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40)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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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40)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5.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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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전회(39회)에서 느낌의 무더기[受蘊]에 대한 내관(內觀, 위빠사나)의 필요함을 강조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여섯 가지 감각접촉(phassa, 觸)에서 여섯 가지의 느낌의 무더기가 일어난다고 간략하게 설명한 바(35회) 있습니다.   
범부 중생들에게 느낌이 일어날 때 느낌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뒤따라 ⑧갈애가 일어나 12연기가 회전합니다. 세상에서 즐겁고 기분 좋은 것이 있으면 거기서 갈애는 일어나서 자리 잡고, ⑨취착을 하여 ⑩업[業有]을 형성합니다. 그러면 ⑪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⑫늙음과 죽음[老死]이 뒤따른다는 것이 12연기의 유전문입니다.  
과거 생에서 지혜 없음이 ①무명이고, 애씀이 ②업 형성들[行, 상카라]들이고, 즐김이 ⑧갈애[愛]이고, 움켜쥠이 ⑨취착[取]이고, 업과 업의 결과로서 다시 태어나는 역할을 하는 것이 ⑩존재[有]입니다. 이 다섯 가지 법[①-②-⑧-⑨-⑩]이 현재의 재생연결의 조건이요, 괴로움의 원인[集]인 것입니다. 
금생의 재생연결이 ③알음알이[識]이고, 모태에 들어감이 ④정신·물질[名色]이고, 긴 윤회의 고통을 펼친다 해서 ⑤여섯 감각장소[六入]이고, 여섯 감관이 여섯 감각대상과 부딪힌다고 해서 ⑥감각접촉[觸]이고, 대상의 맛을 받아들인다 해서 ⑦느낌[受]이라 합니다. 이 다섯 가지 법[③∼⑦]이 현재의 과보요, 괴로움[苦]인 것입니다. 
법의 사령관인 사리뿟따 존자는 10지 연기의 방법이 아닌 태어남→존재→취착→갈애→느낌의 5지 연기로 괴로움의 발생구조를 설명하였습니다. 
업의 회전과 과보의 회전, 즉 10지 연기가 어떻게 나의 삶에서 삶으로 계속되는지 알고 보고자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행무상이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입니다. 이러한 인과법칙은 보통사람들도 다 알고 봅니다. 이를 뛰어넘어 지혜의 눈으로 보고 통찰지로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교법에 따라서 미얀마의 파욱 수행센터에서는 삼매(사선정)의 빛으로 수행자 자신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파욱 또야 사야도’의 법문집인  「앎과 봄(ňānadassana)」이란 책에서 나온 남성 수행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그 의문을 풀어보겠습니다.
이 수행자가 선정 상태에서 (전생의) 죽음에 근접한 정신·물질을 식별했을 때 불경을 가르치는 업, 법을 가르치는 업, 위빠사나 명상을 수행하고 또 그 명상을 가르치는 네 가지의 업이 경합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네 가지의 업 가운데 무슨 업이 금생의 다섯 무더기(나)를 만들었는지를 조사하였더니 세 번째 업이고, 또한 불법을 전파하는 비구로 태어나는 원을 세웠음을 보았습니다.  
이 사례에서 불법을 전파하는 비구가 정말 존재한다고 잘못되게 생각함은  ①무명이고, 위빠사나 명상 수행하는 선한 행위는 ②업 형성들[行, 상카라]들이고, 비구의 삶을 바라고 갈망함은 ⑧갈애[愛]이고, 비구의 삶에 애착을 가짐은 ⑨취착[取]이고, 그 업과 업의 결과로서 다시 태어남은 ⑩존재[有]에 비견됩니다. 
나아가 과거 생을 통하여 원인과 결과를 식별함에 의하여 위빠사나 지혜의 힘이 증진되면 같은 방법으로 미래생의 원인과 결과를 식별하여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정신·물질[五取蘊]이 우연히 생긴 것도 아니며, 어떤 가상적인 원인에 의해서 생긴 것도 아니고, 신이 창조한 것은 더욱더 아니며, 전생(과거)의 무명과 갈애와 취착과 업에 의해서 생긴 것임을 통찰지로 알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오온五蘊이 조건 지어져 있다는 연기의 가르침에서 모든 형성된 것[諸行]은 어느 것이나 예외 없이 주어진 조건들과 주어진 원인들에 의지하여 생겨나서 현존하다가 사라진다는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정신·물질 사이에서의 인과관계, 즉 연기를 완전히 식별하였을 때, 두 번째 위빠사나 지혜인 ‘조건을 파악하는 지혜’ 또는 법들의 조건[緣]에 대한 지혜(paccy-ākāre-ňāna)가 완성됩니다. 조건이 법들이 전개되고 유지되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법들의 조건[法住, dhamma-tthiti]이라 합니다.
 『청정도론』에서는 나를 구성하는 오온五蘊, 즉 정신과 물질의 원인과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여 모든 의심이 없어지면 그를 작은 수다원이라고 격찬하면서 이를 의심을 극복함에 의한 청정[渡疑淸淨]이라 부르고 있는데, 법주지法住智, 여실지如實智, 정견正見과 뜻은 하나이고 문자만 다릅니다.
오온의 법들은 마음이 일어나는 그 시점, 바로 그 현장에서 함께 일어납니다. 나의 삶의 현장인 내 안에서, 나의 마음이 일어나는 지금·여기에서 함께 일어나는 법들의 연기 혹은 조건발생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부처님들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들에 대한 일체지一切智를 갖추고 있어서 법의 바다에서 마치 파도가 연이어 출렁대며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보듯이 인연 소생하는 법들의 과거를 알고 미래를 볼 수가 있지만 우리 범부 중생들은 신통은커녕 선정(삼매)도 성취하기 어려워 파욱의 수행 방침에 따라 감히 연기의 순관을 통해 법들의 조건을 파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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