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 선시 禪畵 禪詩 - 바보막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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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선시 禪畵 禪詩 - 바보막대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1.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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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집 마님 종에게 말했어.
내일 아침 일찍 장에 다녀오너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종
십 리 장을 한 걸음에 갔다 왔대.

헉헉대며 들어오는 종에게 마님 물으니
장에 갔다 왔대.
장에는 왜 갔냐고 물으니
마님이 아침 일찍 갔다 오라해서 갔다 왔대.
그냥 갔다 왔대.

마님 기막히고 코 막히고 
세상에 이런 바보 있나싶어
막대기 하나 주며 말했대.
너보다 더 바보 만나면 이 막대기 주거라.
세월 흘러 마님 늙고 병들자 
날마다 이런 노래 불렀대.
애고 죽겠다 
애고 죽겠다 

이 노래 듣고 있던 종, 마님께 물었어.
언제 죽어요?
죽으면 어디로 가요?

할 말 없는  마님
모른다.
모른다.

이 때다 싶은 바보 종
냉큼 그 막대기 마님께 주더래.
저보다 더 바보 찾았다고 좋아하며 주더래.

시원하게 웃을 만한 이야기 하나 없을까 생각다가 불교 텔레비전에서 들은 이야기를 시로 써 보았어. 
학교 다닐 때 생각해보면 좀 바보스럽다싶은 친구들이 한 명쯤은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바보스럽다고 말했지만 실은 한없이 착한 친구들이었지. 영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늘 양보하고, 다른 친구들한테 밀리고.……. 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하고 내가 다르다고 생각했어. 나름 좀 똑똑하다고 생각했거든. ^ ^ 그런데 어른이 되어 옛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 친구들이 나를 바보스런 친구로 기억하더라고. 내가 좀 맹했다는 거야. 
내가 좀 한 박자씩 느리기는 해. 우스운 이야기를 들어도 남들이 한바탕 다 웃고 난 다음에 “아, 그게 그런 거였어?”하면서 나중에 혼자 웃거든. 나를 흉보는 소리에도 누가 콕콕 집어 알려주어야만 “아, 그게 그런 거였어?” 하고 뒤늦게 기분 나빠하기도 해. 
그런 바보인데도 나는 가끔 다른 사람을 무시해. 물론 속으로!  ‘정말 답답하네.’ ‘좀 모자란 거 아니야?’ ‘저 사람이 뭘 알겠어?’ 그러다 뜻밖에도 그 사람에게서 나한테는 없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부끄러워서 땅속으로 숨고 싶지. 고백하건데 내가 속으로 살짝 무시했던 사람들 가운데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아.
언젠가<제주 테그 21>이라는 지식토크쇼에 간 적이 있어. 이 토크쇼는 서울과 제주 단 두 곳에서만 열리는 지식 토크쇼인데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 나와서 강연을 해. 그 많은 강연 가운데 내 마음을 울려주는 한 마디가 있었지. 바로 JD솔루션 대표 제영호 아저씨의 좌우명 같은 한 마디야. 
 “모든 사람은 나보다 똑똑하다.” 
모든 이를 부처님으로 받들고 살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지?
그 아저씨는 여러 가지 특별한 스피커 개발을 한 사람인데 그 가운데 해적을 방어하는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해서 국내는 물론 미국 백악관에서도 큰 상을 받았다고 해. 굉장히 성공한 사업가지. 그런 그 아저씨가 당부하는 말이 모든 사람을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으로 생각하라는 거야. 자기가 이루어낸 성공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덧붙였어.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으로 기계를 만들어서 그런지 그가 만든 기계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너희들이야 그럴 리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자기보다 못나 보이는 친구라고 무시하거나 바보라고 놀리지 말았으면 해. 그러다가 그 친구한테 바보 막대기를 물려받으면 무슨 창피니!

글 : 김희정(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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