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④ - 4·3을 제대로 아는 일은 서천꽃밭에서 환생꽃 가져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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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④ - 4·3을 제대로 아는 일은 서천꽃밭에서 환생꽃 가져오는 일
  • 글·수월심 김현남 불자
  • 승인 2022.03.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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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와서 불자로 거듭나고 있는 글쓴이 수월심 김현남 불자는 제주사찰문화해설사 3기로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인년 새해에는 제주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소박하게나마 제주불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겠다고 한다.

4·3 사건은 그 명칭 때문에 4월3일에 일어난 사건 혹은 그날 시작된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잡는다. 
“지슬”이란 영화를 보았다. 2013년이었다.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어다. 마을사람들이 토벌대를 피해 숨은 큰넓궤(크고 넓은 동굴이라는 뜻의 제주어)에서 따뜻한 감자를 나누어 먹는 그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대비되도록 평화로운 장면이다.  영화는 1948년 11월 말부터 1949년 1월 중순까지 숨어 지내다 토벌대에 발각되어 희생당한 안덕면 동광리 주민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국정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자란 평범한 사람이다. 이렇게 그냥 보통의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이런 엄청난 역사적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가려지고 숨겨진 역사를 영화를 통해 작은 조각이나마 엿보게 되었고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권력자들은 말을 지어내 세상을 지배한다”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표현이 생각났다. 역사란 사실의 기록일 것 같지만,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 가해자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4·3 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일제의 패망 이후 반란을 일으킨 남조선로동당 무장대와 미군정, 국군, 경찰이 충돌하였고 그 이후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폭력테러를 남북한의 이념갈등을 발단으로 이승만 정권과 미국 정부가 묵인하면서 초토화 작전 및 무장대의 학살로 인해 많은 주민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이다. (네이버 검색 나무위키에서)
2021년부터 제주에 살며 제주민이라면 자연스럽게 보고 들으며 몸에 체화되어 있는 것들을, 외지인이기에 찾아다니며 익히고 있다. 제주의 좋은 자연환경, 여유 있는 삶만을 누릴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도 알아야겠기에 ‘4·3 인문학강좌’를 수강했다. 내가 참여한 것은 ‘역사의 현장, 4·3 길을 걷다’였다. 컬러로 복원한 ‘제주도 메이데이’ 영상을 시청하고 영상에서 보여진 현장을 직접 탐방했다. 메이데이 영상은 사건 관련 무성 기록 필름으로 미군정이 촬영한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촬영했는지 설명을 듣는 과정은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강사님이 영상을 보며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 진상을 알려주시고, 현장에 나가서는 그 영상 속 어느 부분이었는지를 알려주며 직접 현장에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전소되어 없어진 마을의 모습은 황폐화되었거나 지금은 집과 건물들이 되어 설명 없이는 그 때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평화로워 보였고 시간은 그렇게 무심히 흘렀다. 2009년 259구의 유해를 수습한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북동쪽 구덩이 끝에서도 여전히 비행기는 뜨고 내리고 있었다. 
제주4·3평화재단이 발표한 ‘제주4·3 인지도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68.1%가 ‘4·3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18광주민주화운동(99%), 노근리양민학살사건(75.7%)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응답자 중 50.2%가 제주4·3에 ‘관심 없다’고 했다. 이는 ‘관심 있다’고 응답한 16.2%보다 3배 더 높았다. ( http://omn.kr/qsa0)
4·3 사건이 단지 한 지역의 불행한 사건이라고 치부되지 않아야 한다. 이는 공권력이 범죄를 방조, 묵인, 조장한 결과이며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과거를 지배한 사람이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과거를 지배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을 떠올린다.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알아야 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지만, 위정자들은 속이고 유리하게 말바꾸기에 바쁘다.
제주 신화 ‘이공본풀이’에는 한락궁이의 환생꽃이 나온다. 그 신화 이야기 안에서는 힘오를 꽃, 뼈오를 꽃, 살오를 꽃, 피오를 꽃, 숨쉴 꽃을 구해서 가져오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후손들이 4·3 사건을 제대로 아는 일은 지금 우리가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가져오는 일이다. 또한 제주의 ‘차사본풀이’를 차용하여 만든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귀인을 이렇게 정의한다. “귀인이라 함은 남을 먼저 돕고 배려하는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망자이거나, 자신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억울한 망자를 일컫는다.” 우리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한다면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귀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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