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진 철학자와 함께하는 ‘노자’ 산책 (20) - 도덕경 - “자애심은 타인의 안위를 위주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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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진 철학자와 함께하는 ‘노자’ 산책 (20) - 도덕경 - “자애심은 타인의 안위를 위주로 한 것”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1.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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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지키려는 자애의 마음으로
전쟁을 하게 되면 이기게 되고
자애로움으로써 수비하면 견고해져

초(肖)는 닮다, 비슷하다, 혹은 본받을 만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불초(不肖)는 ‘그대로 본뜬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로 넓게는 ‘못났다. 어리석다’로 확대해서 쓰인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도를 체현하는 성인으로서의 나를 위대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성인은 자신을 계속 낮추고 뒤로 물러서기 때문에 분명하게 위대한 형상으로 드러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능히 위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삼보(三寶)는 노자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행동 지침이다. 자(慈)는 자애로움이다. 자는 인간 본성에 있는 따뜻한 심성으로 선한 사람이건 선하지 않은 사람이건 무의식적으로 사랑과 동정심을 갖는 것이다. 
검(儉)은 색(嗇)과 같은 의미로 아끼는 것이다. 주역 「절괘」에는 제도로써 절제하여 재물을 상하지 않고 백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겸괘」에는 겸손한 것은 높은 사람에게는 큰 빛이 되고, 비천한 사람에게는 업신여길 수 없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천하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통치자는 대부분 자신의 통치 이념을 가지고 백성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인도하고, 교화하고, 단속한다. 그러나 노자는 통치자들에게 유위를 거부하고 무위할 것을 말한다. 그래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의지나 이념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거대한 자연은 무위로 장구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거대한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만약 자애로움 없이 용맹을 부리려 하거나. 검약하지 않으면서 부강하고 싶어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앞서려고만 하면 이는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때 전쟁을 일으킨 자가 용맹스러워 보이지만 자애로움을 지니면 적군의 백성들이 존경을 보이고 찾아들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자애로움을 가지고 지키면 방비가 견고해진다. 
노자는 전쟁을 단호히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전쟁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노자는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한다면 자애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한다. 자애심을 가지고 전쟁에 임하면 사람 죽이는 것을 슬퍼하게 된다. 사람 죽이는 것을 슬퍼하므로 싸움하는 게 적극적이지 않다. 싸움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과 비겁함은 구별해야 한다. 비겁함은 자신의 안위를 위주로 한 것이지만, 자애심은 타인의 안위를 위주로 한 것이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날 때 가장 용감히 싸우는 자들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의병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자애심에서 나온 것이므로 진정 용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애로운 자가 승리한다는 것은 정치에도 적용된다. 맹자는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고 하였다. 자애로움을 가지고 정치를 하게 되면 천하의 민심이 왕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백성을 지키려는 자애의 마음으로 전쟁을 하게 되면 전쟁에서 이기게 되고, 이러한 자애로움으로써 수비하면 견고해진다. 
하늘 역시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자를 미워하여, 백성들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인자한 마음으로써 전쟁을 하는 자를 돕는다. 왜냐하면 하늘 역시 인자한 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도 장차 그를 구제하고, 인자함으로써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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