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44)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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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44)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6.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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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눈과 형상을 조건하여 눈의 알음알이[眼識]가 일어난다.”는 명제에서 마음[識,알음알이]은 연이생緣已生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청정도론』 에서는 연기를 통찰지의 토양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초기 경의 주석서에서는 연기를 ‘조건이 결합함을 반연하여 결과가 균등하게 일어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가르침은 어떤 한 가지 원인도 단독으로 결과를 일어나게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보다 더 철저하게 알고자 한다면  『아비담마』 에서 가장 중요한 논장이라고 부르는  「빳타나」 (Patthāna)를 공부해야 합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제법의 상호관계나 상호의존을 연기라고 하지 않고 조건이라고 하며 연기(=조건 발생)와 연(緣=조건=상호의존=paccaya)을 구별합니다.  「빳타나」에서 말하는 24가지 조건의 상호의존관계 가운데,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조건은 원인이라는 조건(hetu-paccaya)입니다.
마음은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동요합니다. 마음은 유익하거나[善, kusala], 해롭거나[不善, akusala], 또는 이 둘로 결정할 수 없는[無記, avyākatu] 마음의 작용들이 광장일 뿐입니다. 
부부싸움의 예를 들어 봅니다. 아내가 남편의 권위적인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남편과의 관계[觸]에서 알음알이가 일어났고[識], 아내는 불만족스러운 느낌[受]과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想]과 자기를 인정해주기를 바란다는 갈망[行]과 같은 마음 현상을 경험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몸에서 거친 호흡과 얼굴이 화끈거리는 생리적 반응[色]이 나타납니다.
이 사례에서 오온五蘊이 조건 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인 원인이라 함은 모두 여섯 가지로서, 해로운[不善] 뿌리인 탐·진·치와 유익하거나[善] 결정할 수 없는[無記] 뿌리인 불탐·부진·불치, 즉 근본 원인을 뜻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탐욕과 어리석음과 같은 뜻을 가진 갈애와 무명은 생사윤회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석서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89가지 마음[욕계54(=유익8+해로움12+과보23+작용11)+색계15+무색계12+출세간8]  가운데, 18가지 마음은 원인이 없습니다. 오문전향, 한 쌍의 전 오식, 받아들이는 마음, 조사하는 마음, 결정하는 마음, 미소 짓는 마음 등이 18가지(=1+5+5+2+3+1+1)에 포함됩니다.  
원인의 다소에 따라서 마음을 분류하면 이렇습니다. 해로운 마음 12가지 중에서, 순전히 어리석은 2가지(의심과 들뜸과 결합한) 마음은 오직 한 개의 원인[痴]을 가진다고 합니다.
나머지 10개(貪8+瞋2)와 지혜가 없는 12가지 욕계의 아름다운 마음(유익4+과보4 +작용4)을 합한 22가지는 두 개의 원인[貪·瞋]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12가지 지혜와 결합된 욕계의 아름다운 마음, 35가지 고귀한 마음(색계15+무색계12+출세간 8), 이들 47가지 마음은 세 가지 원인[不貪·不瞋·不痴]을 가진다고 합니다. 
마치 나무의 뿌리들이 나무의 생존과 성장과 안정에 토대가 되듯이 여섯 가지의 근본 원인들도 조건 따라 생긴 법을 생기게 하며 그들을 굳건하고 안정되게 한다고     『아비담마』 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에서 원인을 가진 마음 71가지와 52가지 마음부수들(정신의 무더기), 그리고 원인을 가진 마음에서 생긴 물질들을 아울러 ‘조건 따라 생긴 법’이라 말합니다. 재생연결 때에는 재생연결식[12연기의 ➂識]과 함께 생긴 업에서 생긴 물질[12연기의 ④色]이 ‘조건 따라 생긴 법’에 해당합니다. 
마음은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대상과 함께 일어납니다. 마음이 진행되어 가는 진로나 과정을  『아비담마』 에서는 인식과정(vīthi-citta)이라고 말합니다.
하나의 인식과정은 모두 하나의 동일한 대상을 두고 일어나지만 그 일어나는 곳과 종류 등의 기준에 따라서는 89가지 마음으로 나누어지고, 그 마음의 일어남을 느낌과 원인과 역할과 문과 토대 등에 따라서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섯 가지 근본 원인들을 ‘조건 짓는 법’이라고 하는데, 마음의 역할 14가지와 관련하여 ‘조건 따라 생긴 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여야만 지혜는 무르익어 갈 것입니다.
마음의 14가지 역할은, ①재생연결 ②존재지속 ③전향, ④봄 ⑤들음 ⑥냄새 맡음 ⑦맛봄 ⑧닿음 ⑨받아들임 ⑩조사 ⑪결정 ⑫속행 ⑬여운 ⑭죽음입니다.
 『아비담마』 에서는 재생연결을 한 생의 출발로 봅니다. 즉 모태에 들어가는 찰나에 이 재생연결식이 일어나고 그 재생연결식은 새로 받은 생의 바왕가(존재지속심)로 연결되고, 죽음의 마음으로 한 생을 마감한다고 말합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입니다. 죽음의 마음이 일어나서 금생을 종결짓고 나면 그 즉시 다른 형태의 존재로 재생하는데, 재생연결식과 죽음의 마음 사이에 ‘바왕가’는 물이 흐르듯이 상속됩니다. 이 세 가지는 인식과정에 속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14가지 역할 가운데, [④∼⑧]은 전前 오식五識에 해당되고, ‘인식과정’은 ③전향, 전 오식[④∼⑧] 중의 하나, ⑨∼⑬을 포함해서 모두 일곱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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