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2)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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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2)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0)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8.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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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원사 대웅전 내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면의 벽 중 여덟 번째 벽의 하단 두 번째 단에는 백구가 부처님을 보고 짖는 그림이 그려졌다.  『중아함경』 에 실린  「근본분별품」  중  「앵무경」 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구가 부처님을 보고 짖다(白狗吠佛)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코살라국의 수도인 사위성, 기원정사가 있는 곳으로 부처님께서 오랫동안 머물며 불법을 편 곳)에 계시던 어느 날 아침 앵무(鸚鵡) 마납(摩納)의 집에 탁발을 가셨다. 도제(都提)의 아들 앵무 마납은 볼 일이 있어 집에 없었는데, 평상 위에서 금 쟁반에 담긴 밥을 먹고 있던 흰 개가 부처님을 보고 크게 짖었다. 부처님께서 백구에게 “너는 그러면 안 된다. 으르렁거리다가 짖기까지 하는구나.”하시니 백구는 사납게 성질을 부리다가 평상에서 내려와 나무더미로 가서 시름시름 그 자리에 누웠다(사진 1). 앵무 마납이 집에 돌아와 개가 땅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집안사람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사진 2). 이에 한 사람이 아침에 사문 구담이 탁발하러 왔을 때 백구가 쫓아가며 짖자, 구담께서 백구에게 뭐라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백구가 저렇게 시름하며 누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앵무 마납은 벌컥 화를 내며 부처님께서 계신 기원정사로 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설법하고 계셨는데, 멀리서 앵무 마납이 씩씩거리며 오는 것을 보고 대중에게 “저기 오고 있는 앵무 마납은 목숨이 마치면 분명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내게 몹시 화를 냈기 때문이다. 어떤 중생이라도 마음으로 크게 화를 내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태어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앵무 마납은 부처님께 자기 집 개에게 무슨 말을 하였기에 그 개가 시름하며 바닥에 누웠는지 따지듯이 묻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나를 보고 짖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자 평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시름하며 누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앵무 마납이 그 개와 자신이 전생에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부처님께서 들으면 언짢아 할 테니 묻지 말라고 했음에도 앵무 마납이 재차, 삼차 물었고, 결국 부처님께서는 그 개는 전생에 앵무 마납의 아버지인 도제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앵무 마납은 자신의 아버지는 보시도 많이 했고, 사당도 지어서 당연히 범천에 태어나셨을 텐데 어떻게 저 천한 개로 태어났겠냐고 부처님의 말씀을 부정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 도제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도 마치 깨달은 것처럼 교만하고 우쭐대는 마음(增上慢)을 가졌기 때문에 저 천한 개로 태어났다. 만일 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집으로 가서 개에게 내 아버지였거든 평상 위로 올라가라고 말해 보라. 그러면 그 개는 반드시 평상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전생에 내 아버지였거든 쟁반에 놓인 밥을 먹으라고 말하면 그 말 또한 들을 것이다. 그래도 믿기지 않으면 전생에 내 아버지였거든 내가 모르는 아버지께서 숨겨 둔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고 하라. 그러면 그 개가 그 장소를 가르쳐 줄 것이다.” 
앵무 마납이 집으로 돌아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백구에게 질문하니 백구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행동을 했고, 아버지 도제가 숨겨 둔 많은 보물을 얻었다. 이러한 경험을 한 뒤 앵무 마납은 큰 신심이 일어나 부처님이 계신 곳을 향해 절하며 참회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 찾아가 사람들은 어떤 인연으로 사람의 몸을 받고도 모두 다 다른지 그 인연과 업의 과보에 대해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자기가 행한 업에 따라 과보를 받는다. 중생은 업과 인연하고 그 업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며, 묘하고 묘하지 않은 곳에 태어난다.” 앵무 마납이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청하자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다.
“중생들 수명이 짧은 이유는 그들이 다른 생물을 죽이고 피를 마신 업 때문이며, 수명이 긴 것은 그들이 살생을 끊고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 질병이 있고 없는 이유도 다른 사람을 못 살게 굴었는지 유무에서 비롯된 것이고, 몸과 얼굴이 단정하고 못 하고는 남에게 화를 부리고 증오했는지 등의 유무에서, 큰 덕은 질투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비천하고 고귀한 태생의 차이는 과거 남을 공경했는지 무시했는지에, 재물이 많고 적음은 보시 여부에서 비롯된다. 즉 오래 사는 업을 지은 사람은 반드시 오래 살고, 보시하는 업을 지은 사람은 재물을 얻어 부자가 된다. 널리 배우고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은 지혜를 얻게 되는 것처럼 모든 중생은 자신이 행한 업에 따라 그 과보를 얻는다.”
이 ‘백구폐불’은 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현재 우리의 삶이 자신이 과거에 행한 업에 따른 과보이며, 앵무 마납처럼 부처님께 공경하지 않고 화를 낸 업 때문에 지옥에 갈 예정이었지만 이후 부처님께 귀의해 선한 마음을 갖게 되면 업이 소멸되어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앵무 마납의 아버지 도제는 부유한 바라문으로서 사원도 희사하고 보시도 잘했으나 그 마음에 우쭐대는 교만함이 있어서 축생으로 태어난 것이다. 어쩌면 재물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어서 죽은 뒤 재물을 지키는 개의 몸을 받아 태어난 것이다. 우리 몸은 자연이 주는 공기, 물, 음식이 있어야 살 수 있다. 탄생 자체가 자연과 부모의 은혜를 받아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생명은 외부에서 받아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은 것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 아니라 마음 씀씀이 하나에서부터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베푸는 대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모든 존재로 확대해야 한다. 육바라밀의 첫 번째 보시바라밀은 남에게 재물을 베풀고, 두려움을 없애주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다. 베풀되 베풀었다고 으스대지 않을 때 진정한 보시가 실현된다. 
사진1은 앵무 마납의 집을 찾은 부처님의 모습이고, 사진2는 부처님께 짖는 백구와 힘없이 바닥에 누운 백구 및 앵무 마납의 모습이다. 사납게 짖는 백구의 모습은 각원사 벽화보다 석씨원류 판화(사진 3)와 통도사 영산전 내부 석씨원류 ‘백구폐불’ 벽화(사진 4)에서 더 두드러지게 묘사되었다. 통도사 영산전에 여러 석씨원류 판화 중 이 주제가 선택된 것은 역시 업과 과보 및 보시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길을 갈 때 땅에서 기어가는 개미가 보이면 밟지 않으려고 걸음을 조심하는 건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보시행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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