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제주넘기 - 2022년 절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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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제주넘기 - 2022년 절달력
  • 글·수월심 김현남 불자
  • 승인 2022.04.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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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새해달력을 신중하게 고른다. 세간에서는 돈이 잘 들어온다며 은행달력을 선호하지만 올해는 신실한 신자가 되고자 절달력을 걸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절투어를 다니며 절달력을 모았고, 그렇게 모은 것이 15여점. 어떤 달력을 걸까 살핀 후 나의 선택은 제주 ‘관음사’ 달력. 전국 각지를 돌았는데 결국은 가장 가까운 곳의 달력을 택하게 되다니, 이건 파랑새 동화의 교훈 같은 일이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다 깨었더니 자기들이 집에서 기르는 비둘기가 그토록 밖에서 찾아 헤매던 파랑새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부처님의 미소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깨달았느냐’라고 웃고 계신 듯.
<출요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낮과 밤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세월의 빠르기는 번개와 같으니 사람의 목숨 빠르기도 그러하다.’ 달력의 탄생이란 이렇다. 낮 밤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패턴을 발견했고 그 패턴을 가시화하기 위해 달력 그리고 시계를 발명했다. 그러니 달력의 본질적 기능은 시령표시로, 시령은 월·일·24절후·요일·행사일, 해의 출몰, 달의 영허(盈虛), 일식·월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절달력은 종교상 필요한 사항인 산중기도, 지장기도, 다라니기도, 관음기도 등의 기도 안내, 초하루 법회, 관음재일 법회 등의 법회안내가 추가된다. 
오늘 이야기할 달력 [관음사]는 ‘관음사’ 절의 모습으로 12달을 구성했다. 여러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규모가 되어주고 사시사철을 표현할 수 있으며 그것을 사진으로 구현해 낼 불심깊은 사진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작품들 중에서 계절과 시절이 나타난 것, 불교행사가 있는 달에 어울리는 것을 골라내는 담당 스님들의 안목도 한몫 했을 것이다. 표지를 넘겨 첫달인 1월을 맞는다. 눈쌓인 관음사에 가본 적이 있는지. 간다면 이 자리에 서서 상록수인 소나무와 하얀 눈, 금빛 불상 그리고 돌로 된 불상이 이루어내는 절의 고요를 느껴보자. 2월은 동백이다. 2월의 사진은 관음사 달력사진을 몇 년째 담당하고 있는 사진작가 김영애님이 2021년 5월 관음사 경내에서 했던 사진전인 [제주4.3과 평화기원 기획전]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이 사진의 제목은 ‘고통’이고 동백꽃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이 사진이 더 잘 이해가 된다. 9월은 해지는 석양의 모습인데, 빛과 구름의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했다. 아마 사진작가는 많은 시간을 내어 관음사에 가며 자주 부처님을 조심히 살피고 마음을 담아 연구하여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이런 사진은 우연히 어느 좋은 때를 만났다기보다는 긴 기다림과 노력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관음사 올해 달력에서 사진이 가장 멋진 달은 역시나 표지를 장식한 8월로 배롱나무 꽃과 부처님의 조화로운 모습이 돋보인다. 부처님과 꽃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이렇게 한 줄 글로 표현하자니 한계가 바로 느껴진다. 말하지 않은 부분들은 직접 달력을 넘기며 무심히 지나친 절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진실과 자비의 마음이면 내가 서있는 그곳이 바로 극락이다’ 라는 화엄경의 말씀이 있다. 불심담긴 달력을 걸고 매일 기도하는 마음이 되고보니 작은 바람이 생겼다. 문화의 보급, 포교의 방법으로 생각하여 절마다 달력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사찰은 불교의 성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박물관이나 갤러리처럼 문화를 알리는 장이 되어주었다. 달력은 신도들이 멀리 간 가족에게 혹은 친구에게도 보내질 것이다. 제주분들이라면 아마 육지에 나간 자손들에게 부처님의 가피를 염원하며, 제주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보낼 것이다. 엄마 아빠가 자녀들을 위해 엎드려 절하는 그 마음을 달력에 담아 보낼 것이다. 그러니 절달력이 날짜를 표시하는 실용적인 원래목적 외에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신심고양과 더불어 그 절의 고유성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하면 어떨까. 옆에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도가 되는 멋진 절달력이 있으니 올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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