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45)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6
상태바
위빠사나 길라잡이 (45) -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法住智) 6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6.14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현
유현

전 오식은, 과보의 마음이기 때문에 미래에 업을 생산하게 하는 선 또는 불선의 마음이 아닙니다. 오문 인식과정에서 초보적인 역할을 할 뿐입니다.
봄, 들음, 냄새 맡음, 맛봄, 감촉함을 통해 일어나는 전 오식은 원하거나 보통으로 원하는 대상에 관하여는 유익한 과보의 마음이고, 싫어하거나 약간 싫어하는 대상에 관하여는 해로운 과보의 마음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마음의 역할 가운데, ⑫속행(자와나)의 마음은 7번 일어나고, ⑬여운의 마음은 2번 일어난다고 해서 인식과정에서 모두 14개의 마음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속행은 동일한 대상을 가지고 마치 벼락 치듯 재빠르게 대상을 이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의도적 행위들이 개입되어 유익하거나 해로운 마음들이 찰나적으로 일어납니다.
아라한의 경우 ⑫속행은 선이나 불선이 아니고 작용만 하는 무기의 마음이라 합니다. 나아가 출세간의 과의 속행과 재생연결식을 결정하는 과정인 한 생의 마지막 속행을 제외하고 속행은 업(業, kamma)을 초래하는 마음이요, 업을 짓는 마음이기 때문에 인식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이고 개념입니다.
⑬여운의 마음은 속행이 가졌던 그 대상을 자기의 대상으로 삼아 일어나는 마음인데, 오문으로 큰 대상이 들어왔을 때나 마음에 선명한 대상이 나타났을 때만 일어나는 마음이고 그 이외의 인식과정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비담마』 에서는 7번의 속행 가운데 1∼6번은 조건 짓는 법이라 하고, 마지막 7번은 조건 따라 생긴 법으로 분류합니다.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욕계의 54가지 마음 모두가 오문 인식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인식과정을 벗어난 세 가지, ①재생연결 ⇔ ②존재지속 ⇔ ⑭죽음의 역할을 하는 마음(19가지)이 있습니다. 
 『아비담마』 에서는 존재들이 거주하는 세상을 ⑴ 악처 세상, ⑵ 욕계 선처의 세상, ⑶ 색계 세상, ⑷ 무색계 세상의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중생들은 죽는 순간에 업(業, kamma)이나 업의 표상(kamma-nimitta)이나 태어날 곳의 표상(gati-nimitta) 중의 하나가 나타나는데 그것을 대상으로 재생연결의 알음알이가 일어나고, 이 재생연결식은 네 가지의 세상에서 과보를 맺게 될 업에 의지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존재 경」 (A3:76)에서 “이처럼 업은 들판이고 알음알이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네 가지 세상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하게 된다.”라고 설파하셨습니다. 
과거의 업에 의해 결정된 알음알이의 씨앗은 그에 적절한 세상에 떨어져서 뿌리를 내리고 또 업이 비축한 영양분을 공급받아 그것의 잠재력(번뇌 심)에 따라 움이 튼다는 것입니다. 업과 과보의 회전에 대한 매우 적절한 비유 설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아라한을 제외한 중생들의 모든 의도적 행위는 유익한 것[善]이 아니면 해로운 것[不善]이 됩니다. 따라서 유익한 마음과 해로운 마음은 업을 짓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業: 9회 설명)은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지었음’ 때문에 반드시 과보(vipāka)를 가져옵니다. 
해로운 마음의 영향으로 악처에 태어나는 중생들이 있습니다. 전 오식 다음에 일어나는 ⑩조사하는 마음 3가지 중에서, 해로운 과보로 나타난 조사하는 마음은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의 4악처로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유익한 과보로 나타난 평온과 함께하는 조사하는 마음은 선천적인 장애인 등을 가진 인간 혹은 어떤 종류의 낮은 천신들이나 정령들로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청정도론』 에서 강조합니다.  
두 가지나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아름다운 욕계의 과보의 마음들은 불구가 아닌 인간이나 천신들이라는 복 받은 욕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색계와 무색계의 유익한 마음의 영향으로 색계나 무색계에 태어나게 한다고  『청정도론』 에서 강조합니다.   
이와 같이 19가지(=1+1+8+5+4) 과보로 나타난 마음이 재생연결로 일어난다고 숙지해야 합니다. 우리 불자들이 다시 인간이나 천신으로 태어나고 싶다면 더 나아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이 육도 윤회의 세계를 창살 없는 감옥으로 여기고  「道라는 조건(magga-paccaya)」 에 관심을 기울어야 합니다. 
선처와 열반으로 향하게 하는 팔정도의 구성요소가 조건 짓는 법으로 작용합니다. 이 조건은 18가지 원인 없는 마음을 제외한 71가지 마음과 이와 함께하는 마음부수들과 이들과 함께 일어나는 물질들, 즉 ‘조건 따라 생긴 법’이라는 과보를 가져옵니다.
‘존재로서의 태어남[生], 머뭄[主], 죽음[滅]의 과정은 어떤 절대자나 신神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 물질의 상호 연기緣起에 불과하고 이를 지배할 수 있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연기의 가르침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