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잘 먹어야 해탈한다, 밥(食)이 곧 법(眞理)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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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잘 먹어야 해탈한다, 밥(食)이 곧 법(眞理)이므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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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현 스님(서울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서울 열린선원장)

먹읍시다! 어떻게? 잘!
우리가 먹는 밥은 그저 단순히 식욕 해결의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인 몸을 튼튼하게 지키고 가꿔나가 궁극에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밥이 좋아야 몸이 좋고, 몸이 좋아야 마음이 좋고, 마음이 좋아야 꿈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은 밥이 있어야 해탈을 얻고, 밥이 없으면 죽는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 중생의 몸과 마음이 떼려도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웅변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흔히 ‘밥’이라 하면 이로 씹고 삼켜서 소화시키는 음식만을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불교 경론을 보면 네 가지 밥, 즉 사식四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째, 단식(段食)으로 씹어서 먹는 보통의 밥입니다. 둘째, 촉식(觸食)으로 촉감으로 먹는 밥입니다. 셋째, 사식(思食)으로 생각이나 사상으로 먹는 밥입니다. 넷째, 식식(識食)으로 인식작용으로 먹는 밥입니다. 
밥의 구분을 통해 부처님이 일러주시려는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늘 먹는 밥과 함께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모두가 같이 바르게 만족하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은 눈의 밥이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귀로 먹는 밥이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은 생각으로 먹는 밥입니다. 한 톨의 밥알이라도 고맙게 생각하고 맛있게 먹습니다.  이 한 알의 밥이 내게 오기까지 애쓰신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면, 그 속에 네 가지 뜻이,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다 담겨 있습니다. 
나는 밥이 되고 싶다. 나는 밥이다. 2009년 선종(善終)하신 김 수환추기경의 말씀도 참 음미할 것이 많은 느낌 있는 말입니다. 선종은 쉽게 말해 돌아가셨다는 말의 천주교식 표현인데 이것은 어느 종교, 어느 나라 말할 것 없이 뉘앙스가 비슷합니다. 유교의 고종명(考終命),불교의 열반(涅槃),천주교의 선종(善終)이 그것입니다. 5복의 하나인 고종명과 부처님 이야기를 담은 아함경, 열반경 등에 나오는 평화로운 경지인 열반, 그리고 잘 마침이라는 뜻의 선종은 이미지상으로도 뜻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우리 불교 여래의 별명인 선서(善逝)와도 같지 않습니까? 아무튼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나는 밥이다. 밥이 되고 싶다.’는 말은 부처님이 말한 ‘중생은 먹이로 해탈한다.’는 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아놓은 초기경전인 아함경에 나와 있는 말씀입니다.
동막골이라는 영화에서 인민군 대장 동무가 동막골 이장에게 묻습니다. 총칼도 없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을 그렇게 잘 화합시켜 말을 잘 듣게 하는 비법 좀 가르쳐 달라고 말이지요. 그 때 이장인 말합니다. “별 것 없더래요. 자꾸 미기야지. 자꾸 미기믄 말라고 해도 잘 들어여.”
잘 먹어야 해탈합니다. 밥(食)이 곧 법(眞理)이므로 그렇습니다. 잘 먹어서 건강하고 건전한 뫔을 만들어 지속이 가능한 행복을 스스로 가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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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법현(無相法顯) 
틀이 없어야 진리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스님. 서울 열린선원장. 평택 보국사 주지, 인천공항2청사 세계선원장. 일본 나가노 금강사 주지.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법현스님과 함께 하는 법구경> 지음. 템플스테이 최초 기획자. 다문화tv 자비의 소리 1년째 계속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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