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4)
상태바
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1.30 0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원사 대웅전에는 북쪽에 작은 출입문이 나 있다. 이 출입문 서쪽 편의 안쪽 벽은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개의 벽 중 9번째 벽이다. 이 벽에는 석씨원류의 120번째에서 132번째까지 총 13장면의 판화가 묘사되었는데, 위에서 두 번째 단의 오른쪽에는 128번째 장면인 목련구모(目連救母)가 그려졌다. 이 장면은 일반에게 잘 알려진 내용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석가모니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이 두 분 있는데, 바로 지혜제일 사리불(舍利佛)과 신통제일 목건련(目揵連)이다. 이들은 과거 브라만교의 수행자로서 학식이 높고 수행을 많이 했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옳다고 여기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각각 첫째와 둘째 제자가 되었다. 이들보다 먼저 교단에 들어온 제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첫째와 둘째 제자가 된 것은 나이도 많았고 깨달음의 경지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목련구모는 목건련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는 이야기다. 

목건련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 신통제일인 목건련(목련존자)가 육신통(六神通)을 얻은 뒤 33천을 관하는데, 아버지는 그곳에서 하늘의 복을 누리고 있었으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목련존자가 부처님께 자신의 어머니는 생전에 날마다 재를 올리는 등 선업을 쌓았다고 하셨으니 분명 화락천궁에 태어나셨을 텐데 보이지 않으니 어쩐 일인지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이야기와 달리 살았을 때 삼보를 공양하지 않았고, 악업을 수미산만큼 쌓아 지옥에 떨어져 악업에 대한 과보를 받고 있다고 하셨다. 
목련존자는 출가하기 전에 왕사성에 살았는데, 인정이 많아 항상 가난한 이들을 돕고 육바라밀을 닦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재산을 정리하여 삼분의 이를 집안을 보전하고 매일 승려들에게 공양을 올리라고 어머니께 드리고 자신은 나머지로 장사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 어머니의 말로는 매일 승려들을 공양하고 재를 올렸다고 해서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사실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말과 달리 집에 승려가 찾아오면 내쫓고 승려들을 위한 재를 올리는 대신 외도를 믿어 가축을 희생하여 재를 올리곤 했다. 이러한 과보로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죽은 뒤 아비지옥에 태어나 음식을 먹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생전의 과보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것을 신통력을 통해 본 목련존자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끼며 발우에 밥을 담아 아비지옥에 가서 어머니께 공양하였다. 밥을 본 어머니는 곧 손으로 밥을 뭉쳐 입에 넣었으나, 밥이 불이 붙어 숯으로 변해 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이 앞에 있어도 먹지 못해 고통에 울부짖는 어머니를 본 목련존자는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돌아와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할 방법을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의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죄가 뿌리가 깊어 너의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킨다 해도 구제할 수가 없다. 시방세계의 모든 승려들의 위력과 신통력을 빌려야만 가능하다. 7월 15일에 전생의 부모와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정성스럽게 음식을 마련해 시방세계의 승려들에게 공양드리면, 그 공양을 받은 승려들의 위력으로 병과 고뇌도 사라지고, 전생과 현생의 부모는 물론 삼악도와 아귀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까지도 고통에서 벗어나 하늘의 복락을 누리게 될 것이다.”      
 7월 15일은 선정을 닦던 승려들이 도를 깨치기도 하고, 그 도의 힘이 결집되는 날이며, 도력 있는 승려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리를 문답하고 참회하는 자자일(自恣日)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 승려들에게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전생과 현생의 부모가 복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우란분재를 행하여 어머니를 구제하게 되었다.
7월 15일 백중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에 온갖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 가지 종을 갖추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불교에서는 이 백중에 우란분재를 행하여 돌아가신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린다. 
목련존자와 관련된 이 이야기는 『우란분경(盂蘭盆經)』 ,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 『목련경(目連經)』 에 전하며 이 경전들은 부모에게 효행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찍부터 우리나라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사진 1) 각원사 석씨원류 벽화 중 목련구모 장면
(사진 1) 각원사 석씨원류 벽화 중 목련구모 장면
(사진 2) 석씨원류 판화 목련구모
(사진 2) 석씨원류 판화 목련구모

 

각원사 대웅전의 석씨원류 벽화의 9번째 벽에 그려진 ‘목련구모’(사진 1)는 화려한 건물 안에 앉아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제할 방법을 여쭈는 목련존자의 모습을 중심으로 하고, 오른쪽에 어머니께 음식이 든 발우를 공양하는 목련존자의 모습을 배치하였다. 이 장면의 구성은 석씨원류 판화(사진 2)에서 비롯되었다. 두 장면 모두 화면이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지옥 장면을 따로 표현하지 못하고, 판화에서는 담장을 묘사하여 부처님이 계신 공간과 구분하였으나 언뜻 보면 음식을 구걸하는 걸인에게 음식을 주는 모습처럼 보인다. 각원사 벽화에서는 담장 표현도 없어서 두 장면이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화승들이 경전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팔상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가 중심 주제다 보니 이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도사 영산전에 가면 이 그림을 볼 수 있다. 영산전 내부의 공포 위 상벽에 25장면의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졌는데 그 중에 이 장면도 포함되었다. 효심과 보시를 강조하는 내용이기에 더 강조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영산전에 가면 그 장면을 찾아보고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