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아동문학가 김영기 작가 - 『동심은 나의 힘』김영기 원로 작가를 만나다 - “시와 함께하면 삶이 진실되고 아름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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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아동문학가 김영기 작가 - 『동심은 나의 힘』김영기 원로 작가를 만나다 - “시와 함께하면 삶이 진실되고 아름다워져”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2.07.2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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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새벽』 지 펴내면서
제주아동문학활동 시작해
가장 귀중한 존재가 어린이이며
가장 아름다운 말 역시 어린이
산책길을 걷고 있는 김영기 원로 작가
산책길을 걷고 있는 김영기 원로 작가

제주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오늘은 제주아동문학의 산증인이신 김영기 원로작가와 함께했다. 
김영기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이런 말로 전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꿈을 담아내는 창작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팔십 너머에도 동시․동시조를 노래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자연인으로 태어났다. 동심 속에서 늘 살아가고 있기에 그럴까. 눈이 맑아 빛나고 정겨워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하여 작가는 ‘날개 달아주는 바람’을 타고 구만리 창공을 날고 있으리라.”고 하였으며, 대담자는 김영기의 40년 아동문학 회고록을 내면서 하신 말씀 중 인상적인 것과 작가의 내면 깊숙이 안고 있던 결연한 뜻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싶다. “나의 아동문학은 어린이의 고운 심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중시하여 계몽기의 아동문학 사상인 동심주의를 뛰어넘은 우주 개척시대의 주인공이 될 어린 영혼이 길라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산책길에 나선 김영기 원로 작가
산책길에 나선 김영기 원로 작가

▶제주에서 아동문학은 언제 태동이 되었는지?
▷예. 그러니까 제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1970년대 교사시절이었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글쓰기 지도가 지상과제였다고나 할까요. 그 열망을 1979년도 말 당시 북제주군 교육청에 건의하여 문예교육서클을 조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니, 쾌히 받아들여져서, 1980년 초 문예교육서클로 발기하고 김영기, 김동호, 신수범, 김세경 등의 교사가 모여 정관을 제정하는데, 여기서 서클의 명칭을 ‘아동문학 연구회’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에 교육청의 지원을 얻어 창간호『새벽』지를 펴내면서 “자. 이제부터 본격적이며 생명적이다. 글 쓰는 일을 흔히 무상의 행위라고 하지 않는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써내는 기쁨을 뭣에 비유하랴!”라는 다짐으로 본격적인 제주아동문학활동에 힘쓰게 되었지요. 
▶작가님은 교편생활을 하시면서 언제 등단을 하게 되었는지요?
▷그러니까 물메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어린이들이 좋은 글솜씨를 평가받는 것처럼 저도 그 같은 욕심이 슬슬 일기 시작했었지요.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교학상장’이란 말이 있듯이 제가 보는 교육잡지인《새교실》과《교육자료》를 통해 문학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1981년에 초회 추천을 받은「유채꽃」이란 동시가 창작되었고 첫 작품이기 때문에 애정이 갑니다.

햇살 타고/ 산으로/ 산으로 번지는/ 유채꽃/ 물결// 한라산 꼭대기에/ 한 점 남은 눈// 겨울을 몰아낸/ 들판은/ 온통 / 술렁이는/ 깃발// 만세!/ 만세!// 터지는 함성.  - 동시 1회 추천작품「유채꽃」 《새교실》지우문예 (1980년 9월호)
 
▶회고록에서 표제를 『동심은 나의 힘』이라고 쓴 것을 봅니다만,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뜻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어린이는 미래이며 희망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가 어린이이며, 가장 아름다운 말 역시 어린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수함 때문에 어린이라는 말을 가장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어른들의 마음 한쪽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몰래 넣고 다니다가 문득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는 것이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뜻이 내포되어있는 것이 바로 “동심은 나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지금까지 펴낸 동시집 5권과 동시조집 8권을 발간한 가운데서도 100편을 가려 뽑아 회고록에 선집으로 담고 있는데, 여기서도 표제를「날개 달아주는 바람」으로 하고 있어요, 이 또한 어떤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요?
▷예. 나이가 점점 깊어갑니다만, 몸과 마음은 어린이가 되어 가볍고 즐거우며, 이것은 어린이가 주는 기(氣) 때문이라고 봅니다. 내가 주는 사랑보다 받는 건강이 더 많음에 놀라면서 늘 고마워하는 마음에서 그 보답으로 어린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지요. 이 또한 동심에 연유한 것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년퇴직한 후에도 금빛 평생교육봉사단에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왜 시와 놀아야 하는지?’ 에 대해 한 말씀을 주신다면?
▷예. 시와 함께하면 생활을 진실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시를 감상함으로써 감정을 정화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그 만족감으로 실망과 좌절, 불안과 분노 등의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덧붙인다면, 고운 말, 바른 말을 가려 쓰게 되고 작시(作詩)활동을 통해 암암리에 인성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동시는 암송하기 쉽고 읽어서 나름대로 분위기를 느끼고 외워서 읊조리는 동안 저절로 재미를 맛보고 감동에 젖어 들면 되는 것이죠. 
내 마음을 흔드는 한 줄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면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저자가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고령의 나이 98세에 쓴 처녀시집  『약해지지 마』에 실린 ‘시바타 도요’의 시였습니다. 
▶퇴임 후 2003년부터 모교인 광양초에서 근 20년간 자원봉사 재능기부를 해오시고 있는데, 이는 동시와 동시조 보급·확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직 생활 시절과 재능기부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예.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창작작업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면, 퇴임 후에는 오로지 문학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서 여유로운 시간을 접하고 있다고 봅니다. 스스로 작품의 질이 향상되어 수작을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큰 소망이지만, 제가 지도하는 어린이들의 글짓기 솜씨가 날로 향상되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면 새 힘이 솟아납니다. 각종 문예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창작과 좋은 성적을 거둘 때는 작은 보람과 함께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되지요. 또한 먼 훗날 이 어린이들 가운데서 훌륭한 작가나 시인이 배출될 것이다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의자에 앉아 사유의 시간을 갖고 있는 김영기 원로 작가
의자에 앉아 사유의 시간을 갖고 있는 김영기 원로 작가

▶ ‘삶과 문학’ 에 있어서 작가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교편생활을 지켜 봐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작가님을  ‘제주아동문학의 산파이자 기둥’ 이라는 평을 해주시고 있는데요. 앞으로 제주아동문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예. 저를 ‘제주아동문학의 산파이자 기둥’이라는 평은 과분한 평이며 과찬입니다. 제주아동문학 40년의 연륜 속에는 회원 모두가 하나로 단합된 의지로 이뤄낸 성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 제주아동문학이 나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50년, 100년 고지를 향하여 나가는 데는 신진회원들의 새 힘을 발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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