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그림의 떡
상태바
도대불 - 그림의 떡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16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봉(시인, 수필가)
양재봉(시인, 수필가)

TV를 켰더니 산사 음식을 방영하고 있었다. 온갖 산나물에 잡곡밥을 이용한 비빔밥이 먹음직해 입안엔 침이 고인다. 건강식 같아 보여 더욱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어쩌랴 화면으로만 보는 그림의 떡인데. 저녁엔 아내에게 말해보겠지만 소원이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그림의 떡은 그뿐만이 아니다.
재난지원금, 노령 연금, 아동 수당, 실직 수당, 최저임금에 따른 기업 보조금, 각종 지원금을 받아 가라는 소식이 우리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음식인 조청, 감주, 발효 미생물에 관련한 교육을 한다. 그에 필요한 재료를 미생물 농법으로 직접 농사지어 왔다. 보리와 밀을 수확하여 싹을 내고 자연 건조한다. 그렇게 하려니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그래야 좋은 상품이 나왔다.
조청이나 감주는 주재료인 엿기름이 가장 중요하다. 첫해는 준비가 미흡했다. 우리가 생산한 엿기름이 모자라자 사서 사용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값싼 것을 알아봤더니 수입산이다. 농약, 중금속, GMO 농산물일 가능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모 영농법인에서 생산한 것을 샀더니 조청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값도 비쌌다.
마침 은사님이 빌려주신 너른 땅에 보리를 재배하게 되었다. 풍성한 수확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는 기온이 내려간 겨울 전후로 엿기름 놓기에 정성을 쏟았다. 여유분은 잘 포장하여 한쪽에 쌓아가는 풍요도 기쁨이었다.
보관하고 오래되지 않았는데 벌레가 일기 시작했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은 보리로 만들어진 영양 많은 엿기름이라 쉽게 벌레가 생겼다. 급히 사촌 동생네 저온저장고를 빌려 넣어야 했다.
저온저장고를 설치하거나 사는 것이 급선무다. 알아보니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다.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교육이나 점검차 자주 왔던 일로 저온저장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새해가 되자 지원 신청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숙원이던 일이 풀리겠다며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갔다.
시설비는 집이 담보되어 있어서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집의 경우는 근저당 설정을 하고 20년을 상환하여 왔으니 10% 정도의 상환금만 남았다. 부동산 평가액을 따지면 아주 낮은 금액이 남아 있는데도 자격이 없단다. 예전과는 달리 또 다른 제약으로 받을 수 없게끔 만들어 놓았다. 그림의 떡이다.
담당 직원은 여러 가지 사업자금이 배정되어 있지만 받을 사람이 전무하다고 한다. 너무 엄격한 규정으로 자격을 충족한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소연이다. 중앙에서 어렵게 확보해놓은 자금이 받을 사람이 없어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저온저장고 설치의 꿈을 접고 돌아오자니 허탈했다. 선거철엔 모든 걸 국민에게 내어 준다며 북 치고 장구 치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더니 항상 이런 꼴이다. 그림의 떡만 잔뜩 만들어 놓고 복지를 외침이다. 지상에서도 기업 지원자금은 그림의 떡이라는 내용을 보았다. 설마 하고 의아했는데 직접 당하고 보니 실감이 난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공약이 많기도 한데 몇 퍼센트나 지켜질지 모르겠다. 이번엔 국민의 입장에서 민생을 살피는 사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며 손을 모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