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럼 - 대선 표차 0.73%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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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칼럼 - 대선 표차 0.73% 의미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3.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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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준 (본지 비상임논설위원, 前 제주도기자협회장)
임창준 (본지 비상임논설위원, 前 제주도기자협회장)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은 결국 윤석열 후보의 신승으로 귀결되었다.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의 표 차이는 0.73%이고 24만7077표에 불과했다. 서울의 1개 구(區)의 구민수에도 부족한 숫자이다.

이번 선거에 국민은 윤석열 또는 이재명 낙선자를 구별하지 않고 한쪽으로 몰표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이 석패했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윤석열이 과반수를 넘지 않고서도 간신히 이긴 것이기에 그 울림은 컸다. 민심이 절묘하게 이·윤 양쪽에 거의 균형을 이루게 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실책에 편승하여 압승으로 끝나야 할 선거에 간신히 0.7% 표차로 이겼다는 점을 깊게 되새겨 봐야 할 일이다. 이처럼 어려운 승리가 가능했던 가장 큰 동력은 문재인 정권의 교체를 바라는 민심 때문이었다. 대선 기간 중 ‘정권 교체를 하자는 민심은 언제나 정권 유지론’을 크게 앞섰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윤 당선인의 승리이자 정권 교체 민심의 승리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을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국민이 동의한 게다.
문 정권이 나라 전체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헝클어진 국정 분야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탈(脫)원전과 소득 주도 성장, 24번이나 내건 부동산 정책의 실패, 포퓰리즘의 늪,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자기 편 인사 챙기기, 국정수행 등 수 없이 많다. 특히 문 정권은 5년 간 국가 부채를 415조원이나 늘려놓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문 정권 이전까지 역대 정부가 진 빚이 모두 600조원임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방만한 빚 늘리기였다.

정치와 선거가 포퓰리즘(인기협합주의)에 감염되면 정치인들은 경쟁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는 주거니 받거니 수백 조 지출 규모 공약을 쏟아냈다. 이 ‘폭주 열차’를 멈추지 않으면 지금 청년 세대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나라를 물려받게 될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 도시 골목에선 어린아이들이 돈으로 딱지치기, 종이비행기 등을 만들며 논다. 돈이 휴지조각인 셈이다. 그만큼 경제 실패로 돈 가치가 떨어졌음을 말해준다.

윤 당선인은 공약한 내용 가운데 도저히 감당 못 할 약속들은 욕먹을 각오로 거둬들였으면 한다.

안철수와 단일화는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 득보다는 실이 됐다는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3차례의 TV 토론회과정에서 안 후보는 윤에게 거침없는 질문과 비판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럼에도 마지막 3차 토론회 직후 안 후보 쪽에서 먼저 윤 후보를 만나 단일화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에 안 후보만 바라보며 지지입장을 견지하던 많은 사람들을 허망하게 했다. 우리 정치의 모멸적 수준을 보여준다. 더구나 안은 그가 속한 국민의 당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단일화를 밀어붙였다. 그에게 당은 고작 허수아비에 다름 아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이 윤 당선자보다는 이재명 쪽으로 더 돌아섰다는 정황도 조심스레 나온다. 안철수는 4번이나 선거에 나섰지만 모두 중간에 철수했다. 이번만은 ‘안 철수’라며 ‘철수’하지 않고 완주하겠다고 공언해 온 그가 꼭두새벽에 철수 한 것을 놓고 윤석열과 자리 나눠 갖기, 야합이란 정치권의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늦은 밤까지 TV 3차 토론회를 본 유권자들은 다음날 눈을 뜨고 보니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결정한 행태에 놀랐다. 역시나 안철수가 막강한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단일화의 꿀맛을 안은 처음 누렸다. 일부 정치권에서 야권 단일화를 야합과 자리나눠 먹기식 행태라는 주장에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는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톡톡한 재미와 맛을 본 사람이 안이다. 이런 행태는 우리나라 정치를 더욱 혐오스럽게 할 수도 있다.

패장(敗將) 이재명을 두고 ‘잘싸졌’(잘 싸우고도 졌다)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그가 “선거 패배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 라는 겸허한 자세를 보인 것은 많은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는 어찌 보면 이번 선거로 끝난 게 아니라 다음을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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