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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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이야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0.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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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도 그것
들에 가도 그것
그곳에 가면
산꽃 들꽃 님꽃이 반겨준다

가을이 익어간다. 제주 들녘은 어디를 가나 억새의 물결과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어음리에서 바라보는 새별오름과 이달오름은 그야말로 은빛 물결이다. 누운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바리메오름, 노꼬메오름, 족은 바리메오름, 산새미오름, 어승생오름 군들은 억새와 함께 일출 여명에 사진가들은 연신 셔터를 누른다.
깊은 산자락 등성이 넘어 산내음 들내음 가득 우거진 녹음 따라 걷는 길 굽이굽이 돌고 돌아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산에 가도 그것, 들에 가도 그것, 그곳에 가면 산꽃 들꽃 님꽃이 반겨준다.
이른 아침 햇살 돋우고 창문 밖 너머 펼쳐진 하늘정원 야생화 천국 탐라여. 별빛 달빛 벗 삼아 반딧불이 날아오를 듯 당신 속에 퍼질 때 내 가슴속에 남아 별이 되어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따라비 오름 억새와 산굼부리 억새도 지금은 장관을 연출하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을 것이다. 특히 억새 뿌리는 한방에서는 노근이라 하여 사용한다. 백가지 독을 풀어준다는 잔대는 억새 뿌리를 빨아 먹고 산다. 그래서 딱주라 하여 산모들이 산후통에 좋으며 당뇨나 거담 진해에 좋다고 한다.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눈 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풍광 뒤로 하고 내가 살아온 만큼의 세월을 그리며 그게 탄식인지 하늘 한 번 쳐다보자 소소한 예고도 없이 찾아온 님 그리워진다.
그저 나룻배가 되어 세월의 강 건너 길이 열리니 고향의 산하 어느 먼 곳으로 떠난 메아리로 살아온 세월 돌이켜 보니 눈물이 나네. 눈물이 나네. 아직 저녁노을 속으로 물안개는 피어오르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고향의 소리에 억새의 산들거림에 정을 담는다.

/글·悟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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