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6년 부처님 오신 날 법문 -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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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6년 부처님 오신 날 법문 -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5.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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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 스님(와우정사 주지/한라정토회 지도법사)
우득 스님(와우정사 주지/한라정토회 지도법사)

부처님이 천상계에 올라가 천상계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천상에 올라가셨다고 하니 또 오해를 하실까 말씀드립니다만 선정에 깊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한 비구니가 설법을 마치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부처님을 마중 나와서 자랑을 하더랍니다. “부처님, 제가 가장 먼저 부처님을 뵈었죠?”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나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은 가섭이니라. 그 비구니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는 지금 부처님 가까이 있고 가섭은 토굴에서 참선 중이었거든요.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가섭은 한 번도 나와 떨어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대는 어떤 때는 나와 한 마음이지만 어떤 때는 나를 떠나 다른 마음으로 살지 않았는가?” 
이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부처님의 몸을 본 것은 본 것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이 불상을 본 것도 역시 상을 본 것이지 부처님을 본 것이 아닙니다. 만약 상으로 부처님을 본다면 우리는 이미 열반하신 부처님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는 마음이며 모양이 없어서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그 자리를 말합니다.
오늘 같은 날, 대부분의 절에서는 관욕식이라는 걸 합니다. 관욕대에 서있는 아기부처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한 손을 높이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요? 그것이 유명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입니다. 부처가 저 잘났다고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최고다.”라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지금 이 법문을 듣고 있는 여러분이나, 소나, 말이나, 심지어 뽕나무 잎에서 꿈틀거리며 뽕잎을 뜯어먹는 벌레까지도 모두 똑같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입니다. 준동함령蠢動含靈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은 영력을 품고 있으며 영력하게 아는 그 마음이 불성이니 각자 각자가 주인공이라는 말입니다. 지금 부처님은 우리에게 조연으로 살지 말고, 주연으로 살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부처와 다름없이 무한한 존재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믿지 않고 우리의 존재를 보잘 것 없고 작은 존재로 한정지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늘 부처라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여깁니다. 깨달음이라는 어떤 특별한 경계가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늘 쓰고 사는 이 마음이 부처입니다. 저 역시도 훌륭한 스승을 만나 바른 가르침을 받았지만 믿지 못하고 많이 헤맸습니다. 그래서 스승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었지요. 부처라는 것,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입니다. 애써 얻어지는 것은 도道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쉬십시오.
이런 말은 저 혼자만의 독특한 생각이 아닙니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 스님들도 다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원효 스님이 의상 스님과 함께 중국으로 유학을 가던 중에 비바람을 피해 무덤 속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잠결에 목이 말라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달게 마셨는데 아침에 깨어서 보니 그 물이 해골 물이었습니다. 스님은 그것을 알고는 다 토해내었지요.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심생종종법생心生種種法生 심멸종종법멸心滅種種法滅이라 하였으며, 부처를 만나는 데는 감실龕室과 묘墓가 다르지 않더라고 하였습니다.
임제스님 또한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머무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마음이 주인이 되어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바로 부처를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서산대사도 자기에게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부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지만 펼치면 하늘을 다 덮고도 남으며 모으면 겨자씨 한 알에도 다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 말을 믿으시고 마음 놓고 사십시오. 부처님은 마음을 깨달아 부처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많은 경전을 통해 밝혀놓으셨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언제든 저한테 물으러 오십시오.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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