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 담긴 선취여행 15 - “새벽 초사원에 가서 불경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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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 담긴 선취여행 15 - “새벽 초사원에 가서 불경을 읽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1.0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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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말씀에 들어맞기를 바라지만
심성을 어찌해야 원숙함에 이를까
곽경립(시인, 수필가)
곽경립(시인, 수필가)

불교는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보이지 않으니 “이것이 마음이다.”라고 할 수도 없고, 또 마음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도대체 마음이란 과연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기쁘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생기고, 또 슬픔이 다가오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부처님의 입멸入滅을 다루는『열반경涅槃經』에 보면, “육신이 견고하지 않음은 마치 갈대와도 같고 풀잎에 매달린 이슬과 같다.”라고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생명과 몸은 사대四大(흙·물·불·바람)와 오온五蘊인 신체와 정신(色:물질·受:감각·想:의식·行:행위·識:분별)의 화합으로 이루어진 물질에 불과한 것이라서 무상無常하여 몸도 마음도 실체가 없다고 합니다. 오온五蘊이 공空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무아無我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空이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있지도 않고,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입니다. 마음이 생각에 따라 움직이므로 생각, 즉 아집을 끊어내라는 것입니다. 석존의 첫 교설인『숫타니파타』874에는 “널리 확대되는 의식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라고 하여 번뇌의 궁극적인 원인을 다양한 생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들의 흔한 말 중에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생각할수록 우습다. 생각할수록 무엇무엇 하다 등등,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던 일도 생각이 깊어질수록 점점 복잡해져 결국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할수록 화가 점점 나는 것이고 화로 인하여 겪게 되는 고통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뿐입니다. 그러므로 집착, 즉 아집을 끊어내어 마음의 평온을 찾으라는 부처님의 참뜻이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개고一切行苦’, ‘제법무아諸法無我’, 즉 삼법인三法印의 형태로 나오게 됩니다. 여기에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더해 사법인四法印이라는 불교의 이상적 경지인 니르바나로 우리를 이끄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순서는 바뀌지 않으며 그중 무아설無我說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라고 하는 행위와 실천에 맞물린 실천 사상입니다. 
그럼 고대 중국의 문장가로 알려진 유종원의 시를 감상해 보면서 한 지식인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종원柳宗元(773-819)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중국의 대표적 문장가이며 저명한 사상가였습니다. 그는 21세의 약관에 진사과에 급제하였으며, 관리가 된 후에는 정치개혁에 앞장섰으나, 실패한 후에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벽지인 영주永州로 쫓겨나 10년을 지내고, 다시 유주柳州에서 4년을 지내다가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가 남긴 시는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맑고 깨끗하여, 간결하면서도 산뜻하며 감정이 진지한 것이 감칠맛이 있습니다. 위 시는 그가 영주永州로 쫓겨났을 때 쓴 것으로, 작자는 새벽에 초사超師의 선원에 나아가 불경을 읽는 느낌을 말하고 있습니다. 초사超師는 영주永州의 승려로 유종원의 쓴『벽력금찬인霹靂琴贊引』에 보면, 영릉零陵 상수湘水 서쪽에서 벼락 맞은 오동나무를 가져다가 거문고(琴) 셋을 만들었다는 초도인超道人의 기록이 있는데 아마 이 시 제목(詩題)의 초사超師와 동일 인물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또 패엽서貝葉書는 불경을 가리키는 것으로 고대 인도인은 다라수多羅樹라는 나뭇잎에다 경經을 썼기에 불경을 패엽경貝葉經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남기신 말씀이란 불전佛典을 말합니다. 이제 시의 내용이 감이 잡히실 겁니다. 첫머리 네 구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정성스럽게 불경을 소리 내어 읽고 있습니다. 그다음 불경의 심오함이 인생의 참뜻을 깨닫게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살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처님의 남기신 말씀에 딱 들어맞게 심성을 다스릴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그때 시인의 눈에 펼쳐진 뜨락의 풍경, 대숲으로 길게 이어진 푸른 이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안개를 헤치며 떠오릅니다. 솔잎에 맺힌 이슬이 반짝거리는 고요한 아침,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시인은 심령이 맑아 옴을 느끼면서 스스로 만족한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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