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성지 순례기① - 불보살님의 가피는 내 노력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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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성지 순례기① - 불보살님의 가피는 내 노력의 결과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7.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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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순례길에서 제주불교청년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봉정암 순례길에서 제주불교청년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왼발”
“응, 왼발 올렸어.”
“오른발”
“응, 오른발”
“다시 왼발”
“응, 왼발”
“오른발 올려서 발을 모아.”
“응, 오른발 올려서 발을 모아.”
“잠깐 기다려”
“응, 기다려”
칠흑 같은 어둠 속 산과 산 사이 깊은 계곡 밑에서 두 사람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내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여기 사람 있다. 만났다, 만났어.” 
“만났어요. 어이구! 다행이다.” 
“나무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랑 같이 간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 소리는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오르는 등반로 마지막 고개, 일명 깔딱 고개를 한참 더 내려와 두 분의 어르신을 만나서 기뻐하는 소리와 두 어르신께서 봉정암 방면으로 오르시면서 한발 한발 내딛는 소리였다. 
만남의 기쁨은 잠시였고 두 분의 모습과 상태를 보고 너무나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였고 함께 내려간 우리 일행은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두 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 몸 상태로 여기까지 오셨을까?
6월18일 나는 제주불교청년회 회원 16명을 인솔하여 다도투어에서 2박3일의 일정으로 진행하는 봉정암 성지 순례길에 동참하였다. 18일 제주도를 출발하여 저녁 무렵 오세암에 도착해서 기도하고 명상을 하며 18일 밤을 지내고 19일 새벽에 출발한 우리 일행은 오전 10시30분을 전후하여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전원 무사히 봉정암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여 바로 봉정암의 상징인 사리탑에 참배를 하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나를 포함한 9명은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 등반에 도전하였다. 대청봉 등반 후 피로가 쌓일 만큼 쌓인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도 성지순례라 하여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봉정암에 왔는데 기도는 꼭하고 가야된다는 마음이 지친 나의 육신을 일으켜 세웠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오이무침 서너 개가 반찬인 언제나 한결같은 메뉴의 저녁공양을 맛있게 마친 후 우리 17명의 제주불교청년회원은 사리탑 앞에 모여 108배 기도를 하고 저녁예불에 동참하였다. 예불이 끝나고 내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정리하고 준비해서 백담사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을 걱정하며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나의 휴대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사람 찾으러 가야하니까 두 사람만 종무소 앞으로 빨리 나와 주세요” 하는 다도투어 인솔자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때 시간이 정확하게 밤 8시57분이었다.
나는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으며 옆에 누워있는 동료에게 같이 가보자고 부탁하였다. 손전등을 가방에서 챙겨 들고 동료와 함께 종무소 앞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먼저 도착한 다도투어 인솔자의 설명에 의하면 오늘 종무소에 숙소를 예약한 두 분이 이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세암을 출발하여 오후 5시쯤 봉정암에 도착한 참배객들이 등산로에서 걸음이 불편한 보살님과 동행하는 처사님 두 분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4시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무슨 문제가 발생된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나의 머리를 스쳐갔다. 오세암을 출발하여 4시간이면 일반적인 사람들의 걸음걸이로는 봉정암에 거의 도착하는 시간이다. 설명을 듣고 다도투어 인솔자와 나, 나와 함께한 동료, 우리 셋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오전에 턱 밑에까지 찬 숨을 몰아쉬고 헐떡거리며 올라온 깔딱 고개를 역방향으로 빠르게 걸음을 내달렸다.
손전등을 의지하고는 있지만 캄캄한 깔딱 고개를 내려가는 것은 여간 위험하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고개를 내려가는 내내 큰소리로 “사람이 있어요.”를 계속 외치며 캄캄한 계곡 속으로 빨려들 듯이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갔을 때 칠흑같이 어두운 계곡 밑에서 우리를 향하여 대답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맨 앞에서 걷던 나는 “사람이 있다.”고 외치며 걷던 발걸음을 더 빠르게 재촉하여 내려갔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내 마음속에서는 조바심이 더욱 생겨났다. 
종무소 앞에서 출발 전에 환자분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두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 줄은 상상 할 수도 없었고, 상상하지도 못하였다. 두 분은 파킨슨병 환자인 70세 보살님과 그분의 남편인 71세 처사님인데 보살님은 첫돌이 갓 지난 어린애의 걸음마 수준으로 힘겨운 걸음을 걷고 있었고 처사님은 배낭을 등에 메고 한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전등에 의지하여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와 보살님의 손을 붙잡고 허리를 숙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린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것처럼 보살님을 끌어 올리며 계곡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보살님이 발을 디딜 곳을 핸드폰 전등으로 비춰가며 왼발, 오른발을 처사님이 외치면 보살님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왼발, 오른발을 복창하며 종종걸음으로 계곡 위를 향하여 오르고 또 오르고 있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못 믿을 상황이었고 말과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많은 한계가 있어서 유감스럽다.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상당한 난코스라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도 어렵고 힘들어하는 길이다. 심지어 오늘 낮에 봉정암에 도착한 제주불교청년회 회원 중에 한 여자 회원은 열 걸음 가서 쉬고 또 쉬고 너무 힘들어 아무도 안 보는 사이 연신 눈물을 훔치며 올라갔을 정도이다.

(다음호에 계속)

/글·강원범 <제주불교청년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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