22)에서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고, 고苦이다. 그리고 제법諸法은 무아無我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명 중생이 사는 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든 것은 불변하는 실체가 없는데, 그 무상한 상카라(탐貪·진嗔·치痴)가 번뇌와 고통을 만들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제법무아’임을 깨닫는 것은 상카라를 멸하는 길입니다. 12연기의 순관順觀은 상카라의 길이요 고생길이나, 역관逆觀은 담마(法)의 길이요, 고를 멸하는 길이 된다는 말입니다. 
위빠사나 지혜란 지금·여기(now here)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과 물질 현상의 세 가지 특상인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것입니다. 이끼가 낀 물이나 부글부글 끓는 물에서는 호수의 밑바닥을 살펴볼 수가 없습니다. 앎과 봄의 지혜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물의 고요함[定]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중국 선종의 6조 혜능대사가 말씀하신 정혜쌍수定慧雙手가 바로 그러합니다. 
 「의도 경」(A10:2)에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 삼매에 든 자는 ‘나는 법(damma)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게 되기를’하는 의도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삼매에 든 자는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如實知見]은 당연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신과 물질의 본성을 알기 위해서 수행자는 자기의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생멸하는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는 능력을 키워야만 합니다. 이렇게 정진에 정진을 더하면 수행자는 더 이상 자기 몸과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가지고 ‘자아’라고 그릇 되게 여기지 않게 되고, 있는 그대로 여실히 그것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를 약한 위빠사나의 지혜라고 말합니다.
자세히 언급하면, 몸의 움직임을 사대(四大 : 地水火風)의 결합이 물리적 인과법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게 되며, 또한 정신적 움직임도 외부자극에 반응하여 생하고 멸하는 의식의 끊임없는 흐름의 상태로 바라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정신과 물질의 법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도록 하기 위해서 부처님께서는 계·정·혜의 삼학三學을 설하셨습니다. 팔정도의 정정진, 정념, 정정의 세 가지를 합해서 선정 공부[定學]라 하는데, 이를 두고 사마타 수행(samatha·bhāvanā)라고 말합니다.
팔정도의 여덟 번째 요소는 바른 삼매(Sammā·Samādhi)인데, 여기에는 초선정,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을 포함합니다.  『청정도론』에서는 바른 삼매를 색계 사선정, 무색계 사선정, 그리고 근접삼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선정을 어떻게 계발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40가지의 사마타 수행주제가 있습니다. 근접삼매나 본삼매(선정)를 얻기 위해 이들 중 어떤 주제든 선택해도 됩니다. 
계발할 사마타 수행주제를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은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ānāpānasati, 아나빠나사띠) 수행을 시작하면 됩니다. 필자도 대다수의 수행자들이 선택하였듯이 이 호흡관법을 통해 마음의 고요함을 체득하고, 여기에다 사대요소 수행을 추가하여 물질의 생멸 흐름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통찰하시고 설하신 사성제의 진리는 성능 좋은 현미경의 도움 없이 작은 미생물을 볼 수 없듯이 삼매 없이 그대로 알거나 볼 수 없습니다. 
비록 천체 관찰용 망원경을 이용해서 태양계에 있는 모든 행성은 물론 은하계까지도 관찰할 수 있지만 진리를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습니다. 진리를 어떠한 외적 도구에 의존하여 깨달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수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내적인 힘, 즉 삼매의 빛입니다. 삼매를 갖춘 사람은 담마, 진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봅니다. 여실지견을 갖춤으로써 오취온五取蘊의 짐을 내려놓게 됩니다. 
다음부터 여러 차례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청정도론』 제8장에서는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出入息念 혹은 安槃念]을 모든 명상들 가운데 으뜸이라고 격찬하면서 경에 따라서 16단계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출입식념은 사마타에도 적용되어 사선정까지 증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해서 위빠사나 수행까지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수행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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