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들의 맘을 격려하려 농담 반 진단 반으로
여인국 이야기를 한데 어우르니
선원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였다
장한철 표해록 1770년 12월 26일 자 일기는 필자가 만든 「읽기 쉽게 쓴 장한철의 표해록」 전체 분량 192쪽 중 26쪽을 차지할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아마 장한철이 표류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은연중 나타낸 것으로 사실 어디 여행을 갈지라면 그 첫 일기는 꽤 많이 쓰는 게 보통 있는 일이기에 그도 이런 범주에서 보면, 상당한 감성적 표현과 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걸출한 입담이 담긴 일기라 할 수 있다.
유구태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여인국이란 나라에 대해 언급한 사항이 나온다.
먼저 유구태자가 이은 시를 보자.
「걸왕에게 요임금의 성덕 바랄까/다다른 명 어느 틈에 호소하리/삼신땅이라 풀어줄 이 누군가/타향에서 죽임 당하누나/모래 위 뼈 감싸줄 풀 있으련만/혼 되어 돌아간들 조상해줄 이 없네/도도히 흐르는 죽서루 물도/잊지 못할 한 영원히 머금으리라.」
임금의 어진 말씀이라도 걸왕 같은 사람을 밝혀주기 힘들었구나. 형틀에 매인 몸이 어느 여가에 하늘에 호소하겠는가. 삼랑이 죽음 앞에 임하니 어느 누가 용서해 주며, 두 아들이 배를 탔는데 어질지 못한 자에게 해를 입었다. 나 죽은 뼈다귀가 황원에 드러나면 풀들이 무성하게 얽혀질 것이다. 혼이 고국에 돌아간들 조상해 줄 친척도 없어라. 죽서루 아래 도도히 흐르는 물에 원한을 간직하여 유구한 세월 속을 울고 있으리.
마침내 유구태자가 탐라 땅에서 죽으니 이 소식을 들은 유구국에서는 조선과 사신을 끊고 오히려 탐라 사람이 표류하면 잡아서 죽여 그 원수를 갚았다고 한다. 이러므로 탐라 사람들은 배를 타다 표류해서 유구로 가면 영락없이 죽게 되므로 일부러 전라도 강진이나 해남의 호패를 차고 다니다 잡히면 전라도 사람이라고 우겼다고 한다.
장한철은 배에 가득 찬 물을 퍼내고자 하는 일행들의 맘을 격려하려 농담 반 진단 반으로 여인국 이야기를 한데 어우르니 선원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였다. 이는 뱃사람들(일행 29명이 모두 남자였음)이 속으로 좋아하는 여인에 관해 이야기를 함으로 표류 생활을 여유롭게 하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어쩌면 여인국이나 일기도에 닿겠구나!”
여러 나라의 지도를 보니, 탐라의 한라산이 큰 바다 가운데 있다. 북쪽으로 조선과 통하는데 물길로 980여 리다. 동, 서, 남쪽 삼면으로는 바다만 있고 뭍이 없어 아득하게 끝이 없다. 일본의 대마도는 한라산의 동북쪽에 있고, 일기도는 정동(똑바른 동쪽)에 있으며, ‘여인국’은 동남쪽에 있고, 한라산의 정남(똑바른 남쪽)에는 대유구와 소유구가 있다. 서남쪽은 월남, 태국, 점성(17세기에 월남에 흡수됨), 말레이반도 나라다. 정서(똑바른 서쪽) 방향으로는 옛날 중국 민중 땅으로 지금의 복건성이다. 복건성 북쪽은 강소성 서주와 강서성 양주 땅이다. 옛날 송나라 때 고려와 교통을 할 적에, 절강성 영파부에서 배를 출발시켜 바다를 항해했다. 영파부는 양쯔강 이남의 땅이다. 산동성의 청주와 연주는 한라산 서북쪽에 있다. 이상의 여러 나라는 모두 탐라와 바다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그 거리가 몇 천만리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가장 먼 나라는 동해에 있는 ‘벽랑국’으로 일본의 동쪽에 있다. 거인도는 일기도의 동남쪽에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세상과 떨어진 세계다.
여인국이란 여성들만 사는 국가로 동만 해상에 있다.
여인국은 중국의 정사에는 서쪽 티베트에 존재한다고 전하며 ‘동녀국’이라고도 불린다. 옛날 선박이 표류하여 여인국에 도착하였는데 많은 여인이 나타나 뱃사람(남자)들을 데리고 갔는데 어떤 이유이지 남자들은 모두 죽었다. 단지 지혜로운 남자 한 명이 죽었다 살아나 밤에 몰래 배를 훔쳐 달아날 수 있었다. 그 후 여인국에 남자가 들어가면 죽는다는 소문이 났고 남풍이 불 때 여인국에 사는 여인이 홀로 아기를 낳는다고 이야기가 전해온다. 『탐라순력도』에는 동쪽 일본까지는 2,000여 리, 여인국까지는 8,000여 리라 기록되어 있다.
/장영주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