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을 찾아서 - 인연법(因緣法)은 운명 개척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향상(向上)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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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서 - 인연법(因緣法)은 운명 개척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향상(向上)의 법문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1.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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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긴 원리 알면 우주가 생긴 원리 알 수 있어
인간의 몸 받았을 때 주인공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혜국 큰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큰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녹야원에서 최초로 인연법(因緣法)을 설하시어 5비구를 제도하셨습니다. 이 5비구 가운데 한 사람인 마승(馬勝)존자는 천성이 점잖을 뿐 아니라, 길을 갈 때는 마치 코끼리의 왕처럼 앞만 보고 갈 뿐 이리저리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존자의 걸음걸이는 적정(寂靜) 그 자체였습니다. 뒷날 부처님의 가장 큰 제자가 된 사리불(舍利弗)존자께서 출가를 하기 전 어느 날, 사리불은 마승존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크게 느낀 바가 있어 여쭈었습니다. “존자께서는 어떠한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까?” “나의 스승은 카필라국의 왕자로서 출가하여 정각(正覺)을 이루신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그분께 어떠한 것을 배웠습니까?” “제법종연생(諸法從緣生) 역종인연멸(亦從因緣滅) 약능해차자(若能解此者) 즉득진실도(則得眞實道)라. 모든 것은 인연을 좇아 생겼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노라. 어느 누구든지 이 인연법을 깨달으면 그는 곧 참된 도를 얻게 되느니라.” 
마승 존자는 이 게송을 들려준 다음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이와 같은 법을 설하십니다.” 사리불은 마승 존자의 이 한마디 게송에 반하여 친구인 목련과 제자 250명을 데리고 죽림정사로 가서 부처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생겨나고 인연에 의해 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계도 인연에 의해 창조되었고 인연에 의해 파괴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인연의 기운에 의해 돌고 있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 대자연의 법칙을 ‘인연법(因緣法)’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인연법을 말씀하시면서 “연기를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했습니다. 나는 무엇입니까? 부처입니다. 연기를 보면 나의 참된 부처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기는 인연소기(因緣所起)의 줄인 말입니다. 모든 것이 ‘인(因)과 연(緣)이 화합하여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곧 연기법에 의해 내 삶의 근본이 무엇인지, 나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나와 이 세상의 관계, 모든 생명의 근원 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이 우주 대자연의 인연 법칙을 알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나’를 알아야 합니다. 인연 법칙이라는 것도 자연법칙이라는 것도 결국 ‘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를 알아야 하고 ‘나’쪽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곧 인연 법칙과 자연법칙의 중심에 ‘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참 ‘나’를 알고 참 ‘나’를 바로 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의 두 눈을 가지고는 우주 생성 원리와 대자연의 법칙과 인연의 법칙을 알 수 없습니다. ‘우주의 생성 원리를 알려면 나 쪽으로 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생긴 원리를 알면 우주가 생긴 원리를 알 수 있고, 우주의 원리를 알면 곧 ‘나’를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이 ‘나’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우리 육체의 구성 요소를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로 설명하셨습니다. 우리 몸은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눈물과 콧물과 피와 소변 등은 물로 돌아가고, 몸의 따뜻한 기운은 다시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기운은 다시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이 지수화풍 네 가지 기운은 누가 빌려온 것인가? 바로 ‘마음’이라고 하는 주인공이 빌려온 것이며, ‘마음’이라는 주인공이 지수화풍의 기운을 빌려와서 현재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 나의 몸뚱이입니다.
이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허공이 있는데, 이 허공을 인간에 대비시켜 불교에서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간과 세계의 원리는 일맥상통합니다. 나를 알면 이 세계가 생긴 원리를 알게 됩니다.

그럼 인연법(因緣法)이란 무엇인가? 지수화풍의 네 가지를 마음이라고 하는 주인공이 모양을 만들어 돌아가게 하는 것! 곧 삶을 인연 법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연 따라 살며 운명을 개척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운명을 극복하고 올라가는 길을 택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작품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인간의 육신은 초월해야 되고 이겨내어야 할 과정이지, 이 상태로써 내가 만족해야 할 구조가 아니다.” 아주 멋진 말입니다. 이 몸이라고 하는 것은 이겨내야 하고 올라가는 쪽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것임을 천명한 말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몸을 받았을 때 운명 따라 내려가는 길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올라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실천하여 백색광명을 이루어야 합니다. 인간의 몸을 받은 바로 이생에서, 마음을 몸뚱이 심부름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여 인연의 길을 만들어 그 속에 행복이 빛이 있고 해탈 광명이 있으며, 부처님께서 인연법(因緣法)을 설 하신 참뜻이 있습니다.      

 /정리·임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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