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한국 서단의 대가 라석 현민식 서예가 - “붓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예술로의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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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한국 서단의 대가 라석 현민식 서예가 - “붓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예술로의 승화”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2.08.0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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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법으로 열심히 탁마한다면
훌륭한 작가로 누구나 성장할 수 있어
즐기는 사람만이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고
붓으로 먹에 생명을 불어넣고 정도를 걸어가야
라석 현민식 원로 서예가
라석 현민식 원로 서예가

붓과 먹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정신세계가 맑고도 아름답다. 한 字 한 字가 다섯 손가락처럼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서예의 길을 간다. 제주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오늘은 한국 서단의 거장 라석 현민식 서예가를 만났다. 
서예가 라석 선생은 집필과 운필의 기초를 갈고 닦으며, 임서와 창작을 하면서 보낸 세월 그 시간이 70여 년. 그동안 많은 수상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개인전과 초대전, 국제교류전에서 활약하면서 교육부장관 표창과 탐라문화상, 재암문화상, 대한민국 설송문화상, 베이징올림픽 특별상, 국제미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외 제22회 한국미술국제공모전에서 전체 최고상을 받았다. 라석 선생은 수필을 쓰면서 다수의 작품집도 출간했고, 최근에는 서재에서 서화작품과 더불어 독서를 하며 예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가면서 작품을 통해 도(道)를 담고 예(藝)로서 아름답게 노년을 가꿔나가고 있다. 

라석 현민식 선생은 한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가면서 지금도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고 있다.
라석 현민식 선생은 한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가면서 지금도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고 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난해로 기억합니다만, 선생님은 본인의 서예 인생을 총정리한 서화집을 발간하셨는데요, 오늘 찾아뵙고 보니, 건강하십니다. 근황은 어떠하신지요?
▷아, 예. 일상으로 하는 것은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 서예 연구원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고 있고, 집에서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작품들을 시간을 내어 조금씩 정리정돈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은 이곳 연동이 고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렸을 적에 어떤 꿈을 가지셨는지?
▷예. 할아버지께서 노형동에 사시다가 이곳 연동(성두동 베두리)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저희 집안은 10남매 가족이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도민들은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야 하는 힘든 삶이었죠. 장남인 저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어머니 따라 밭일도 나가야 하고, 가축들을 관리하며, 동생들을 돌봐야만 했습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의 소중한 시간이라 연동에서 북초등학교까지 왕복 10킬로미터를 뛰고 달리면서 통학을 해야만 했죠. 아버지는 지역에서 글씨를 잘 써서 향교 일을 많이 보았고, 명성으로 이곳저곳에서 많이 모셔가기도 했습니다.
▶그러시면 선생님은 언제부터 붓글씨에 관심을 갖고 붓을 접하게 되었습니까.
▷예.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법첩을 따라 한 획 한 획 붓글씨를 쓰게 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만, 제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에 몸을 담았을 때는 주로 환경정리를 도맡아 해왔습니다. 그래서 글씨에 관련된 일은 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글씨깨나 쓴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본격적인 서예의 길에 접어들게 되나요?
▷아, 예. 십여 년 넘게 함께한 교편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나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군자(四君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예에 대한 관련된 책을 구입하고 탐독하며 법첩 공부에 주력해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은 “서예는 정확한 필법, 말하자면 가장 효율적인 필법을 반복해서 체질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법첩을 임서함에 남보다 배 이상 노력해야만 한다”는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습니다.
▶서예의 길을 열어오시면서 인성(人性)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신지요.
▷아, 어렵게 다가옵니다. 글쎄.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빨리 성찰을 통해 마음을 바르게 바꿔야 하듯이, 가장 가까운 친구끼리라도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주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어쩌면 참회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바른 삶이 될 테니까요. 이우보인(以友輔仁)이라 할까요.
▶생애에 가르침이나 존경하시는 분이라면?
▷서예부문에서 존경하고 있는 분은 두 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일중 김충현 선생님으로 예서에 매우 뛰어나신 분이시고, 다른 한 분은 윤길중 선생님을 존경해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서예의 예술적 삶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교류 강화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습니다. 서예자료 발간 성과 가운데 기본서인 구양순의(九成宮禮泉銘) 전문을 총 3회에 걸쳐 휘호하고 출간했으며, 선생님의 해서 천자문은 중국에서도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중국에서 대한민국의 최고 서예가로 인정받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010년 8월 중국 산둥성 태안시에서 개최한 한·중미술교류전에서 회지서보) 1면 전면과 5면 전면에  ‘한국 저명 서화가 현민식 작품선’ 을 소개했습니다.  선생님의 생애 간직하고 있는 좌우명이라할까요, 사자성어가 있다면?
▷예. 부끄럽습니다만, 생활신조로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것이라면, “구차히 구하지 않고, 구차히 얻지도 않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不苟求 不苟得’것으로 세속에 영합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지키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해봅니다. 
▶서예의 길은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
▷아, 붓을 잡는 사람들마다 각자가 다르게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저의 경우라면 “신선하다. 마음을 바르게 하는 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 한 말씀 주신다면?
▷서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법에 얽매이고 법첩에 갇히게 되면 창작의 의지가 밟혀버리기 쉽습니다. 전서, 예서, 해서, 초서는 모두가 우리 몸의 다섯 손가락처럼 한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오랜 세월 고도의 수련을 통해 글씨를 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마음으로 깨달음을 터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목의 수준이 낮으면 주체성 없이 저급한 작품을 접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역사가 인정하는 법첩을 경시하고 속된 저질 작품에 현혹하게 되면 실패하게 될 수 있다. “바른 필법으로 열심히 탁마한다면 훌륭한 작가로 누구나 성장할 수 있으며, 즐기는 사람만이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보며, 붓으로 먹에 생명을 불어넣고 정도(正道)를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길에서 반석을 다진 서예가 라석 현민식 선생은 취재진과 대담을 마치면서 한 말씀을 더 보탠다. 붓글씨는 “붓을 잡고 고래 골듯이 쓰라” 즉 안 하면 제하라 붓을 누르고(닿고) 들어 올려라, 라는 뜻을 알았을 때가 제일 기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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