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성지 순례기③ - “우리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올라 사리탑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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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성지 순례기③ - “우리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올라 사리탑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8.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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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청년회 회원들이 대청봉을 올랐다. (왼쪽 앞줄 가운데가 강원범 수석부회장)
제주불교청년회 회원들이 대청봉을 올랐다. (왼쪽 앞줄 가운데가 강원범 수석부회장)

(지난호에 이어)
처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땀을 식힌 우리는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깔딱 고개 위를 향하여 올라갔다. 그사이 다도투어 인솔자는 스님께 전화해서 물을 가져오시게 하였고, 나는 올라가는 길에 중간중간 쉴 때마다 낮에 핸드폰으로 촬영한 설악산의 풍경들을 두 분께 보여드리며 힘을 내시라고 하였다.
다시 잠시 쉬는 시간에 스님께서 가져온 물을 마시던 처사님은 3미터 정도의 밧줄을 구해주면 보살님 몸에 묶어서 다음날 수렴동 계곡 쪽으로 내려가겠다고 하셨다. 
스님과 다도투어 인솔자와 나는 절대 안 된다고 하였으며 그때까지 별말씀이 없으시던 보살님께서 “지금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이 엄청나게 아프다”며 걸어서 내려갈 수 없다고 하였다.
걸어서 내려간다고 하면서 완강하게 버티시던 처사님도 보살님의 그 말씀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며칠 뒤 다도투어 인솔자에게 들었는데 119구조대 헬기를 타고 내려왔다고 하였다.
물을 마신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올라 사리탑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때 핸드폰 시계에는 밤 11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분께서 사리탑에 참배할 수 있도록 좌복을 준비해드리고 “가로등 불빛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시면 종무소가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나도 숙소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깔딱 고개를 내려갔다 왔지만 힘들다는 느낌보다 기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환희심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할수록 자꾸만 미소 짓게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번 봉정암 성지 순례는 나의 노력과 현명한 판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신하는 계기였다. 아무리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고 기도를 열심히 하여도 내가 직접 행하지 않고 판단이 흐트러지면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다. 모든 일에 노력은 기본이고 상황에 맞게 판단을 잘해야 한다. 
전북 장수에서 설악산을 올라 온갖 고생 끝에 봉정암 사리탑을 참배한 두 분은 엄청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두 분 역시 봉정암 사리탑 참배를 위해서 노력하였고 포기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으로 무리하기는 하셨지만 목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처사님의 판단이 아니었으면 두 분은 평생동안 봉정암에 오지 못하였을 것이고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보살님의 평생소원을 이루신 것이다. 이것은 불보살님의 가피가 아니라 오롯이 두 분의 판단과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깔딱 고개를 내려갔다 온 님들도 순간적인 판단을 잘해서 두 분을 무사히 사리탑 앞에까지 모셔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혹자들은 불보살님의 가피라는 말을 아주 쉽게 또는 가볍게 하는데 나의 노력과 현명한 판단 없이는 불보살님의 가피 또한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은 나의 행이고 행은 곧 나의 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업력에 의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업은 선업과 악업이 있고 선업은 즐겁고 악업은 괴로운 것이다. 즉 선한 행을 하면 즐겁고 악한 행을 하면 괴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단은 알아차림이고 알아차림은 곧 지혜인 것이다. 나의 지인들은 말한다. 알아차림은 명상을 통하여 알 수 있다고 명상을 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명상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엄청 힘들고 어렵다. 명상에 들어가는 순간 온갖 번뇌 망상이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온다. 5분을 못 버티고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다 끝나곤 한다. 이 또한 노력하지 않아서 힘들고 어려운 것이리라. 
그리고 보살님을 향한 처사님의 애틋한 마음은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타는 사랑, 뜨거운 사랑 그런 것으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답고 사람의 향기 물씬 나는 성숙한 감성인 것이다. 
나는 불자의 한사람으로 감히 말한다.
“불교든 그 어떤 종교든 종교 활동은 행복한 삶을 위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몸짓이다”라고.
이번 2박3일 봉정암 성지순례는 제주불교청년회원들과 함께하여서 그 어느 때보다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성지순례였다.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현명한 판단과 끝없는 노력으로 선업을 만들어가며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누려가야겠다. 끝으로 다도투어 인솔자의 말씀이 나의 귓전에 맴돈다. “장수에서 올라온 처사님 본바당 지비 가민 보살신디 잘헙써” 

2022년 6월 끝자락에서 
청담 강원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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