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가는길 - 정광사 - “전통성과 근대성 고루 갖춘 아름다운 불상 모셔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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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가는길 - 정광사 - “전통성과 근대성 고루 갖춘 아름다운 불상 모셔져 있어”
  • 임관표 기자
  • 승인 2022.11.02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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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연화장 세계를 장엄하는 듯
독특한 산신각에 기도의 신비함 있어
한국불교태고종 정광사 도량이 해안골을 품고 있다.
한국불교태고종 정광사 도량이 해안골을 품고 있다.

“여기 두 길이 있으니 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길이요 하나는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부처의 제자인 수행자들은 이 이치를 깨달아 남의 존경을 기뻐하지 말라. 오직 외로운 길 가기에 전념하라.”

국가등록문화재 제621호 소조미륵여래입상
국가등록문화재 제621호 소조미륵여래입상

이러한 법구경 말씀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재 제621호 소조미륵여래입상을 보존하고 있는 제주시 해안동에 자리한 한국불교태고종 정광사(주지 대권 스님)를 찾았다.
구불구불한 마을 길을 지나 오르다 보면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제주시 전경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자연 그대로 부처의 연화장세계를 보는 듯하다. 익어가는 감귤과 집집마다 영글어 있는 감나무 열매가 저마다 익어가며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농촌의 정겨움을 더해준다.
제주 정광사 소조미륵여래입상은 조성 시기와 조성 내용, 조각승, 조성 동기가 분명한 불상으로, 나무 대좌 밑바닥의 묵서명을 통해 1935년 김제 금산사에서 근대의 유명한 화승인 퇴운(退耘) 김일섭(金日燮)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전통성과 근대성을 아울러 갖춘 근대 불교 조각의 기준이 되는 작품으로 가치가 인정되어 2014년 10월 29일 국가등록문화재 제621호로 지정되었고,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소조 불상이란 나무 뼈대에 흙으로 형태를 만든 뒤, 옻칠을 하고 금박을 입혀 만든 불상이다.
이 불상의 제작 배경을 보면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사(金山寺) 미륵전에 있던 주존불이 1934년 화재로 소실되어, 1935년 새 불상을 조성하기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정광사 미륵여래입상은 이 때 일섭(日燮)이 제작하여 출품한 불상 축소 모형 작품이다. 일섭의 작업일지인   『연보(年譜)』 의 기록에 따르면 1935년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조성하여 완성하였으며, 참여 화원은 김보응(金普應), 김일섭, 이석성(李石城)이다.
여래입상의 높이는 101㎝이고 대좌를 포함한 높이는 119.5㎝이다. 나무로 기본틀인 목심(木心)을 세워 전체 윤곽을 잡고, 그 위에 흙을 바르고 삼베를 감은 뒤 위에 도금을 하여 완성한 소조(塑造) 기법의 불상이다. 불상과 대좌는 분리되며, 현 대좌는 팔각 연화대좌 형태인데 정광사에 불상을 모실 때 새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좌 안쪽에 옛 대좌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판이 끼워져 있고, 이 판에 묵서가 적혀 있다.
형태 및 특징은 여래입상은 승기지(僧祇支), 부견의(覆肩衣), 대의(大衣), 군의(裙衣)를 모두 걸친 조선 후기 불보살상의 착의 형식을 잘 보여준다. 머리에는 뾰족한 육계(肉髻)에 정상계주만 표현하였고, 가는 눈에 얇은 입술로 미소 짓는 온화한 표정을 보인다. 왼손을 가슴 높이로 들고 오른손은 허벅지 근처로 내려 아미타수인을 결하고 있다. 이러한 수인은 화재로 소실되기 전의 금산사 미륵불입상의 수인과 유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주 정광사 소조미륵여래입상의 의의 및 평가는 대좌의 묵서와 일섭의  『연보』  기록을 통해 조성 시기와 조각승, 조성 동기 등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불상으로, 일섭의 불상 양식 연구와 근대 불교 조각의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근대 조각가 김복진의 불상과 더불어 금산사 미륵전 불상 제작에 공모한 작품으로, 전통적으로 불교 조각승들이 제작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공모전을 실시하였고, 서양식 교육을 받은 근대 조각가와 전통 조각승들이 함께 참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소중한 예이다. 2014년 10월 29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와 있다.

정광사 뒷편 산신각에서 볼수 있는 큰 소나무
정광사 뒷편 산신각에서 볼수 있는 큰 소나무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나서 오른쪽에 모셔져 있는 소조미륵여래입상을 친견하니 조성할 당시 예술혼이 느껴지는 듯 숙연해졌다. 대웅전 뒤에 산신각을 찾았다. 다른 사찰과는 사뭇 다른 산신각이었다. 제주도에서 보호수로 관리하고 있는 해송이 풍치목으로써 수고가 15m이며 나무 둘레가 3m에 이르는 310년 된 소나무가 바위 위에 앉아있는 듯 함께하며 불자들의 신비한 기도 가피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정방사 주변에는 해발 200~300m 내외의 산들이 있으며, 동쪽의 경계에는 도근천과 서쪽에는 한라산에서 발원한 어시천과 광령천이 여러 개의 지류를 모아 외도 2동 앞의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광령천 상류에는 제주의 숨은 비경인 진달래소가 있다. 
본 기자는 취재를 마치면서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는 전각이 마련되기를 기원하며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문화재 친견 법회가 매년 봉행되기를 염원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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