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① - ‘회전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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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① - ‘회전 교차로!’
  • 글·수월심 김현남 불자 
  • 승인 2022.01.18 2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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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21%가 제주에 설치돼
진입차량 우선권 갖고 움직여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아침, 떡국을 끓여먹으며 내가 몇 살이 되었는지보다 제주에 와서 +1년, 2년차가 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느껴졌다. 제주 이주민은 제주 이외의 다른 지역(외국 또는 육지부)으로부터 제주로 거주지를 옮기고 정착한 사람을 가리킨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제주에 온다. 많은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을 한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없고 나 또한 대표성을 지니지 않는다. 그러나, 말하고 싶다. 제주가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 제주의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
그 첫번째는 오름, 숲, 바다, 한라산, 고기국수 아니고 회전교차로(回轉交叉路, roundabout)이다. 
회전교차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십자 교차로 대신 도로가 만나는 중심부에 교통섬을 두어 차량이 똑바로 가는 것이 아닌 이 교통섬을 돌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제주에 와서 차를 타고 다니며 낯설게 느꼈던 것은 육지에는 거의 없는 회전교차로의 존재였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461개 회전교차로 중 약 21%인 95개가 제주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는 교통사고 예방 및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으로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에 약 461개의 회전교차로를 설치했다. 회전교차로 시범도시로 선정된 제주가 95개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45개, 전남 32개, 경북·경남·전북 각 31개, 강원 30개, 서울 29개 등이 설치됐다. 신문기사가 말해주듯, 전국에서 회전교차로가 가장 많은 곳이 제주이니, 내가 제주에 와서 느낀 회전교차로의 많음이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이다. 회전교차로의 통행방식은 회전하는 차량이 우선이다. 진입하는 차량이 양보해야 하며 회전방향은 시계반대방향이다. 어딘가를 가다가 회전교차로가 나타나면 스르르 속도를 줄이고 빙그르르 돌아 방향을 바꾼다. 여기에서의 방점은 스르르 그리고 빙그르르. 참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방향의 전환이다. 교차로에서 만나는 차들은 애써 대화하지 않아도 무언의 약속에 의해 진입차량이 우선권을 갖고 먼저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지녀 여유있게 긍정하는 마음을 지닌 제주민들의 장점이다.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다른 것이 제주민들의 자긍심, 지역 부심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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