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 실려
虛 凡
산 내음 들 내음 그대로 안고 인고로 내려온 세월
무슨 콩깍지에 씌였는지 짙은 안개 속에 드리워져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비밀스런 일
탐라의 숨결 곶자왈에 박혀 자연의 신비 속에는
길을 열고 온기 머금고 계곡 하나 돌 하나에 혼이 잠겼어
생명수 솟아오르는 곳마다 순수 이념 풀었다
돌바우 맑은 종소리 노을빛 호수에 드리워져
청청한 하늘가에 잠겼다
호미 들고 텃밭 일구며 살다보니 정이 들고
땅속 깊이만큼 숨결의 자양 이제 가슴을 열고 앞을 보니
가려진 곳 없어진 그늘들 켜켜이 역사는 쌓여
어딜 가나 서린 애환 기억으로만 남아 두 눈 부릅뜬 돌하르방
아픈 역사 반추하고 있네
어리목 계곡 지나 천아계곡에 오색물감 지천으로 물들여
가을바람으로 산목숨 다시 실어나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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