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43)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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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43)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5.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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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업의 회전과 과보의 회전으로 정신과 물질을 파악한 뒤 삼세에 대한 의심을 버릴 수 있을 때, 수행자는 모든 과거·미래·현재의 법들을 죽음과 재생연결을 통하여 알게 됩니다. 이를 안 것의 통달지[知遍知]라 부릅니다.
“과거에 업을 조건으로 생겨난 무더기[蘊]들은 그곳에서 소멸하고, 이생에서는 다른 무더기들이 생겨난다. 단 하나의 법도 과거의 생으로부터 금생에 건너온 것은 없고,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법도 금생에서 미래 생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파악하고 반조하면서 ‘동일성’을 부인합니다.
“그렇지만 과거생의 무더기[蘊], 감각장소[處], 요소[界]를 조건으로 금생의 무더기, 감각장소, 요소가 생겨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파악하고 반조하면서 ‘연속성’을 인정합니다.
원인(조건)의 배후에 다른 짓는 자가 있다거나 과보가 일어나는 것 이외에 과보를 경험하는 자가 있다고 보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청정도론』 에 실린 옛 스승들이 강조한 금쪽같은 법구를 아침 명상할 때 읊조리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반조하고 있습니다.
“업을 짓는 자도 없고 과보를 경험하는 자도 없다. 
오로지 순수한 법들만이 일어날 뿐이니 
이것이 바르게 봄[正見]이다.
미래의 윤회에서도 업과 과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외도外道들은 이 뜻을 알지 못하여
그들의 견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중생이라는 인식[衆生想]을 가져
영원[常見]하거나 허무[斷見]하다고 보아 
서로 모순되는 62가지[과거44+미래18] 견해를 가진다. 
견해의 올가미에 묶인 그들은
갈애의 흐름에 떠밀려가고
갈애의 흐름에 떠밀려간 그들은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초월지로 
이 심심하고 미묘하고 공空한 조건을 통찰한다.
과보에 업이 없고, 업에 과보가 없어
그 둘은 각각 공하지만
업이 없이는 과보가 없다. 
업을 의지하여 업으로부터 과보가 생길 뿐
신神도 없고 범천梵天도 없고 윤회를 만드는 자[創造主]도 없다.
원인과 조건에 따라 순수한 법들이 일어날 뿐이다.”
연기의 철학적·교리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내 안의 수행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사성제의 틀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겨나는 순서로서의 연기[順觀]는 고(苦, dukkha)의 진리와 고의 일어남의 진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고, 멸하는 순서로서의 연기[逆觀]는 고의 멸滅과 고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의 진리를 의미합니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 이것이 소멸할 때 저것이 소멸한다.”는 연기의 환멸문還滅門의 정형구입니다.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해 연기의 12각지를 다 소멸시켜야 하는가?
현재의 과果의 고리는 소멸시키지 못하고 소멸시킬 수도 없지만, 인因의 고리를 소멸시켜 해탈, 열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세존께서 천명하십니다.  
과거의 인因을 중시하는 ①무명과 ②행보다는 현재의 인因을 중시하는 <애-취 -유> 세 가지의 고리 가운데 갈애를 멸진시키는 수행법을 선택하라고 세존께서 강조하셨습니다.
 『맛지마 니까야』 의  「바른 견해 경」 (M9)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두 108가지 갈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섯 가지 갈애는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마노의 여섯 문에서 속행의 과정으로 일어나는 갈애의 이름들이다. 예를 들면 ➀ 갈애가 감각적 쾌락으로 형색의 대상을 즐기면서 일어날 때, 그것을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欲愛]라 한다. ➁ 상견과 함께한 욕망으로 ‘그 형색의 대상은 항상 견고하고 영원한 것이다.’라고 즐기면서 갈애가 일어날 때, 그것을 존재에 대한 갈애라 한다[有愛]. 함께한 욕망으로 ‘그 형색의 대상은 끊어지고 멸하여 죽으면 끝난다.’라고 즐기면서 갈애가 일어날 때, 그것을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無有愛]라 한다.” 
이러한 방법에 따라서 소리, 냄새, 맛, 감촉, 법에 대한 갈애 등에게 적용하면 갈애는 18가지(=3x6)로 분류되고 안팎으로 하면 36가지가 되고, 이 36가지를 과거·현재·미래로 적용하면 모두 108가지의 갈애로 분류됩니다. 
어떻게 갈애를 멸진할 것인가?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수행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보리분법은 보디 빡키야 담마(bodhi pakkhiyā dhamma)를 직역한 것인데 ‘깨달음[菩提]의 편[分]에 있는 법들’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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