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4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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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4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1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4.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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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 주변으로 제자들이
모이고 교단이 형성된다

각원사 대웅보전 동쪽 벽의 마지막 칸에 그려진 벽화는 총 15장면이다. 맨 아랫단 왼쪽에 녹야원에서의 첫 설법 장면을 그렸고, 그 위로 네 단에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설법과 기적을 행하고, 외도를 제도하며, 그 과정에 자신 곁에서 수행하며 불법을 전파할 제자들을 얻는 장면이 묘사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면 앞에 표시된 번호는 『석씨원류』의 실린 판화 순서이다.

5단    74 청불환국(請佛還國)     73 가잉방불(假孕謗佛)      72 가섭구도(迦葉求度) 
4단    71 영도투불(領徒投佛)     70 죽원정사(竹園精舍)      69 기제제기(棄除祭器) 
3단    68 급류분단(急流分斷)     67 항복화룡(降伏火龍)      66 야사득도(耶舍得度) 
2단    65 선사회책(船師悔責)     64 선인구도(仙人求度)      63 도부루나(度富樓那) 
1단    62 전묘법륜(轉妙法輪)     61 범천권청(梵天勸請)      60 이상봉식(二商奉食)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들은 다섯 비구가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존께서는 바라나시와 주변 국가들 돌아다니며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촐한 행로였다. 
카필라바스투의 정반왕의 국사에게는 싯다르타 태자와 같은 날에 태어난 부루나(富樓那, Pūrna)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한 것을 보고 자신도 출가하여 용맹하게 정진, 오신통의 경지에 도달했다. 천안으로 세존께서 녹야원에서 설법하는 것을 보고, 세존에게 찾아가 도를 구한 후 부처님 제자 중 ‘설법제일’의 제자가 되었다(도부루나, 불본행집경). 
한편 아반제국(阿般提國)에는 국왕의 스승인 대가전연(大迦旃延)이라는 성을 가진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둘째 아들 나라타(那羅陀)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아사타 선인에게 가서 수행하여 오신통을 얻었다. 어느 날 용왕이 어떤 게송의 뜻을 나라타에게 물었는데 그 뜻을 알 수 없자 그는 세존께 찾아가 자문을 받고 크게 환희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하니, 세존께서는 이름을 그의 종족의 성을 따라 가전연(Kātyāyana)이라 지어주었고, ‘논의제일’의 제자가 되었다(선인구도, 불본행집경). 
왕사성에는 사리불(舍利佛, Śāriputra)과 목건련(目犍連, Maudgalyayāna)이라는 총명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친한 친구로 묘법을 듣게 되면 서로에게 가르쳐 주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어느 날 사리불이 라자그리하 북문에서 탁발하고 돌아가는 세존 제자의 단정함에 감복하여 스승이 누구인지를 묻게 된다. 목건련과 함께 죽림정사에 계신 세존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다 환희심이 생겨 자신들을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 출가하였다. 사리불은 ‘지혜제일’, 목건련은 신통력이 뛰어나다 해서 ‘신족제일’로 불린다(영도투불, 과거현재인과경).
투라궐차국(偸羅厥叉國)의 지혜로운 바라문인 가섭(迦葉, Kāśyapa)은 부자에다 부인은 온 나라에서 둘도 없이 단정한 여인이라 평판이 높았으나 세간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강해 결국 스스로 출가한다. 이에 여러 천신들이 가섭에게 세존께서 죽림정사에 계시니 찾아가기를 권하고, 가섭은 세존을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청한다. 세존의 말씀을 듣고 아라한과를 얻고 세존 열반 후에는 첫 번째 결집을 주도한다. 규율을 엄격히 지켰다 해서 ‘두타제일’이라 불렸고, 우루빌라의 가섭 삼형제와는 다른 인물이며, 구분하기 위해 대가섭, 마하가섭이라 불린다(가섭구도, 과거현재인과경).
이렇게 세존은 뛰어난 제자들을 얻는 한편 재가 신자도 받아들인다. 바라나시에 사는 부유한 장자의 아들인 야사(耶舍)가 세존께 출가를 원하자 세존께서는 계를 주어 제자로 받아들였다. 아들이 출가한다는 소식을 들은 야사의 아버지가 찾아와 슬퍼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전하지만 야사는 뜻을 꺾지 않았고, 아버지도 세존의 설법을 듣고 세존께 귀의하여 첫 번째 남성 재가 신자인 우바새(優婆塞)가 되었다. 야사의 어머니와 아내도 함께 귀의하여 여성 재가 신자인 우바이(優婆夷)가 된다(야사득도, 과거현재인과경).  
제자와 연이은 재가 신자의 귀의로 세존을 중심으로 교단이 형성되고, 제자들의 포교로 교단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외도와 부딪치게 된다. 초기에 부딪친 외도 중 대표적인 이가 불을 섬기는 가섭 삼형제다. 이들은 보드가야 근처의 우루빌라 마을에 살았는데, 세 사람의 명성이 높아 수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녹야원에서 나와 전법의 길을 나선 세존이 이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이 점, 이들이 외도 교단의 유명한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세존은 가섭을 찾아가 날이 저물었으니 사당 석실에서 하룻밤 자기를 청한다. 그러자 가섭은 그 사당에는 화룡이 있으니 위험하다며 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존은 괜찮다며 간청하여 허락을 받는다. 세존이 사당에 들어가 가부좌를 취하고 삼매에 드니 화룡이 노하여 독을 내뿜었다. 세존은 용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신통력만 빼앗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신통력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이에 용은 더욱 화가 치밀어 불을 뿜어내니, 세존 역시 화광삼매에 들어 불길을 뿜어냈다. 사당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본 가섭 일행은 훌륭한 사문이 불에 타 죽음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하며 제자들을 시켜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은 더욱 세차게 타올랐다. 다음날 아침 세존께서 아무렇지 않게 석실에서 나오며 독룡을 제압하여 담은 발우를 가섭에게 주니 가섭은 세존의 신통력에 놀라 세존께 귀의한다. 그리고 불을 숭상하는 의식용 도구들을 강에 버리니, 강 아래에 살고 있던 동생 둘이 강물에 흘러온 의식용 도구를 보고 개종한 것을 알고 함께 세존께 귀의한다(항복독룡, 과거현재인과경, 사진 1). 석씨원류의 판화(사진 2)와 비교해보면 더욱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전법 초기에는 독룡을 굴복시켜 발우에 가두는 얘기, 니련선하에 홍수가 나서 강을 건너는 배가 없자 강물을 갈라지게 하여 걸어서 강을 건넌 일(급류분단, 보요경), 불의 신에게 제사지내는 도구를 버리게 하는 일(기제제기, 불본행집경), 거짓 임신으로 세존을 헐뜯고 비방하려 한 외도의 여제자 이야기(가잉방불, 처태경) 등 신통력을 발휘하거나 헐뜯는 외도들을 굴복시키는 일이 많이 언급되었고, 이들은 불교 미술의 좋은 주제가 되었다.
인도의 여름은 매우 무덥고 우기에는 돌아다니기가 어려워 바라문교나 자이나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이 시기에는 한 장소에 머물며 공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세존도 제자들을 생각하여 우안거를 받아들이고, 그 기간 동안 부유한 재가 신자가 기증한 토지와 건물에 머물며 법을 전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최초의 정사(精舍)는 왕사성의 빈비사라왕이 세존을 위해 세운 라즈기르에 있는 죽림정사이다(죽원정사, 과거현재인과경, 사진 3). 석씨원류 판화(사진 4)에서는 건물 뒤에 죽림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묘사되었지만 벽화에서는 색이 변해서 그런지 확인할 수 없다.

세존께서 성불한 지 6년이 지날 즈음 카필라바스투의 정반왕은 신하에게 세존께 고국으로 돌아오길 청하라고 명한다. 부왕의 이야기를 들은 세존은 부모님과 친족들을 제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카필라바스투로 간다(청불환국, 대장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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