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나의 임사체험(臨死體驗)
상태바
도대불 - 나의 임사체험(臨死體驗)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08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택- 수필가 / 혜향문학회 회장前 제주소묵회 회장
김정택- 수필가 / 혜향문학회 회장前 제주소묵회 회장

나는 요양원 촉탁의라는 직업상 사람들의 죽음(사망)을 확인해야 하고 사망진단서를 수시 발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차에 부딪치고 몇 미터 날아가 떨어지자 몸에 담겨 있던 내(영혼)가 내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을 겪었다. 나는 멀쩡한 상황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죽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2016년 2월 4일 새벽기도에 다녀오던 건널목에서 과속으로 내려오는 SUV 차량에 받혀 약 6m 허궁잡이로 나가떨어지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얼마간 의식을 잃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내(영혼)가 육신을 빠져나가 새하얀 밝은 빛이 둥그렇게 비쳐 나오는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작은 빛의 정점이 점점 더 커져갔다. 멀리서 아주 평화롭게 매우 빠르게 나르듯 날아갔다. 그 동안은 고통도 번민도 생각조차 없는 기분 좋은 세계였다. 그 밝은 빛이 일원상의 광명이었던가, 장엄하며 아주 밝되 눈부시지 않는 맑은 빛이었다. ‘진리의 세계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이며 ‘깨달은 자의 빛’이고 법신불의 가슴에서 나온 빛이라고 여겨졌다. 마치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것처럼 나의 영은 대자유를 얻고 허공을 가볍게 날며 어둠의 터널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이었다. 아주 빠르게 반짝이는 별의 세계를 한 바퀴 휘돌아서 불빛이 명멸하는 도시 위를 맴돌기도 하고 동화세계처럼 여기 저기 날아다녔다. 
이윽고 나는 3m쯤 공중에서 내가 누워있는 모습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이 달려오고 길바닥에 팽개쳐 있는 나를 들것에 옮겨 하얀 포를 덮고는 구급차에 싣는 것이었다. 그런 장면을 가까운 공중에서 아무런 무게감도 없이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어딘가 옮겨가고 있었다.” 

나의 경험을 확대시켜 누구에게나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신마취나 심박정지를 당한 환자 중에는 침대에 눕혀있는 자기의 모습을 천정에서 내려다보았다는 경험이나 수술을 받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남의 일처럼 보았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체험은 마치 현실에서 겪었던 것처럼 강렬하게 기억된다고 말했다. 
영과 육이 분리되었던 나의 경험은 임사체험(臨死體驗 또는 近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 NDE)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죽어서 직면하고 죽음의 갈림길로 가는,  말하자면 이 세상과 저 세상과의 경계를 헤매는 체험이다. NDE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Raymond A. Moody, JR가 처음(1975) 사용한 용어로, 그는 임종에 가까웠을 때 혹은 일시적으로 생물학적 사망상태에서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사체험은 정신이 정상일 때의 주관적인 체험에 가깝지만, 재현하기가 어려워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최근 ‘사망 뒤에도 일정시간 의식이 존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뉴욕대(NYU) 랭곤의대 Sam Parnia 교수는 과학전문매체《라이브사이언스》의 기고를 통해, 사망한 후 일정시간 동안은 사망자가 의사의 사망선고나 가족들의 오열 등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사망을 심정지로 기준 잡을 때 심장이 멈춤과 동시에 뇌가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니며,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주위를 의식할 수 있는 기능이 잠시나마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청각이나 기억 등의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뇌 세포가 완전히 기능을 잃기까지는 몇 시간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보편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연구 중”이라며 현재 유럽과 미국의 두 대학과 함께 계속 ‘사후(死後) 의식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사체험을 해본 이들의 이야기나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개인차가 많았지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다. 
①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② 물리적 육체를 떠난다(유체이탈遺體離脫). ③ 귀에 거슬리는 소리,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난다. ④ 어두운 터널에서 밝은 빛을 향해 빨려나간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고 자연광이다. ⑤ 의식이 평상시보다 정묘하고 맑게 갠 느낌이다. ⑥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하고 고요한 안도감에 휩싸인다. ⑦ 다른 사람(죽은 친족이나 그 외의 인물)과 만난다. ⑧ 자기과거가 주마등처럼 나타난다. 어떤 깨달음(성찰)이나, 인생회고(Life review)의 체험과 같다. ⑨ 터널의 끝 너머로 다른 세계가 있는 것 같다. 경계 혹은 한계, 사후의 세계와의 경계선을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사체험에는 공통점과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그 기본은 ‘유체이탈’, ‘터널’, ‘빛’의 세 가지 요소이다. 
임사 체험자 중 75% 이상이 체외이탈 현상을 경험한다. 또 체외이탈 중에는 ‘하늘의 세계에 들어간’ 후에 ‘어떠한 경계선을 느껴 되돌아왔다’는 증언도 많다. 임사 체험자 중 30%의 사람들이 ‘체험 중에 그 이상 안 되는 어떠한 경계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한다.
임사를 체험한 아이들의 88%가 빛의 세계에 들어갔었다고 말한다. 어두운 터널 안에 떠올라 있는 자신을 깨닫고, 그 다음에 빛을 보는 체험을 한다. 이 ‘빛’은 자연적인 아주 밝은 빛이나 눈부시지는 않다. 체험자의 상당수는 이 빛에 감싸여 보호된다는 감각을 느낀다. 연인이나 가족에서 느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포근함을 느낀다. ‘빛’ 체험 자체에는 문화를 넘은 공통점이 있지만, 그 해석은 문화적인 학습영향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느꼈던 ‘일원상의 광명’, ‘진리의 세계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 ‘깨달은 자의 빛’, ‘법신불의 가슴에서 나온 빛’이라는 확신은 내가 평소에 일원(一圓) 신앙에 길들여 있음이 아닐까.
터널은 광대하고 깊숙하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죽은 가족의 모습이나 종교적 인물의 형태가 보인다고도 한다. 내 경우처럼 터널에서 나와서 별빛 또는 도시 위로 떠도는 경험은 많지 않다. 
임사체험에서는 한 때의 자신의 인생의 모든 순간, 일상에서는 잊고 있던 과거의 전체 경험이 파노라마로 눈앞에 재현된다는 것이다. 이를 인생회고(Life review, Fash back) 체험 또는 ‘파노라마체험’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 경험이 없지만, 임사 체험자의 약 25~30%에서 나타난다. 이 회고 체험에는 ‘빛의 존재’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와 나타나지 않는 수가 있으며, 전자가 체험이 강렬하게 된다. 그러나 자살 미수자의 임사 체험에는 빛의 현상은 대부분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임사 체험(지옥)을 한다는 것이다. 
죽어보면 알게 된다. 인생은 의미가 있으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삶이라는 선물에 새롭게 눈뜬다. 내가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