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담이 들려주는 재밌는 제주 사찰 벽화 소도리 -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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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이 들려주는 재밌는 제주 사찰 벽화 소도리 -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7.0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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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져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먼지를 털리라, 때를 없애리라’
되풀이하다가 깨우침 얻어
구담 김보성(제주불교청년회 회장)
구담 김보성(제주불교청년회 회장)

지난 사찰벽화는 불교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 중 한 명인 아난존자 이야기였고 이번 사찰벽화 주제는 아난존자와는 반대로 가장 우둔한 부처님 제자인 ‘주리반특가’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벽화는 구좌읍 하도리 금붕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져 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원통(圓通, 모든 것에 걸림 없이 원만하게 통함)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이때 주리반특가가 일어나 부처님께 예의를 올리고 비근(鼻根)을 통해 원통(圓通)을 이루었다고 말씀드렸다.

금붕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주리반특가에 대한 가르침
금붕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주리반특가에 대한 가르침

“저는 외우는 능력이 부족하여 많이 듣고 아는 다문(多聞)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일찍이 부처님 법문을 듣고 출가한 지는 오래 되었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게송을 100일 되어도 외우지 못하였습니다. 앞의 게송을 외우면 뒤의 게송을 잊어버리고 뒤의 게송을 외우면 앞의 게송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저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시어 저에게 ‘편안히 있으면서 들숨 날숨의 숨 쉬는 것을 고르게 다스려라’고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호흡을 관찰하여 생기고 머무르고, 변하고 없어지는 모든 행동의 찰나를 미세한 것까지 관찰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밝아지며 크게 걸림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부처님 자리 아래에 머무르니 부처님께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무학도(無學道)를 성취하였다고 인가를 내려주셨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원통(圓通)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숨쉬는 것을 돌이켜 공(空)의 이치를 따르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 숨 쉬는 것을 살핌으로 생멸은 온 곳이 없고 코의 호흡이 공하고 마음의 분별이 없어져 마침내 활연대오하여 실상을 얻는다. 이것이 비근(鼻根)을 통하여 깨달음에 든다고 한다. 비근을 통하여 깨달았으므로 비근이 원통에 드는 묘한 문임을 알 수 있다.(능엄경) 주리반특가는 미세한 순간까지 숨 쉬는 것을 통해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깨달았던 것이다.
주리반특가의 어머니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였지만 집안의 하인과 결혼을 하게 되어 가문에서 나와 방랑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다 큰길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이 마하반특(大路)이 되었고 다시 작은 길에서 낳은 아들이 주리반특(小路)이다. 형제 모두 출가사문이 되었는데 형인 마하반특은 영특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였다. 그러나 둘째 주리반특가는 아둔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인 게송을 외우지 못하였다.
어느 날, 주리반특가는 자기의 우둔함을 한탄한 나머지 슬피 울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주리반특가에게 빗자루 하나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를 하면서 ‘먼지를 털리라, 때를 없애리라’를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서 외워라.”
우둔하여도 믿음이 강했던 주리반특가는 빗자루로 사원의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부처님 말씀대로 ‘먼지를 털리라, 때를 없애리라’를 되풀이하였다.
처음에는 그 말만 되풀이하였지만 어느 날 이 말이 외워지게 되었다. 빗자루를 쓸 때마다 되풀이 하다보니 이 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먼지와 때는 삼독으로 물든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
먼지와 때를 없애는 빗자루가 부처님의 가르침인 걸 깨달은 주리반특가는 부처님께 나아가 기쁜 마음으로 아뢰었다.
“부처님, 이제부터 지혜의 빗자루로 마음의 먼지를 쓸겠나이다.”
“그렇다, 주리반특가야. 네 말과 같다. 지혜는 능히 사람과 세상의 미혹을 없앤다. 내 제자가 닦는 것은 오로지 이 길이니라.”

글: 김보성 제주불교청년회 회장 
사진:김영애 사찰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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