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럽 - 니중연화(泥中蓮花)의 정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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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칼럽 - 니중연화(泥中蓮花)의 정치를 기대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12.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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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 편집인
김승석 - 편집인

임인년壬寅年 새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의 먹구름은 가시지 않고 있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메커니즘mechanism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또 사회적 약자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만 가중시켰다.
그런 까닭에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여느 때보다 높다. 어느 나라든 지도자를 잘 뽑으면 흥하고 그렇지 못하면 쇠퇴한다.  
8·15 해방이후 75년 동안 우리는 보릿고개, 산업화, 민주화의 거센 흐름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G-20에 초대받을 정도로 선진국 진입을 공인받게 됐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두 분 대통령의 실정이 너무 큰 것 같다. 팬덤fandom 정치에 기대여 국민을 ‘편 가르기’한 것이나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가채무(2020년 기준 846조 원)가 매년 증가됨에도 놀라지도 않았고, 또 연평균 2%대 저성장임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탈脫원전 정책은 안정적 전력생산의 차질로, 분배 우선의 소득주도 성장은 투자와 생산의 움츠림으로, 적폐청산은 상처투성이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가난으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 및 금융규제는 수도권 아파트 상승을 부채질했다.
20대 대선 후보들은 실패한 과거 10년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라의 미래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대 정치사의 거목인 DJ는 1993년 12월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DJ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정치는 심산유곡에 핀 한 떨기의 순결한 백합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 흙탕물 속에서 피어야 하는 연꽃의 운명과 닮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탈리아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견문하고 나서 “정치는 종합 예술이라”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15대 대통령에 당선된 ​DJ는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우리 경제에 생기가 넘쳐나게 했고, 남북 분단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햇볕정책을 추진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예술처럼 감동을 주고 예능처럼 재미를 주는 신명나는 ‘닮은꼴 DJ정치’를 기대한다. 그런데 20대 대선 후보들 가운데 혹자는 혓바닥 쟁기질이 두렵지 않은지 중남미 스타일의 카멜레온 포퓰리즘 공약의 보따리를 열었다가 부정적 여론에 부딪치자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하면서 슬며시 손바닥 뒤집듯이 철회했다.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흙 수저’ 출신임을 강조하며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연꽃을 피우겠다고 공언했다. 지도자의 그릇은 태생과 출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업보에 의해 평가되어야 하므로,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자는 정치는 ‘작은 생선 굽기’ [治大國 若烹小鮮]와 같다고 말했다. 변혁을 추구한다고 기존질서를 송두리째 비틀면 작은 고기, 즉 민초들의 생활터전이 모두 초토화 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일 게다.
MZ세대 유권자들은 스마트하다. 대선 후보의 장밋빛 공약이 엄이도령掩耳盜鈴 식의 작은 복지에 불과한 지, 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문제 등등을 해결하는 큰 복지를 펼치겠다는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임에 있어서 정치의 기능과 역할은 크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나 간섭은 역逆기능으로 작용하여 독소가 될 수 있다. 전도몽상에서 깨어나 큰 정치를 해 줄 것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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