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절 5백 제주는 새 불토(佛土)의 인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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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 절 5백 제주는 새 불토(佛土)의 인연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1.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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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택 - 수필가 / 혜향문학회 회장, 前 제주소묵회 회장
김정택 - 수필가 / 혜향문학회 회장, 前 제주소묵회 회장

제주도는 ‘불교스러운 곳이다’라고 말하면 어법에 틀릴까? 대체로 ‘-스럽다’는 걱정스럽다, 다행스럽다 처럼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나 느낌이 있다’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는 영토가 작고 육지와 떨어져 있지만 불연이 깊은 곳이라는 뜻으로 제주도는 ‘불교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부터 한라산에 얽혀진 여러 인연 설화들은 제주도가 장차 세계가 우러르는 거룩한 새 불토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고 있다. 
석가여래가 입적한 후 그의 가르침을 결집하기 위해 모인 아라한(제자)이 500명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영실의 절경을 이루는 기암괴석들을 오백장군, 오백나한, 천불암(千佛岩), 병풍바위, 천불봉(千佛峰)이라고 한다. 영실을 에워싼 산릉(山稜)의 암봉군(岩峰群)은 영주십경의 하나인 ‘영실기암’을 이룬다. 마치 인도 영취산(靈鷲山)의 오백나한 모습 같아 영실(靈室)이란 이름까지 생겨났다. 
영실은 예부터 제주인들에게 신성한 공간이었다. 영실 주변의 분위기도 신성할 뿐 아니라 영실은 제주 불교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다. 제단 터 (남명소승南溟小乘1577)와 수행굴(제주판관 김치金緻의   遊漢拏山記 1609)과 존자암이 있었던 곳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530, 김상헌의 남사록(南槎錄 1601). 
면암선생의 한라산 유람기(1875)에는 “영실에 이르니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에 우뚝우뚝한 괴석들이 웅장하게 늘어서 있는데 모두가 부처의 형태였으며 백이나 천 단위로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는 바로 천불암 또는 오백장군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至瀛室。高頂深壑。頭頭恠石。森列䧺威。亦捴是佛形。其數不但以百千計焉。卽名千佛巖。亦所謂五百將軍也)”고 하였다. 이곳에는 아들 5백 명이 어머니 설문대할망을 잃게 했다는 자책감으로 돌이 되어 버린 화석(化石) 모티프 이야기가 전해온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여신이다. 장한철(張漢喆)의 표해록(漂海錄 1771)에는 표류하는 제주사람들이 한라산을 향하여 설문대할망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나는 오래 전에 “설문대할망이 오백아들을 먹이려고 쑤어 놓은 죽에 빠져 죽었다면서 물장오리 오름의 창 터진 물에서 사라졌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를 화두 삼아 궁구했으나 아직도 이 성리문답을 풀지 못하고 있다. 
한라산 영실 서쪽에 있는 표고 1374m의 오름을 불래악(佛來岳, 佛來山, 볼레오름, 불래오름)이라고 한다. ‘볼레’는 보리수(菩提樹)나무의 열매, 또는 보리장나무(볼네낭)의 열매를 뜻하기도 한다. 석가모니불이 정각을 이루었을 때 앉아 계신 곳을 덮고 있던 나무이다. 불래악 남사면의 평평한 등선에 인도 발타라존자가 머물러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존자암이라 했다. 오백나한 설화를 통해 한국불교의 남방전래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주기(法住記)에는 이곳을 한국 불교 초전 법륜지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하늘이 만들어 놓고 땅이 감추어 두었다가 진짜 임자에게 주었다.’(所謂天作地藏以遺其人者也)고 하는 그런 곳일 것이다.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앙 대상은 한라산신과 바다의 용왕(龍王)과 바람신(영등신: 燃燈神)이었다. 특히 한라산은 영주산(瀛洲山), 부악(釜岳), 부라악(釜羅岳), 두무악(頭無岳), 원교산(圓嶠山), 원산(圓山)이라 하여 제주사람들과 사찰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산이다. 예전에는 ‘하늘산’이라 하다가 고려말 한자 표기 과정에서 한라산으로 되었다고 한다. 
제주에는 당오백 절오백이 있을 정도로 당과 절이 많았다하나 왕조시대에도 ‘절5백’까지는 이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제주 유배객 김정(金淨)은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 1521)에서 “음사(淫事)와 함께 부처에 기울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명종 20년(1565) 12월에 변협(邊協) 목사는 보우(普雨) 스님을 장살하고 후임 곽흘(郭屹) 목사는 불상과 사찰을 훼철하는 등 억불숭유정책을 펼쳐 1702년 이형상(李衡祥) 목사에 이르러 제주도에는 불교의 맥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형상 목사는 남환박물(南宦博物 1704)에서 “온 섬 5백리에 사찰이나 불상이나 승려도 없고 염불자도 없으니 불도의 액이라 말할 수 있다.”고 표현하였다. 당시의 상황은 그가 남긴 탐라순력도 1703의 ‘건포배은’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에 1702년 12월 20일 이형상 목사의 선정에 대해 도민들이 감사의 표시로 임금께 절을 올리는 모습과 신당이 불타는 모습을 그려놓았다. 동쪽 만수사(萬壽寺)와 서쪽 해륜사(海輪寺)를 헐어 관가의 건물을 짓도록 하고 그곳에 동자복(東資福)과 서자복(西資福) 불상은 남겨두었다. 
제주도의 불교 유적지는 근대 이전의 유적지만 약 85개소가 확인되었으나, 그 밖에 30여 곳의 사찰터가 더 있다. 고문서로 보는 제주도의 사찰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530에 15곳. 이원진(李元鎭)의 탐라지(耽羅志 1653)에는 25곳(당시 현존 16곳, 폐사지 9곳), 탐라전도(耽羅全圖 1700년경)』에는 9개곳. 조선강역총도(朝鮮疆域叢圖 조선 영조연간)에 10곳, 해동지도(海東地圖 1750)에는 3곳이 기록되어있다.  
기록에 따르면 4·3사건 이전에는 사찰 수가 100여 곳에 이르렀으나, 제주 4·3 사건 당시 전소, 파옥, 철거된 불교 유적지는 총 35개소(제주시 26곳, 서귀포시 9곳)가 확인되었다. 1950년대 초에는 사건이 종료되면서 80% 이상의 사찰이 폐사되거나 활동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제주도는 불교 신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 속한다. 현재 제주도내 사찰은 210곳이 넘는다. 조계종 사찰은 70여 곳이고, 태고종 사찰(1970년부터 등록)은 총 80여 곳, 그 외 종파 사찰은 60여 곳이라고 한다. 1995년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제주도의 종교 인구는 24만9,450명으로 도 전체 인구의 49.4%이다. 전국 인구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3.2%인데, 제주도는 33.6%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지만 부산(38.2%)과 경남 지역(36.3%)보다는 낮다. 
정치적으로 제도권에서 밀려난 불교는 수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신앙적 측면은 민중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고 불교 신앙이 민중 생활 속에서 토착화하였다. 제주도에선 불교용어가 지명이나 일상용어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권제오름(제오름, 표고 298m), 가사봉(袈裟峰, 가세오름. 표선면 토산, 200m). 바리오름(바리메, 鉢山, 763m), 족은바리메(표고 726m), 노꼬메큰오름(834m) 노꼬메족은오름(애월 금덕리 놋기메, 775m) 따위다. 면암선생은 백록담 주위를 석가여래가 가사와 장삼을 입은 모습으로 비유하기도하였다(盡是釋迦如來著袈裟長衫形. 遊漢挐山記(1875).
오름이나 동산, 밭에 절이 있었다면 지명을 절오름(寺岳, 서귀포시보목동 동쪽 바닷가의 오름, 표고 95m), 극락오름(애월고성리 극락사, 314m), 성불오름(송당리 성불암, 362m), 원당오름(元堂峰, 삼양1동 원당사, 171m), 절왓동네(寺田洞, 남원읍하례1리), 절물마을(외도1동), 절동산(1939년 해륜사 현 용화사), 탑이 있으면 불탑사(보물 제1187호 오층석탑)라 하였다. 물이나 샘이 있으면 절물오름(697m), 절세미터(애월 금성리 도림사), 굴이 있으면 수행굴(해발 1,400m 부근), 산방굴사(영주10경의 하나)라 한다. 
제주도가 장차 새 불토가 될 것이라는 예시를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퍼져 그 은혜가 일체중생을 덮어주고, 불교도들은 보은의 교화에 더욱 열심 한다면 우리 고장 제주도는 낙원세계로 각광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부처님 법을 오롯이 받고 못 받는 것은 각자의 공부에 있기 까닭이다. 이에 양운(陽韻)으로 칠율을 남긴다. 

隱文說話 緖端彰 (은문설화서단창)  설화에 숨겨진 글 단서를 밝혀내면
此裡伽藍 見好詳 (차리가람견호상)  이 속에 좋은 가람 잘도 보이네 / 
地僻邦民 恒産遂 (지벽방민항산수)  궁벽한 땅 백성은 생업으로 살아가고
靈區物色 給幽囊 (영구물색급유낭)  영산의 경관은 이야기 주머닐 남겼네/ 
瀛洲莫謂 浮茫渺 (영주막위부망묘)  영주가 바다에 떠있다고 말하지 말라
一點圓山 鉢若艡 (일점원산발야당)  한 점의 한라산이 반야선이라네/
濟度利生 其使命 (제도이생기사명)  세상을 건져 살리는 게 사명이라면
因緣佛土 正蒼蒼 (인연불토정창창)  불토 인연이 그야말로 창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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