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태고보현봉사단 김춘열 단장 - 설문대 할망이 본 안경 너머 - “청정 바당서 채취한 정성 듬뿍 담은 우무묵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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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태고보현봉사단 김춘열 단장 - 설문대 할망이 본 안경 너머 - “청정 바당서 채취한 정성 듬뿍 담은 우무묵을 아시나요”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2.06.22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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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춘열 보살의 ‘무주상보시’
말캉하곡 부드럽곡 고소한 우무
11년째 15군데 어르신들에게 공양
김춘열 태고보현봉사단 단장이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고 있다.
김춘열 태고보현봉사단 단장이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고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애월 가문동 바닷가가 한 눈에 들어선다. 눈을 떼지 않고 한참동안 원담을 넘나들며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오늘 아침도 해녀보살은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시절 왜 이런 말씀 자주 해 오신 것을 기억한다.
“자이, 여름타는 것 같다. 뭔가 잘 헹 먹여야 허야사 허주, 대막댕이 모양이라, 바람에 날릴 것 같다.” 하시며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해녀 보살은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입맛이 없어하시는 생각이 미치자 얼른 바당에 나갈 준비를 서둔다. 발알간 바다 숲길에서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 해녀 보살의 손길과 맞닿는다.

▶안녕하세요. 지금 캐고 있는 해조류는 어디에다 사용하시려는 거예요.
▷아. 예 이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고 햇볕에 말리면서 하얀색으로 변하게 되면 우무묵을 만들려고 채취하고 있죠. 
▶그러면 이 우뭇가사리는 언제부터 채취하나요.
▷예. 6월 초순부터 시작해서 8월말이면 작업을 모두 마치게 되는데요. 비가 내릴 때나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는 작업을 임시 멈췄다가 개인 날에만 채취를 하고 있답니다. 
▶손놀림이 매우 빠르시군요. 힘들지 않으세요?
▷아, 이 작업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요령이 붙어서 그런가봅니다. 농구나 축구선수들이 공을 갖고 손으로 하루에 몇 천 번 던지고 발로 차듯이 이 작업도 손놀림과 함께 허리를 굽어 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기에 조금은 힘에 겨울 때도 있다고 할까요.   
▶어느새 망사리를 가득 채웠는데요. 이제 이 우뭇가사리를 집으로 운반해서 마당에 깔아놓으신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등짐으로 운반하고 나서 아침밥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침 먹고 나서는 우뭇가사리가 겹치지 않게 김 한 장 한 장 붙이듯이 평평한 바닥에 깔아놓습니다. 며칠 동안 햇볕에 말리고 마르면 깨끗한 물에 헹구면서 이물질을 떨어내고 또 다시 말리고 헹구고를 10여 일 동안 하다보면 우뭇가사리가 발알간 색에서 어느새 하얀색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렇게 건조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 가마솥에 넣어서 죽을 끓이듯이 또 다른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우무묵을 만들 때는 가마솥 바닥에 눌지 않도록 계속해서 주걱으로 저어줘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네 시간 동안을 잘 지키고 보살피고 관리를 잘 해야만 제대로 우무묵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메밀묵을 쑤는 것보다는 훨씬 힘들어마씀. 이제 곧 우무묵이 나오게 될 시간이 되어 감수다. 이 우무묵은 보존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우다.
▶아, 그렇습니까.  

완성된 우무묵이 통에 담겨있다.
완성된 우무묵이 통에 담겨있다.

해녀 춘열보살은 이 일을 11년 전부터 시작해오고 있다. 우무묵을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이나 양로원,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즐거운 식탁에 올려드렸다. 말캉하곡 부드럽곡 고소하구나! 어르신들의 하시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서 늘 정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고 한다.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하려고 하면, 부모는 기다려주시지 않는다면서 어렵고 힘들어도 정성을 드리는 마음이 일상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힘주어 말씀을 하신다. 어디 이 뿐인가.
경로잔치를 위해 일일찻집을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중식을 제공하고, 공연과 나눔 장터를 마련하는 등 봉사활동은 멈추질 않고 있다.

03_ 왼쪽으로 미타요양원 윤경사무국장, 김예슬 영양사, 김춘열 태고보현봉사단장
03_ 왼쪽으로 미타요양원 윤경사무국장, 김예슬 영양사, 김춘열 태고보현봉사단장

미리 약속해둔 미타요양원(원장 한관희)에서 윤경미 사무국장과 김예슬 영양사가 보살의 집을 찾아왔다. 준비를 마친 우무묵은 80킬로그램이다. 청정한 바닷가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가 우무묵으로 탄생한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반듯하게 정사각형 모양을 갖추고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청정 우무묵을 정성껏 만들어 보냄시메 어르신들께서 시름 내려놓으시고 맛나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편에 보내드립니다.”라고 말을 전하고 있는 해녀 춘열 보살이다. 
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맛있게 드시는 입에 즐거운 미소, 어르신들의 웃는 모습에 보살의 마음 또한 미소가 포개진다. “우뭇가사리 콩국 한 그릇 드시고 올 여름 어르신들이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한편 춘열 보살은 올해 15군데에 우무묵을 만들어 전달해드릴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뭇가사리를 건조 관리하고 있는 창고를 향해 작업하러 들어가고 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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