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럽 - 지방선거 끝, 폐(廢)현수막을 어찌할꼬
상태바
제주칼럽 - 지방선거 끝, 폐(廢)현수막을 어찌할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6.22 0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창준_ 본지 논설위원前 제주도기자협회장
임창준_ 본지 논설위원前 제주도기자협회장

지난 6월1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지방선거가 집권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며 지지를 호소하던 후보자들의 그림자가 아직도 어른거린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요즘 각 후보자들이 만들었던 홍보물들이 대량으로 아파트나 주택가 주변 클린하우스 폐지 수거함에 잔뜩 모였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 지난 달 말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우편함에 도착한 지방선거 안내·공보물을 집어 든 주민이 곧바로 폐지 수거함으로 향했다. 그는 봉투를 열어 투표 안내문만 빼고 나머지 후보들의 홍보물 수거함에 퍼부어 버렸다. 이날 아파트 쓰레기장에는 형형색색 선거 공보물이 가득 쌓였다.
지역 일꾼 4125명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도 어김없이 막대한 ‘선거 쓰레기’가 차서 넘실거렸다. 후보를 알리기 위해 쓰이는 선거용 현수막·공보물 제작에는 국민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 처치 곤란한 폐기물로 변한다. 한번 쓰고 마는 일회용품과 비슷한 처지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까지 수많은 후보가 나온 이번 선거의 현수막·공보물량은 엄청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만 벽보 79만부, 공보물 5억8000만부, 현수막 12만8000매 등이 사용됐다. 10m 길이인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서울부터 도쿄까지 거리(1281㎞)에 달한다. 투표용지와 벽보, 공보물 인쇄에 쓰인 종이량은 1만2853t이라고 한 중앙언론은 전한다. 30년 된 나무 31만 그루가 사라졌다.
선거에서 후보·정당이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10~15%면 절반을 국가가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준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운동 보전 비용으로 3000억 원 안팎이 든다.
보전 비용에는 선거 공보물·명함 등의 인쇄물 제작비, 선거사무소와 길거리 등에 내거는 현수막 제작·게시 비용 등이 포함된다. 득표율 15%를 넘긴 후보에게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현수막과 공보물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폐(廢)현수막이다. 선거 공보물은 종이로 제작돼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수막은 그게 어렵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이 집계한 결과 선거 기간 선거 벽보와 공보물, 현수막을 만드느라 발생한 온실가스를 다 합치면 1만8285t(추정치)에 달한다. 3억5164만 개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한 것과 맞먹는 대단한 숫자다. 특히 플라스틱 합성섬유 성분인 현수막은 ‘애물단지’다.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 물질이 나온다. 현수막을 수거하고 소각·매립하는 작업에 지자체 예산이 또 투입되게 마련이다.
그러는 사이 선거 현수막 관련 규정은 오히려 완화했다. 별다른 크기 규정도 없어 건물을 가득 덮을 정도의 초대형 걸개 현수막으로 후보 사무실 안팎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런 대형 현수막이나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이 과연 선거에 얼마만큼 영향을 줬을까. 문제는 기후 공약, 온실가스 감축을 내걸면서도 기후와 반대로 가는 현수막을 규제할 방범이 아직 우리나라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자치단체에서 폐현수막을 이용해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끈다. 한 예로 전북 전주시의 폐현수막 새활용(업사이클링) 사업은 폐현수막을 활용하여, 친환경 가방(에코백)·휴대용 컵 가방(텀블러백) 만들기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교육을 진행한다. 만들어진 생활용품들은 재래시장 등에 배부된다. 
뒤늦게나마 행정안전부에서 22곳의 지자체를 선정하여 폐현수막 재활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데 이런 시책이 더욱 확대했으면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