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4)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2)
상태바
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4)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0.21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원사 대웅전의 북쪽 출입문 서쪽 벽면은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면의 벽 중 여덟 번째 벽이다. 각 단에 세 장면씩 총 15장면의 벽화가 다섯 단에 그려졌다. 석씨원류 판화의 목차와 비교하여 보면 벽화 장면의 순서는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된다. 네 번째 단 맨 오른쪽에는 ‘권친청불(勸親請佛)’이, 맨 윗단 왼쪽에는 ‘담락불생(談樂佛生)’ 장면이 묘사되었다. 권친청불은 병든 친구에게 부처님을 뵙도록 권하는 이야기이고, 담락불생은 부처님께서 즐거움에 대해 설하는 장면이다. 두 장면 모두 『법구비유경』에 전한다.   


친구에게 부처님을 뵙도록 권하다(勸親請佛)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무를 때 그 기원정사를 부처님께 지어드린 수다타(須達多) 장자에게는 호시(好施)라는 중병에 든 친구가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수다원을 얻은 수다타 장자와 달리 그 친구는 외도를 섬기며 불법과 모든 의술을 믿지 않았다. 친척과 벗들이 그 친구에게 문병 가서 병 치료를 권했으나 그는 해와 달을 섬기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할 뿐 다른 것은 믿지 않는다며 친구들의 권유를 거부하였다. 이에 수다타 장자가 그에게 간곡히 말하였다.
“내가 섬기는 스승의 이름은 부처라 하네. 그분의  신비한 덕이 중생에게 미쳐서 그분을 만난 사람은 다 복을 받는다네. 그분을 한번 청해서 그분의 설법과 발원을 들어보게. 그분을 섬기고 섬기지 않는 것은 그대 마음에 달렸지만, 그대의 병이 오랫동안 차도가 없기에 자네가 부처님을 청해 그 복을 받기를 바라서 자네에게 권하네.”     
가만히 듣던 호시가 수다타에게 자신을 위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청해 달라고 부탁했고, 수다타는 곧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청했다.
부처님께서 호시에 집에 이르러 큰 광명을 방출하시니 호시는 그 빛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이때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시고 호시를 위로하며 병이 어떻고, 어떤 신을 섬겼으며 어떤 치료를 했는지 물으셨다. 
이에 호시가 부처님께 대답했다.
“해와 달을 받들어 섬기고 임금과 조상을 공경하며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을 앓은 지 오래건만 그 은덕을 입지 못했습니다. 약이나 뜸은 문 안에 들이지 못하게 하였고, 경전이나 계율의 복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선조 때부터 이렇게 해왔으므로 저 역시 그렇게 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호시에게 말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횡사하는 경우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병이 있어도 치료하지 않는 것이요, 두 번째는 치료하되 조심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교만하여 치료를 거스르고 있는지 알지 못해 죽는 것이다. 몸에 있는 병은 해와 달, 임금, 조상에 의지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밝은 도로써 시기에 따라 조용히 고쳐야 한다. 몸에 한기나 열기가 생길 때는 의약으로 고쳐야 하고, 온갖 삿된 것과 나쁜 귀신으로 생긴 병은 경전과 계율로 고쳐야 한다. 그리고 현인과 성인을 받들어 섬기고, 빈궁한 사람을 도우며 살면 그 복덕으로 현세에 항상 편안할 것이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셨다.

해를 섬기는 것은 밝음 때문이요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은혜 때문이며
임금을 섬기는 것은 세력 때문이요
도인을 섬기는 것은 법을 듣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목숨을 위해 의사를 섬기고
이기기 위해 세력에 의지한다.
법은 지혜 있는 곳에 있고
복을 지으면 세상마다 빛나네. (중략)

호시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니 마음과 몸이 마치 감로수를 마신 것 같이 편안해지며 수다원도를 얻었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면 쇠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의학이 발달하여 주변에서 100세가 넘는 분들을 곧잘 뵌다. 그래도 집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이 한분쯤 있는 게 현실이다. 아프거나 연로해서 돌아가셨을 때 부조금 들고 찾아가는 것보다 그분들이 살아계셨을 때 찾아가 그분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부조가 아닐까?


부처님께서 즐거움에 대해 말씀하시다(談樂佛生)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새로 입문한 네 비구가 꽃이 만발하게 핀 벗나무 아래에서 도를 닦다가 세상의 온갖 일 중 무엇이 가장 즐거운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은 이렇게 꽃 피었을 때 들판에 나가 노는 것이 즐겁다고 했고, 한 사람은 좋은 일에 친척들이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비구는 재물을 쌓아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바라보는 일이 즐거울 것이라 했고, 나머지 한 비구는 고운 옷을 입은 처첩들과 향락을 누리는 것이 즐거울 것이라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 그곳에 이르러 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얘기한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모두 근심과 두려움이며, 자신을 위태롭고 하고 망치는 길이다. 만물은 봄에 무성했다가 가을과 겨울이 되면 시들어 떨어진다. 친척들과의 즐거움도 곧 헤어져 떠나게 되며, 재물과 보배도 도적이나 방탕한 자식의 몫이고, 처첩의 미색은 사랑과 미움이 생기는 원인이다. 즐거움은 근심을 낳고, 탐욕은 두려움을 낳는다. 탐욕도 없고 두려움도 없는 경지를 깨달아야 한다.”
네 비구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부끄러워하고 참회하여 한 마음으로 도를 구하였다.
조선시대 후기 서포 김만중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익겸의 차남인데, 유복자였다.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는데 인현왕후를 폐하는 것에 반대하여 귀향 가 있을 때 집에 혼자 남아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해 소설 『구운몽』을 썼다. 육관대사 밑에서 수행하는 성진이란 승려가 어느 날 꿈속에서 양소유가 되어 아름다운 부인 2처 6첩을 얻고 진나라 승상이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다. 나이가 들어 부귀영화에 시들해진 양소유가 도를 찾아 출가할 것을 결심하다 꿈에서 깬다. 스승인 육관대사가 성진에게 옛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가 다시 장주로 화했는데 자신이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것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하는데 너 역시 성진과 양소유 중에서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닌지 분별하지 못한다며 금강경의 한 구절을 읊어준다.     
“인간 세상의 모든 현상은 꿈같고 환각같고 물방울같고 그림자같으며, 이슬같고 번개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사진 1) 각원사 권친청불 벽화
(사진 1) 각원사 권친청불 벽화
(사진 2) 석씨원류의 권친청불 판화
(사진 2) 석씨원류의 권친청불 판화
(사진 3) 각원사 담락불생 벽화
(사진 3) 각원사 담락불생 벽화
(사진 4) 석씨원류의 담락불생 판화
(사진 4) 석씨원류의 담락불생 판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