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⑤ - “제철 봄나물 영양소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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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낯설게 바라보기 ⑤ - “제철 봄나물 영양소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아”
  • 수월심 김현남 불자
  • 승인 2022.04.12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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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봄 밥상이 봄동과 냉이라면
제주 봄 밥상은 동지와 유채나물
동지김치는 익었을 때가 더 맛나
유채의 어린잎은 생샐러드가 제격

육지의 겨울은 막막하다. 시작부터 다르다. 영하의 기온에서 출발한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그 황량함이 폐허같다. 그래도 입춘 지나 꽁꽁 얼어버린 땅이 봄바람으로 헐거워지면 그곳을 뚫고 쑥과 냉이가 나온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봄맞이는 역시 나물이다. 마트와 시장에 냉이가 나오기 시작하고 시장 한켠 노점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들에서 캔 나물들을 다듬어 판다. 그것을 사다가 살짝 데쳐 나물을 무치기도하고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넣고 된장을 풀어 냉이 된장국을 끓인다. 냉철하고 단호한 문장을 쓰는 소설가 김훈도 봄날 먹는 냉이 된장국을 이렇게 묘사하며 그 기쁨을 표현한다.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오니까 현관문을 열 때 집안에 국 냄새가 자욱했다. 냄새만으로도 냉이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중략) 이 평화 속에는 산 것을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힘이 들어 있다.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갖는 국물이란 흔치 않다. 된장은 냉이의 비밀을 국물 속으로 끌어내면서 냉이를 냉이로서 온전하게 남겨둔다. 냉이 건더기를 건져서 씹어보면, 그 뿌리에는 봄 땅의 부풀어 오르는 힘과 흙냄새를 빨아들이던 가는 실뿌리의 강인함이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이파리에는 봄의 햇살과 더불어 놀던 어린 엽록소의 기쁨이 살아 있다.’ (자전거 여행 중에서)

육지부 밥상 봄의 전령사가 냉이와 봄동이라면, 제주의 봄 밥상은 동지나물과 지름나물(유채나물)이다. 제주도의 농촌에는 우영밭이라는 것이 있다. 우영팟이라고도하는 집 주위의 텃밭인데, 여기에 채소를 심어 가족들이 먹을 것을 기른다. 우영밭의 채소들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배추를 심어도 얼지않고 겨울을 넘긴다. 봄이 되면 배추에서는 부드러운 꽃대가 올라오는데 이것이 바로 동지나물이다. 초록창에 검색어 ‘동지나물무침’을 치면 친절하게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꽃봉오리가 있는 동지나물을 손질한 후에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 후에 된장과 깨소금, 마늘 다진 것, 참기름을 넣고 무친다. 된장양념 대신에 간장, 다진 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고 무쳐도 된다. 데친 동지나물을 무쳐 먹지 않고 양념 된장에 찍어 먹거나 겉절이로 많이 먹는다. ‘ 방법을 보니 육지에서의 섬초(시금치)와 같은 방법으로 해먹으면 될 듯하다. 동지나물은 김치, 나물, 국을 만들어 먹는다. 육지부에서 봄동 겉절이를 해먹듯 제주에서도 이때 나오는 동지나물로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것이 바로 동지짐치(동지김치). 꽃피기 전의 어린 줄기와 잎으로 담는데 갓 담갔을 때보다 익었을 때가 더 맛있다고 한다.
바람은 추워도 햇살은 봄이다. 봄의 색깔하면 역시 노랑. 검은 현무암과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형광색이 뚝뚝 묻어날 것 같은 유채꽃의 선명한 노랑. 유채하면 꽃밭만 생각하는데 그 어린잎은 맛난 봄나물이다. 생유채의 여린 초록빛을 샐러드로 해서 먹으면 쌉싸래한 야생의 맛이 난다. 재래시장에는 시골 할망들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유채나물을 판다. 국으로 끓이자면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살 때 기어코 한줌 더 봉지에 넣어준 나물을 한주먹 집어넣어 후루룩 끓여내면 된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유채의 향이 조화를 이루어 짧은 봄을 아쉬워하게 한다. 요즘은 제철음식이라는 게 무색해지긴 했지만 봄은 봄. 하우스 온실 재배가 아닌 직접 바람맞으며 겨울의 고단함을 이겨낸 봄나물을 먹어줘야 한다. 제철의 봄나물은  영양소가 가장 풍부할 뿐 아니라 맛과 향이 가장 좋다. 지금 제주의 봄은 난시(냉이), 꿩마농(달래), 지름나물(유채), 동지나물(배추꽃대), 속(쑥)이 있다. 오늘 저녁엔 나도 지름나물을 사다 된장국과 샐러드를 해먹을 테다. 그것이 이 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 오늘 당신의 봄맞이 밥상에는 어떤 나물이 오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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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남 불자

제주에 와서 불자로 거듭나고 있는 글쓴이 수월심 김현남 불자는 제주사찰문화해설사 3기로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인년 새해에는 제주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소박하게나마 제주불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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